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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13. 2018

브뤼쉘의 심장 그랑플라스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극찬한 브뤼셀의 핫 플레이스는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브뤼셀 관광은 여기만 봐도 된다고 할 정도의 핫 플레이스 그랑플라스는 다른 광장들과 차별되는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의 광장들이 특별한 진입로 개념이 없을 정도로 넓게 개방되어 있다면,

그랑플라스는 다양한 디자인과 정교하고 화려한 외벽의 건물들로 촘촘히 둘러쌓여 있는 직사각형 광장이다.

(내가 본 광장 중 스페인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은 그랑플라스보다 더 밀폐형 광장이긴 했다)


광장 외부에서는 광장의 존재가 보이지 않고, 광장의 네 꼭지점으로 연결되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광장이 나타나는 구조로 인해 탁 트인 개방감보다 보호받는 공간감이 특징이다.

이로인해, 조금만 모여도 빡빡한 느낌이고, 조금 덜 모여도 휑하기보다 여유로워 보이는,

흥과 낭만을 느끼기에 적당한 사이즈의 광장이다.


직사각형 형태의 광장 가로변은,

고딕양식의 상징인 시청사와

한때 법원과 감옥이 있었다는 브뤼셀시립박물관이 마주 보고 있는데,

시청사와 박물관 좌우, 그리고 광장의 세로변 등 나머지 공간을 각종 분야의 길드하우스가 채우고 있다.

사진 가운데 황금 말이 올려진 건물은 제화 직물업 길드하우스였고,

그 오른쪽 검정 지붕의 건물은 정육업 길드하우스였는데, 엥겔스와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집필한 유서깊은 곳이라고.


이 건물은 화가의 길드하우스였다고 한다.


그 외,  다양한 문양으로 장식된 길드하우스가 그랑플라스를 감싸며 존재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레스토랑이나 카페로 변모되었다.

흥미로운 건, 영화감독 장 콕토가 "화려한 극장"이라 칭할 만큼 길드하우스 외관이 대부분 화려한 황금빛으로 도색되어 있다는 것.

국내 노동조합 중 일부가 귀족노조로 비판받기도 하는데, 직능별 중소기업연합회 정도로 비견될 수 있는 당시 길드도 자존감이 굉장했던 모양이다.


사방의 건물이 이리 아름다우니 광장을 둘러싼 다양한 디자인의 황금빛 건물 조화에 매료된 관광객들이 동서남북을 돌아가며 사진촬영 하느라 분주하다.

때문에, 여기서의 인증샷은 세계인이 그랑플라스의 동반자로 함께 남는 단체촬영이지 단독샷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런 곳을 버스커들이 놓칠리가 없다.

흥겨운 가설무대 공연도 있고,

즉석 게임을 하기도 한다.

바닥에 앉아 식사도 하고, 피곤한 여행객은 페트병을 베고 잠시 수면을 취하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좀더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데, 여기 스타벅스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하기 때문에 주문자에 따른 품목 구분을 위해 이름을 묻는다.

"Sang Beom"이라 했다가 어렵겠다 싶어 간단하게 "SB"라고 했다.

나중에 건네받은 컵에는 "Esbi"라고 적혀 있었다는..

왜 나는 외국에서 이름을 물을 때 "LEE"라고 답하지 못하는지..

아마 우리는 성과 이름의 개념이 너무 분명해서 그런 모양이다.



여행자에게 그랑플라스의 밤은 새로운 낭만을 안긴다.

정원이나 잔디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맨바닥에 진을 치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은데,

앞서 언급한대로 둘러쌓인 공간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겠지.

밤이 되면 길드하우스들의 공제선이 더 분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뒤 남겨진 그랑플라스의 모습이 궁금하지만, 그 시간이 언제쯤인지를 모르니 기다려 확인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수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샌 흔적없이 그랑플라스는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시청사 지붕의 많은 창 들.  저 안의 구조가 궁금하고,

또 하나..

시립박물관의 색이 유독 짙은 건 어떤 연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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