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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08. 2018

미련이 남는 베기의 잔상


카펠교를 다녀오던, 루체른에서 베기로 돌아오는 길에 네비가 호수를 끼고 도는 길이 아닌 고속도로로 안내해 실망이 컸다.

필라투스에 오르기 위해 다시 루체른을 찾으며 그 아쉬움이 떠올랐다.

'오늘도 루체른에서 돌아오는 길에 또 고속도로로 안내하겠지..'

생각이 이리 미치자 나도 네비의 고집을 꺾기 위한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베기에서 루체른으로 들어가며 호수변 길로 접어들었다.

루체른은 길이 복잡해 호수도로 진입구를 찾기 어렵지만, 베기는 도로가 단순하여 호수도로 진입이 쉽다.

그리고, 루체른 시내에 근접한 호수도로 끝 부분에 다달았을 때 그 지점을 네비에 등록한 후, 돌아올 때 등록한 지점을 검색한다.

네비가 그곳까지 안내를 할테고, 그곳부터 베기까지 호수의 정취를 맛보며 여유롭게 드라이브.




이제 3박 4일의 짧은 스위스 여정을 마무리하고 독일로 돌아가야 한다.

세 번째 스위스 방문이지만 이번 스위스의 느낌은 두 가지.


먼저 언급한 바와 같이 루체른 아줌마의 쉬 잊지 못할 친절과 배려가 그 하나.


두 번째는, 내가 의아해 했던 스위스의 환경이다.
앞서 카펠교 다리를 품고 있는 루체른 호수 수질에 대한 실망을 언급했지만, 내가 정말 실망했던 게 하나 있다.


난 스위스의 밤하늘을 바라보면 별이 쏟아질 줄 알았다.
스위스는 세계 최고의 청정지역 중 하나라고 믿어 왔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밤 하늘을 둘러봐도 별이 별로다.


아내는 그런다.
"관광지라 지상의 불빛이 워낙 강하게 하늘을 비추니 별이 안 보일 수 있지."
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과학적으로 일종의 간섭효과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위스 밤하늘은 나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이틀 연이어 루체른을 오가며 지나던 길 중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사실 낯선 지역을 운전하다보면 네비화면과 안내멘트에 집중하느라 주변이 안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임에도 확 눈에 들어온 곳.
스위스를 떠나며 꼭 다시 보고싶어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향하는 길에 다시 들렀다.

다듬어지지 않아 산만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산만함에서 꾿꾿한 자연이 느껴진다.


호수와 함께 그리움으로 남을 베기의 잔상이다.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한 남성이 함께 산책을 즐기던 커다란 개를 데리고 와 차의 해치백을 열고 개에게 뭐라 한마디 하니 개가 냉큼 차에 오른다.


그 모습을 보며 든 자괴감.

개도 독일어를 알아듣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나는 뭐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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