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퓌센을 찾는 이유는 슈방가우에 있는 노이슈반스타인城 때문이다.
슈방가우에는 두 개의 城이 있다.
막시밀리안 2세가 지은 호엔슈방가우 城과 그의 아들 루트비히 2세가 지은 노이슈반스타인 城.
이 중, 관광객이 먼저 찾는 城은 빼어난 외관의 노이슈반스타인 城이다.
(근데, 보통 이름에 2세나 3세가 들어갈 경우 이름 자체는 아버지 이름과 동일한 거 아닌가..
막스밀리안 2세의 아들이 막스밀리안 3세가 아닌 루트비히 2세라면, 그럼 루트비히 1세는 누구?)
호엔슈방가우 城 아래 주차장의 주차비는 일률적으로 6유로. 나쁘지 않다.
주차장 입구에서 노이슈반스타인 城까지 마차를 이용할 수 있고,
양 쪽 城 내부를 관람하려면 주차장 구역 티켓 판매소에서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걷는 게 일상인 우리는 당연히 도보로 가고, 성 내부 관람은 패스.
아내는 궁전 내부 관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중세 왕들이 권위에 대한 자존심 경쟁이라도 하듯 유럽 대부분의 궁전 내부는 너무나 호화찬란한데,
그 이면에 깔린 백성들의 고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보기가 싫단다.
주차장에서 가깝기는 호엔슈방가우 城이 먼저지만,
관광객들이 밀려들기 전에 노이슈반스타인 城을 먼저 보고 내려오면서 호엔슈방가우 城을 보기로 한다.
노이슈반스타인 城은 워낙 지대가 높아 주차장에서도 보이고 올라가면서도 계속 형태를 볼 수 있다.
저 꼭대기에 城을 짓겠다고 생각한 루트비히 2세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하겠지만,
1868년부터 24년간 저 꼭대기를 오가며 공역에 차출됐을 백성들의 고초와 역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마차를 타든, 걸어서 가든, 도로는 城의 오른쪽 측면으로 다다른다.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도보로는 느긋하게 걸어도 40분 정도 소요.
城 내부 관람객을 위한 입구는 사진 왼쪽 끝에 있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슈방가우.
지금도 마을은 저 멀리 있는데, 城을 착공한 1868년은 어땠겠는가.
저 거리만큼 백성과 동떨어진 군주 개인의 욕심이 보인다.
노이슈반스타인 城의 완공은 1892년.
그 당시 이렇게 깔끔하고 매끄러운 외관을 완성했다는 게 놀랍다.
가까이에서는 수려한 외관을 알 수 없는 노이슈반스타인城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城의 왼쪽 측면 맞은 편에 있는 마리엔 다리로 가야만 한다.
마리엔 다리는 노이슈반스타인 城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의 자리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늘 붐빈다.
많은 인파와의 자리싸움 끝에 마리엔 다리에서 담은 노이슈반스타인 城의 모습은 자리싸움의 보람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城의 이름이 왜 백조성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외관이 아름답지만, 실제 城에 얽힌 사연은 외관과는 달리 어둡다.
대인기피증이 있는 루트비히 2세는 은둔을 위해 사람들이 찾기 힘든 세 곳에 성을 만들었다고 한다.
퓌센의 노이슈반스타인 城 외에, 오버암무가우의 린더호프 城과 프린의 헤렌킴제 城. (여기도 언젠간 가볼 기회가 있을거란 희망을 갖자)
루트비히 2세의 대인기피증이 심해지면서 점점 기행을 일삼게 되고,
잇단 城 건축으로 지나치게 국고를 탕진하게 되자 바이에른 의회는 결국 그를 파면한다.
이로 인해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이 직접 설계한 이 城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유배지 인근 호수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한다.
그런 어둡고 폐쇄적인 심리상태를 느껴보기 위해 색온도를 낮춰 한 컷 더.
위에 언급했 듯, 루트비히 2세가 이 城을 지으며 당시 많은 국고를 탕진하고 백성들의 삶도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그로 인해 100년 후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며 국부를 창출하고 있으니, 그는 사후 그의 죄값을 다 한 셈인가.
세계 곳곳의 수 많은 유적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당대 백성의 고통을 저버린 지도자의 폭정이 결국 후대의 백성을 먹여 살리고 있으니,
이게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지..
또 하나 궁금한 건, 윗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城의 오른 쪽으로는 시야가 탁 트인 넓은 평원과 호수가 있고, 왼쪽은 산이 가까이 있어 답답할 듯한데, 정작 城의 왼쪽에 창이 많다.
건축 이론으로는 왼쪽이 남향이었기 때문이겠지만, 설계를 직접한 루트비히 2세의 폐쇄성이 영향을 미치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참..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城 전면부 돌출부의 모습은 이렇다.
城 내부 관람객들은 저 베란다까지 들어갈 수 있나 보다.
노이슈반스타인 城에서 바라 본 호엔슈방가우 城.
권력이 아무리 강하고, 권력자가 한껏 욕심을 부란다고 한들, 자연 속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한다.
이제 내려가면서 호엔슈방가우 城을 둘러보자.
호엔슈방가우 城은 노이슈반스타인 城과 비교하면 굉장히 소박해 보인다.
루트비히 2세는 그의 부친 막스밀리안 2세가 지은 이곳 호엔슈방가우 城에서 유년시절을 보내
이 지역에 대한 향수로 이 城 인근에 노이슈반스타인 城을 지었다고 한다.
호엔슈반가우 城의 모습들.
의미없는 건축물은 없으니, 이 작은 동상의 주인공은 뉘신지 궁금하고,
벽면은 단순한 색조임에도 문양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호엔슈방가우 城에서 바라본 노이슈반스타인 城.
루트비히 2세는 호엔슈방가우 城에서 망원경으로 노이슈반스타인 城의 건축 과정을 지켜봤다고 한다.
城을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노이슈반스타인 城으로 가는 마차가 대기하고 있다.
오늘 몇 번을 왕복했는지 모르지만, 두 발로 버티고 서서 조는 말의 모습이 너무 처연하고 애처롭다.
체구는 또 왜 이리 작아 보이는지..
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난 앞으로 몇 번을 더 왕복해야 좀 편히 자려나..'
군주는 자기만의 안식을 위해 백성의 고혈을 뽑고,
먼 후대의 백성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다른 생명체에 고통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