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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un 22. 2018

경이로운 스케일 [몽생미셀]

설계자와 시공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많은 여행지 중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했던 곳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는 "내가 정말 여기에 있다니.." 하는,

직접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꿈을 꾸는 듯한 감동을 받은 곳은

Pulpit Rock(제단바위)이라 불리는 노르웨이의 [프레이케스톨렌]이 유일했다.

그로부터 2년만에  프랑스의 [몽생미셸]이 그런 가슴 벅찬 두번 째 감동을 내게 선사한다.

두 곳의 차이점은,
하나는 자연조형물, 하나는 인공조형물이라는 것.

공통점은,
일단 그곳이 지니고 있는 스케일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과, 일반적인 여행패턴으로는 방문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맘먹고 찾아야 한다는 건데, 마음먹는 거조차 쉽지 않은데다 마음을 먹더라도 한국에서 떠나는 방법이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네비에서 10km 남았다는 멘트를 듣고 조금 더 지나니 우측 멀리 사진으로만 보던 몽생미셸 수도원이 보인다.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몽생미셸은 지형학적으로는 커다란 암초다.

때문에 밀물이 들어오면 육지에서 분리된 섬처럼 보인다.

그런 이유로 몽생미셸 주차장은 몽생미셀에서 3.5km 정도 떨어져 있고,

이곳 주차장에서 몽생미셸까지는 무료운행하는 셔틀버스응 이용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셔틀버스 종점까지는 버스로 10분, 걸어서 40분 정도 거리이며, 중간에 숙박시설과 식당, 기념품점이 많다.

이런 소들의 조형물이 많은 걸로 보아 이곳이 소와 연관된 무언가가 있나보다.

 
셔틀버스는 몽생미셸 입구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곳까지만 운행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이 셔틀버스의 종착지점에서부터 예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버스 하차지점이 카메라로 몽생미셸의 전경을 담을 수 있는 포토 포인트다.

버스로 몽생미셸 입구까지 가더라도 사진에 전경을 담기 위해서는 어차피 다시 걸어나와야 한다는 얘기.

완벽한 이등변삼각형의 비율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마치 레고나 미니어쳐같다.


성 위의 성처럼 보이는 수도원은 몽생미셀의 가장 상층부에 위치한다.

수도원을 이렇게 요세화 할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저 앞의 문이 몽생미셀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안으로 들어오면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외부인의 접근이나 침입을 철저히 통제했던 듯.

안으로 들어가면 수도원으로 이르는 곳까지 호텔 식당 기념품 가게가 좁다란 골목을 빼곡히 채운 채 관광객을 맞는다.


수도원 입장료는 10유로. 이건 아깝다는 생각말고 무조건 입장을 권한다.
그리고, 수도원에 대한 설명은 문장으로 도저히 표현이 안 된다. 하려면 끝도 없이 길어진다.

그러니 직접 봐야 한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끝이 없어 보인다.

넓은 공간을 지나 좁은 길 계단을 오르며 마주하는 고(古) 건축물의 자태는 세월을 압도한다.


몽생미셀은 200년에 걸쳐 건축이 이루어지다 보니, 로마네스크양식 고딕양식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각종 건축양식이 혼재되었다고 하는데,
시대를 이어가며 긴 기간 수도원을 설계한 사람들은 천재거나 미치광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상상을 초월하는 설계자의 공간지각능력도 놀랍지만, 계속 바뀌었을 상상초월의 설계를 이해하고 시공한 현장 책임자의 능력에 더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만큼 외부는 물론 내부가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의미.

아울러, 이 격리된 지역에 이런 건축물을 짓기 위한 역사(役事)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건축에 동원된 사람들의 인건비는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속물적인 궁금증도 생긴다.

이곳에서 70여장의 사진을 담았지만, 사진마다 설명이 필요하기에 단순하게 올린다.


거의 암벽과 같은 수도원 상층부에 이런 잔디정원을 조성했다는 게 놀랍다.


수도원 상층부 잔디정원에서 내다본 몽생미셀 외부.

밀물 때면 밝게 보이는 부분이 물에 잠겨 몽생미셀이 고립된 섬처럼 된다고.

멀리 가운데 버스가 보이는 지점이 셔틀버스 종점.


수도원 내부 미사를 올리는 곳.

많은 성당들의 내부 기둥이 무채색의 대리석인데 반해, 색이 들어간 돌 기둥과 의자에 등받이가 없는 게 이채롭다.

컬러풀한 모자이크 타일 바닥까지.


안그래도 이런 넓은 석조공간의 난방은 어찌 했을까 궁금하던 차에 만난 벽난로.

근데, 이런 구조로 난방의 효율은 물론, 타고 남은 재 등의 처리는 어찌했는지...


몽생미셀 입구에서 수도원까지 올라오며,

'도대체 이 높은 곳까지 식량을 비롯해 일상용품을 어찌 운반했을까'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옛 사람들은 나처럼 무지하지가 않았다.

그들은 수도원 안에 거중기를 설치하여 아래까지 운반된 물품을 수도원 위로 끌어올렸다.

일종의 화물전용 엘리배이터.


완전 모델 체질인 몽생미셸 시걸.

고개를 돌려가며 많은 사람들의 카메라에 일일히 눈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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