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결혼식 후 조촐한 웨딩파트가 늦게까지 이어진 다음 날 벨기에 브뤼쉘로 향했다.
MBA과정중이라 신혼여행은 엄두도 못내는 딸아이 커플과 주말을 이용하여 짧게나마 함께 브뤼셀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사위에게 일이 생겨 결국 셋이서만.
예약된 숙소 체크인을 하고 점심도 먹을 겸 시내로 들어갔는데, 어지간한 식당은 대부분 브레이크 타임이다.
겨우 식사를 하고 브뤼셀의 중심인 그랑플리스로 향하는 길에 뭔가 밴드소리가 요란하다.
유럽에서 이런 광경을 흔히 보면서도 볼 때마다 매번 내용이 뭔지 궁금하다.
그랑플라스를 들라거리는 시청사 옆 좁은 골목의 한쪽 막다른 곳에 사람들이 빼곡히 몰려있는 곳이 있다.
난 이곳이 이렇게 인파가 몰릴만큼 인기가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오줌싸개 소년상이 있는 곳이다.
하긴, 나도 (지금은 아니겠지만)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지리책에서 이 동상을 본 기억이 있는데,
이게 교과서에 등재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건지, 아님 당시의 브뤼셀에 그렇게 가치있는 것이 없었는지..
그도 아님, 당시 우리나라 세계지리 교과서에 올릴 내용이 그렇게도 없었는지,
여튼 교과서에 남의 나라 이런 동상이 실렸다는게 신기하다.
근데, 요녀석이 옷을 입고 있다~
예전 교과서에 실린 사진은 발가벗은 사진이었고, 17년 전에도 발가벗고 있었는데...
손에 들고 있는 저 청소도구는 또 뭔지...
꼬마 줄리앙으로 불리는 이 녀석이 체구는 자그마하지만 1619년 생이니 내년이면 400살이다.
18세기 브뤼셀을 침략한 영국 병사가 뜯어간 걸 이후 프랑스 병사가 다시 빼앗았다가
루이 15세가 브뤼셀에 돌려주며 귀족 의상을 입혀 보냈는데, 이를 계기로 브뤼셀을 방문하는 귀빈들이
방문기념으로 이 오줌싸개 소년의 옷을 기증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옷들은 브뤼셀시립박물관에 소장된다고.
재밌는 건, 밤에 숙소로 돌아가다 보니 오줌싸개 소년이 밤에는 naked 상태다.
자다 오줌 쌀까봐 그런가..^^
이 오줌싸개 소년상부터 예전에는 없던 발자국 표시가 있다.
이건 또 뭐냐..
따라가보니 이 발자국이 머문 곳은 오줌싸개 소년이 입는 옷을 판매하는 곳이다.
참.. 대단들하다.
그랑플라스를 중심으로 7시 방향의 오줌싸개소년 동상이 있는 골목에 사람들이 몰린다면,
그랑플라스의 1시 방향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막다른 골목이 있다.
여긴 또 뭐가 있길래..
ㅋ~ 오줌싸개 소녀상.
2001년에는 왜 이 오줌싸개 소녀를 못 봤을까..
카메라에 담기가 좀 민망하지만 그래도 인증샷은 있어야 하니..
근데, 얘도 옷좀 입혀주면 안 되나..
이 오줌싸개 소녀상이 있는 위치가 흥미롭다.
맥주 시음장 바로 옆.
그래.. 골목에서 오줌을 싸는 이유가 있었던 게야..
그래서 노상방뇨죄로 철창에 갇힌 모양이다.^^
오줌싸개 소년상은 시청사의 뒷 골목에 있고, 오줌싸개 소녀상은 시립박물관 뒷 골목에 있는데,
우연인지 의도적인지 모르겠으나 그랑플라스를 기점으로 거리도 비슷한 대칭점에 위치한다.
이제 브뤼셀의 심장 그랑플라스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