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퍼레이드를 보고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한 후 동네 구경을 나섰다.
옛 우리말로 마실나간다고 하지.
Hopfensee.
난 홉펜지가 지역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도를 살펴보니 끝에 see가 붙은 이름이 많다.
공통점은 모두가 호수라는 거.
아하~ lake가 여기서는 see구나..
그러니까, 이게 Hopfensee, 즉, 홉펜호수다.
그리고, 이 마을의 정확한 지명은 Hopfensee가 아닌 Hopfen.
퓌센에서 약 4~5km 거리의 홉펜은 이런 곳이다.
호수를 따라 군락이 형성되고, 그 주변을 4월 중순임에도 눈을 품고 있는 산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초록의 들판까지 갖춘 홉펜은 전형적인 전원마을이다.
이런 좋은 자연환경 때문인지 홉펜호수와 접해있는 홉펜지 캠핑장 안쪽에 캠핑카가 즐비하다.
홉펜지를 따라 늘어선 집들은 모두 호텔 아니면 레스토랑이다.
동네가 예쁘긴 하지만, 슈방가우에 있는 노이슈반스타인城과 10km 거리인 이 동네가 대단한 관광지 같진 않은데 호텔과 식당이 많은 게 신기할 정도.
식당을 찾는 이들이 죄다 관광객은 아닐테고, 그럼 이곳 사람들은 무엇으로 소득을 얻어 저기서 외식을 하는지.
주인님이 달콤한 시간을 보낼 때는 모르는 척 하는 게 매너.
호수에 낚싯대를 걸쳐놓은 저 태공들도 자세나 분위기로 보아 물고기가 아닌 다른 것을 낚고 있는 듯하다.
홉펜은 호수 외에 딱히 구경거리는 없다.
호수 크기가 꽤 큰데도 호수 주변에 보트 등 해상 레져스포츠 시설이 없다.
환경보호로 인해 법적으로 금지가 되어 있는지..
볼 게 없어 동네 골목과 호수 주변만 걷다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의 거처인 Hotel Landhaus. 호텔이라기보다 우리 개념으로는 펜션이 타당하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방과, 냉장고와 커피포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공용주방이 따로 있다.
원할 경우 제공하는 조식비용은 8.5유로. 로텐부르크의 Goldenes Fass의 두 배 가까이 되지만, 퀄리티는 아쉽다.
하긴.. Goldenes Fass의 가성비는 유럽 어느 곳에서도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유럽의 작은 호텔은 두 개의 열쇠를 주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뭔가.. 했는데, 하나는 방, 또 하나는 현관용이다.
규모가 작아 야간 근무자가 없어 9시나 10시 이후에는출입문을 봉쇄하기 때문에 숙박객들이 직접 열고 다녀야 한다.
'이거 어지간하면 다 열리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객실의 잠금장치가 좀 엉성해보였는데,
웬걸.. 저 단순해보이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 참.. 독일은 독일인지..
파리에서는 물론 그간 방에서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없어 꺼내보지도 못했던 햇반과 컵라면이 처음 빛을 본다.
고추장 외 반찬 하나 없어도 베란다에 앉아 맑은 공기와 함께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컵라면과 햇반은 여느 식당의 요리보다 부족함이 없다.
간단한 요기후, 이번엔 호수 반대의 능선을 향한 길을 따라 걸었다.
지붕 위로 돌출된 이 시각기둥의 정체는 뭔가.. 환기구?
능선에서 보이는 마을의 모습이 무척 평화롭다.
8시가 넘자 서서히 홉펜에 어둠이 내려 앉는다.
여유롭게 하루를 쉬고, 내일 아침에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城을 볼 수 있는 슈방가우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