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도시를 다니다 보면 시내 모습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한자표현 그대로, 특별한 명소 몇 군데(小異)를 제외한 나머지 모습은 비슷하다는(大同).
그런 이유로, 루체른 시내를 돌아보는 것보다 Pilatus를 택했다.
필라투스를 오르는 방법은 등산열차와 로프웨이가 있지만, 계절에 따라 운행일정이 다르다.
세계 최대 경사각인 등반각도 48도로 알프나흐슈타트에서 필라투스쿨름으로 가는 등산열차는
5월 ~11월에만 운행하기 때문에, 우린 루체른의 크린스(Kriens)에서 로프웨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크린스에서 4인용 곤돌라로 프래그뮌테그(Fräkmüntegg)까지 오른 후,
그곳에서 정상까지는 20~30인이 탑승 가능한 케이블카로 이동하는 방법.
곤돌라 탑승장인 Kriens PB로 가니 바로 옆에 Koreana라는 한식당이 있다.
필라투스에서 내려와 이용하면 되겠다싶어 안을 살피니 영업을 안 하는거 같은데,
이날만 쉬는건지, 아예 폐업을 한 건지 잘 모르겠다.
곤돌라는 로프웨이를 통해 계속 돌고 있으므로 티켓을 구하면 바로 탑승이 가능하다.
케이블카 환승까지 포함된 요금은 성인 72스위스프랑. 여기서는 호텔게스트카드 할인이 안 된다.
케이블카 환승시 티켓 제시를 해야 하니 티켓은 내려올 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곤돌라가 탑승장을 출발하여 고도를 높혀가자 서서히 루체른 시가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곤돌라나 케이블카의 구조에 궁금한 거 하나.
왜 케이블과 본체를 연결하는 것이 곡선일까?
직선으로 연결하면 재료비도 덜 들고 균형 잡기도 더 쉬울 거 같음에도, 굳이 곡선으로 한 데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겠지.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가파른 경사면에서 뛰노는 저 양들의 우는 소리가 허공에 떠가는 곤돌라 안에서도 들린다.
대기가 맑은 건지, 이 동네 양들의 울림통이 큰 건지..
겨울에 쓰일 나무를 잘라 가지런히 쌓아놓은 산간의 민가 모습이 새삼 이채롭다.
보기에는 상당히 평화롭게 보이지만, 저런 곳에서 생활하려면 여간 바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저렇게 살고싶다 해서 누구든 아무나 할 수 있는 삶은 아니라 생각된다.
저 아름드리 나무는 어디서 어떻게 끌어왔는지..
산 중턱까지는 의외로 평원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프래그뮌테그까지 오르는 곤돌라의 중간역 Krienseregg.
2001년 겨울에 왔을 때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보라가 심해 곤돌라 아래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휴식도 취할 겸 이곳을 잠시 들러보고 싶다면, 오르는 길에 들르길 권한다.
오를 때는 빈 곤돌라가 많아 이곳에서 언제든 올라가는 곤돌라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나,
내려올 때는 정상에서 관광객이 몰려 내려오기 때문에 중간에 곤돌라 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커플 여행객의 경우 4인용 곤돌라에 둘만이 호젓하게 타는 낭만을 기대할텐데,
오를 때는 얼마든지 선택이 가능하지만, 내려오는 빈 곤돌라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마냥 기다리다 결국 합승을 해야 하는데, 늦은 시간에는 합승 자체도 힘들지 모른다.
진정한 등산 마니아.
곤돌라의 종착지인 프래그뮌테그에서 필라투스 정상을 오르는 케이블카를 배경으로 다들 인증샷을 담는다.
우리도 모처럼 동참.
여기서 저 끝에 보이는 필라투스 정상까지는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15분 주기로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위에서 보니 산악 도로망이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 있다.
필라투스 정상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내리기 직전 바라본 루체른 호수.
잠시 후 마주할 필라투스 정상의 모습은 17년 전과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