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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31. 2018

유럽의 다른 城과는 느낌이 다른 [그라벤스틴 城]




아내는 자전거가 담겨있는 사진을 좋아한다. 

그 자전거에 아이의 모습까지 살짝 걸쳤다.

각자의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기다리는 순간의 모습이 너무 좋아 흑백으로 담은 한 컷.


그런데, 저 사람들이 기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그라벤스틴 城은 겐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조물이다.

외관에서 중세 요새의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그라벤스틴 城은 외부의 높은 벽과 그곳에서 내려 보이는 중세의 전경, 내부 곳곳의 나선형 계단이 특징인데, 여지껏 본 城들과는 느낌과 구성이 사뭇 다르다.

그라벤스틴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城內 관람비용은 10유로. 이제 중세로 타임슬립을 해보자.

그라벤스틴 城은 城과 城을 둘러싼 성곽으로 구분된다. 

우측 계단을 통해 城 내부로 들어가 정해진 동선에 따라 돌면 왼쪽 출구로 나오게 된다.

단체견학 온 학생들이 내부 투어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입구 기념품 코너를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그라벤스틴을 잘 보려면 철저하게 정해진 동선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 우왕좌왕 같은 곳을 계속 돌 수도 있다.

몽생미셀 만큼은 아니지만, 처음 이곳에 부임해온 사람 중 식당 못 찾아 몇 끼 굶은 사람도 많을 듯.


이게 중세의 무기들이라는데..

이건 좀 믿기지가 않는다.

실제 전투에서 무기로 활용 여부를 떠나 사람 키보다 긴 이 검을 누군가 휴대했었다고?

더구나 중세인들은 현대인보다 체구가 작았을텐데..


12세기 말 방어요새로 축조된 그라벤스틴 城은 시대의 변모와 함께 백작家의 별장, 죄수들의 수용소,

공업단지 등으로 역할을 달리 하다 1907년에 박물관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그런 변천과정 때문인지 그라벤스틴 城에서는 일반적인 유럽의 城에서 보이는 화려한 장식의 실내는 전혀 볼 수 없다.

벽과 천정 등 실내 모든 공간이 전혀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노출하고 있으며,

무기고, 고문실, 처형장소 등 어두운 면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단두대라 칭하는 [기요틴]과 고문 모습 및 고문 기구들.

기요틴의 구멍 뒤에는 손목이나 발목 등 신체를 받는 자루가 달려있다.

전시된 고문 기구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하다.


기요틴에 대한 사족을 달면,

기요틴이 프랑스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형수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무통(無痛) 처형이 가능한 혁신제품으로 평가받았단다.

하지만, 순간적인 실행으로 신체적 무통효과는 있을 지 모르지만, 당사자나 사형집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정신적 공포는 어땠을지..


또 하나 재밌는 건, 기요틴이 나오기 전에는 귀족과 평민의 처형방법이 달랐는데,

기요틴이 나오면서 귀족과 평민이 같은 방법으로 처형됐다고.

처형시 무통효과와 신분에 따른 차별까지 없앤 인도주의적 발명품이 되었다고 하니,

이걸 뭐라 평가해야 할지..


한때 이 성을 지배했던 백작 가문의 문양인 듯하다.


목재 바닥이 많은 것도 그라벤스틴의 특징.

그리고, 그라벤스틴 곳곳을 보려면 끝이 없는 듯한 좁은 나선형 계단을 쉼 없이 오르내려야 한다.

오르내리며 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그라벤스틴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그만큼의 보상이 따른다.

그라벤스틴 城 꼭대기의 모습.

성탑에서 바라본 겐트.

먼 모습을 조금 더 당겨보자.

압도적 위용을 뽐내는 저 4인방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우측 사진은 城 지하의 시설들.

정말 무지하다 할 정도로 단단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밖에...


그라벤스틴은 그간 봤던 유럽의 다른 城들과는 분위가 다르다.

표현하기가 힘든데, 뭐랄까.. 뭔지 권력의 음습함이랄까.

관람후 뒷 맛이 개운치 않지만,

그나마 성탑에서 이런 예쁜 겐트를 볼 수 있어 상쇄가 된다.


城 밖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그런 복잡한 감정을 복기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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