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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ul 09. 2018

하이델베르크 성 안의 놀라운 두 가지


이제 성 안의 궁전으로 들어가 보자.

차량 하나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정도의 좁은 문이 궁전으로 통하는 문이며, 여기서 입장권 검사를 한다.

필요시 아치형 입구 내부 상단에 설치된 철제 장애물을 내려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城 건물의 외벽 대부분은 모조품으로 진품은 따로 보관되어 있단다.

모조품을 가지고 입장료를 받는다는 게 어찌보면 사기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모조품임을 공개하고 입장료를 받는 거니, 선택은 관람객의 몫이라면 딱히 할 말도 없다.

또 뭐가 모조품인지 비전문가로선 알지도 못한다.

그보다 정작 진품은 어디에 있는지, 따로 보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성내 궁전 안내도.


입구 정면의, 안내도 213번의 프리드리히 궁.

건물 외벽의 인물 조각은 독일 황제의 선거권을 가졌던 역대 신성로마제국 선제후.


프리드리히 궁 앞에서 관광객을 맞는 하이델베르크 꼬맹이.

가까이 가면 녀석이 피할까봐 많은 관광객들이 조심스레 다가가는데,

정작 이 녀석은 꼼짝을 안하며 마치 '후딱후딱 다가오지 왜들 이리 소심해~'라는 듯 시크하게 여유를 보인다.

난, 잠시 '혹시 이녀석의 전생이 저 조각상 선제후가 아니었을까' 하는 공상소설을 써봤다.


프리드리히 궁 입구의 해시계.

해가 넘어가며 생기는 그림자로 시간을 측정할텐데, 독해가 안 된다.

시각을 표시하는 로마숫자에  4와 5는 왜 없는 건지..

로마숫자로 표시된 세로줄은 時 표시일테고, 기호로 표시된 가로줄은 分 표시인가?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에 따라 時와 分을 알 수 있게끔.


그렇다치고, 이제 프리드리히 궁 좌측 건물 지하의 와인 저장고 파스바우(Fassbau)로 들어가보자.

안내도 214 지점이 가리키는 지하로 들어가면 왼쪽에 음료수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세계에서 가장 큰 오크통이 있다.


저 시대의 한가닥 한다는 귀족들은 저마다 집에 와인 오크통을 보유했단다.

그리고, 그 오크통의 크기가 권력과 부의 바로메터였다니, 그렇다면, 모든 걸 가진 왕의 오크통은 어느 정도 크기일까..

아래 서있는 사람과 비교해봐도 크기와 규모가 압도적임이 느껴지는 이 오크통의 이름은 큰 술통이라는 의미의 그로세 파스.

높이 8m에 221,726L의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이 오크통은, 당초 전쟁과 전염병에 대비한 물 저장용으로 1751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어쨌든, 폼 잡고 허세를 부리려면 저걸 이용해 와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저 정도 규모를 채우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포도가 필요한 건지 가늠이 안 된다.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저 오크통을 채우기 위해 백성들에게 포도 수확량의 십일조를 받아 와인을 제조했지만 와인 맛은 별로였다고 한다.

당연하지.. 십일조로 강제 징수되는 포도를 누가 좋은 품질로 납부했겠는가. 온갖 하품의 포도가 뒤섞였으니 와인 품질은 애시당초 개나 줘야 할 수준이 뻔하다.


오크통과 저장고, 둘 중 어느 것의 규모를 먼저 생각하고 다른 하나를 그 규모에 맞췄을까..

오크통 위에서 나선형 계단을 두 바퀴 돌아 내려오면 오크통 앞에 있는 인형의 주인공은 난장이 페르케오(Perkeo).

술통을 지키는 게 그의 책무였음에도 오히려 매일 와인을 마시고 취하는 바람에 종을 흔들어 깨우느라 속을 썩였다고 한다.

그래도 그 시절에 줘터지고 쫒겨나지 않은 걸 보면, 혹시 낙하산?


상상을 초월하는 그로세 파스 외에 하이델베르크 城에서 내 눈길을 잡아끈 게 또 하나 있다.

안내도 211번의 오트하인리히 궁의 독일의약박물관.

오트하인리히 궁이 일반 건축물과 다른 외형상 특이점은 층이 올라갈수록 층고(層高)가 점점 낮게 설계됐다는 것.

그러고보니 위로 갈수록 기둥이 짧은 거 같다.

그럼으로써 건축물이 더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니, 그 옛날 건축가들의 감각이 정말 비상하다.

오디오 가이드에 의하면 기둥의 조각들은 모두 神이고 神들이 저곳에 있는 각각의 이유가 있지만 너무 복잡해 패스.


외관도 그렇지만, 저 안에 들어가 눈으로 확인한 의약박물관의 모습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마치 우리 한의원에서 볼 수 약재함 같은 서랍도 흥미롭지만,

약재를 재는 천칭부터 약재에서 결과물을 추출하는 압축기까지, 모든 계기(計器)가 놀랍도록 정교하다.

과학의 독일, 정밀함의 독일이 괜한 말이 아님을 입증한다.


오트하인리히 궁 왼쪽 구석에 있는 카페.

그 어떤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보다 훨씬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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