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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09. 2018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네비게이션


유럽에서의 두번 째 자동차 투어.
2년 전 처음 자동차 투어 때 보다는 확실히 낫다.
일단 마음이 편하다. 자동차의 여러 기능도 쉽게 익숙해진다.
옆 좌석의 아내역시 안정감이 느껴진단다.

2년 전 네비에 지원됐던 한국어 버전은 없지만, 자꾸 듣다보니 길 안내의 영어 표현도 익숙해지고 나름 재미가 있다.
하지만, 좌회전은 여전히 눈치를 살피게 되고, 우리와는 표시가 다른 중앙선과 자전거 전용도로, 버스 전용차선에는 신경이 쓰인다.

그런거야 집중을 하면 된다지만, 집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낯선 지역 네비게이션 안내의 함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실시간 교통안내 설정시 탐색 경로가 수시로 바뀐다.
좌회전 진로표시를 보고 좌회전하는 순간 네비 화면의 진로가 직진으로 바뀐다.

그리고, 경로 재탐색을 하기 전에 갈림길이 나오면 난 어디로 핸들을 꺾어야 하나..

그보다 당혹스러운 경우는, 긴 터널 통과 직후 갈림길이 나올 때.

긴 터널에 진입하면 위성통신 장애로 인해 GPS가 차량위치를 못 잡는데, 

터널 통과 직후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갈림길이 이어질 경우

네비가 다시 현위치를 잡기 전이라 방향 안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당히 당황하게 된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그런 상황을 맞을 경우, 달리는 속도로 인해 우물쭈물 고민할 틈도 없다.

한번 방향을 잘못 잡아 20km 넘게 뺑뺑이를 돌고나니 나름의 대처법이 생긴다.
터널 진입 직전에는 힐끗 네비 화면의 전체적인 진로를 미리 스캔하여 머리 속에 담아두게 된다.

터널 통과후 방향이 대충 우측인지, 직진인지..

가장 짜증나는 건 네비가 잡은 진로에 공사구간이 있는 경우다.
공사중이니 그 방향으로 갈 수 없어 지나쳐 가면 경로 재탐색으로 뉴턴을 시킨다. 그리곤 다시 그 방향으로.
유턴 안내를 무시하고 계속 직진하면 네비도 계속 전방 몇 백 미터에서 유턴하라고 고집한다.

이쯤되면 슬슬 짜증이 난다.
무시하고 계속 달리니 턱~하니 뜨는 메시지.
"Can not calculate" 헐~ 이 녀석도 한 성질하네.. 텃세?
이거.. 로직을 언 놈이 만들었길래 이 모양이야~

차를 세우고 구글지도를 탐색하여 대충 방향을 잡고 달리다 네비에 목적지 설정을 다시 하니 그때서야 진로를 잡아준다.
독일의 인공지능에게 한국의 인간지능이 많이 가르쳐주며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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