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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07. 2018

17년 만에 다시 만난 Pilatus 정상

17년만에 다시 찾은 필라투스 정상은 감회가 새롭다.

2001년 겨울 필라투스와 17년이 지난 2018년 봄 필라투스는 같은 듯 다르다.

눈 덮힌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시야에 와닿는 눈의 높이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겨울엔 주변이 온통 내 눈높이로 하얗었는데, 지금은 눈이 아래로 보인다.


오른쪽 원형 건물은, 케이블카 정류장과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에 전망대까지 있는 말 그대로 종합 Complex.


원형건물 5시 방향 눈 덮힌 지붕의 작은 건물 앞에서 나는 나팔 소리.

17년 전에는 보지 못한 스위스 고유의 목관악기 알펜호른.

호흡을 밀어넣어 저 긴 관을 통해 소리를 내려면 폐활량이 엄청 좋아야 할 거 같은데, 연주하시는 노인분이 대단하시다. 겨울엔 긴 관이 얼어 연주를 못 할 거 같다.


저 분의 발 아래 층에서는 또 다른 흥겨움이 진행중이다.

경쾌한 요들리듬이 가미된 스위스 민속음악에 맞춘 폴카 퍼포먼스.

연주 악기는 기타를 제외하고 모두 어코디언 비슷하면서도 형태가 조금씩 차이가 있어 보인다.


계절적 차이겠지만 알펜호른 연주와 폴카 퍼포먼스는 2001년 겨울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반면에 계절불문 17년 전과 변함없는 것도 있다.

세월이 멎은 듯 필라투스를 지키며 관광객을 맞는 까마귀들.

17년 전에도 궁금했지만, 도대체 저 까마귀들은 어디서 서식을 하며, 이 雪山에서 어떻게 연명을 해나가는지..

뭔가 생존방법이 있으니 17년 전의 까마귀들이 지금의 후손들을 키우지 않았겠는가.


뒤에 보이는 PILATUS=KULM은 호텔과 레스토랑이다. 그러니까, 이 산 꼭대기에 호텔이 두 개나 있다는 거.

지금이야 봄이니 크게 이상할 게 없지만, 저 건물 앞에서 겨울에 안락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이색적으로 보였었다.


호텔 뒤 정상 능선의 십자가도 17년을 버티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겨울임에도 호텔 주변은 바람도 없고 기온도 괜찮았는데, 이 십자가 위치에 오르자 살을 에는 듯한 엄청난 강풍과

뚝 떨어진 체감온도에 놀랐던, 2001년 겨울의 경이로웠던 체험이 생생하다.


원형 건물 전망대는 안에서 설경을 감상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보이는 밖의 雪景은 이렇다.

저 白雪을 디뎌보고픈 욕구를 느낀다.

실제 어디까지 빠질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17년 전에 한글도 있어 뿌듯했던 필라투스 안내 입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왜 치웠을까..

2001년 12월에 있었던 입간판.


너무 늦으면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붐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적당한 시간에 내려가야 편하다.


내려오면서 든 생각.

이 높은 암산(岩山)에 이런 시설을 만든 인간의 능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필라투스에서 내려와 주차료 정산을 하려는데..

어~?  리기산에 오를 때 비츠나우 주차장에서는 체크카드가 먹혔는데, 여기 주차요금 정산기에는 카드 삽입구가 없다.

only cash.  이걸 어쩌나...

곤돌라 티켓 판매소 직원에게 현금이 없어 주차료 정산을 못 하는데 어째야 하냐고 물으니, 카드를 달라며 자기가 주차료 정산을 해준다.

전날에 이어 루체른 아줌마들 덕을 톡톡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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