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나니 메칭엔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숙소 주변도 볼 게 없고, 드넓은 아울렛시티를 다시 둘러보기엔 시간도 애매하지만, 딱히 들러야 할 이유도 없다.
사고픈 게 있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들르겠지만, 그런 쇼핑욕구가 들지 않는다.
숙소에서 바로 출발하여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하니 차량 반납시간이 많이 남는다.
반납을 일찍 하더라도 어차피 파리로 가는 열차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슈투트가르트 외곽의 벤츠박물관을 들렀다.
거대한 3각별이 부착된 벤츠 박물관 주변의 주차장을 샅샅이 뒤져도 주차공간이 없다.
박물관 지하주차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주차를 하더라도 박물관 규모가 대단해 모두 돌아볼 시간은 안될 거 같다.
박물관 주변 지상에도 벤츠의 빈티지 모델들이 자태를 뽑내고 있는데,
내부에는 어떤 차량들이 있을지 매우 궁금하지만,주차장을 탐색하며 곁눈질만으로라도 빈티지 모델을 본 걸로 만족하자.
이제 독일여행에서 우리를 안내해준,
오픈해보지 못한 오픈카와 헤어질 시간.
2년 전 함부르크에서 차량을 반납할 때는 시동을 걸어 엔진상태까지 확인하는 등 꼼꼼하게 챙기던데,
여기서는 연료 게이지만 확인하더니 "OK~".
그걸로 반납 끝.
프랑스 국영철도 노조파업이 끝나지 않아 파리로 돌아가는 게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번에 프랑스에 온 목적이 딸의 결혼식 참석이고, 여행은 결혼식 전후의 부수적인 덤인데,
파업으로 인해 파리로 제때 못 가면 목적 자체가 상실되기 때문.
그래도 파리에서 나오는 건 몰라도, 들어가는 건 운행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들어가는 열차가 파업을 하게 되면 노조원들이 외국에서 머물게 되는데, 그 비용 때문에라도 일단 돌아갈 거라는 단순한 추론.
다행히 파리에서 들어오는 열차가 있고, 나의 단순한 추론대로 돌아가는 그 열차를 이용하여
우리는 무사히 파리로 돌아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슈투트가르트 역 코인라카의 Key.
게르만 민족에 대한 나의 막연한 선입견은 골격이 크고 캐릭터가 다소 딱딱할 거라는 거.
언어적 특성에서 갖게 된 선입견일 수 있는데, 열흘정도 만나본 독일인들은 생각보다 많이 친절했다.
투박해보이지만 순수한 시골청년같은 느낌이랄까..
영어 의사소통도 프랑스보다 독일이 편했다.
당연히 개인차가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독일사람들의 영어 발음이 프랑스보다 명료한 게 이해하기가 더 편하다.
프랑스어의 발음이나 억양이 이방인이 따라하기 쉽지 않을만큼 명료하지 않고 우물우물하는 느낌인데 비해,
독일어는 좀 딱딱한 느낌이 드는 언어 특성 때문인지...
유럽을 모두 다녀본 게 아니니 단정짓진 못하지만,
내가 본 유럽의 많은 도시는 보도와 차도의 경계 둔턱이 낮다.
때문에 보도에 주차구역을 만들기도 하고, 밤 늦은 시간에는 보도에 주차가 가능하다.
낮은 둔턱으로 인해 차도에서 보도로 진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운전자의 실수로 인해 주행중인 차량이 인도를 침범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급증하는 주차난과 함께 한번쯤 효과와 문제점을 비교 검토해볼만한 사항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