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열심히 했다는 말
10년 전 요맘때쯤, 연극 연출을 전공하던 딸아이가 내게 했던 이야기다.
"아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
난 여태까지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대학 들어와서 1년 만에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잘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더라고.
우리 무대 연습할 때 보면 진짜 모두들 열심히 하거든...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결과가 안 좋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잘 못하면 누구도 인정을 안 해 주니까.
열심히 하는 거 보다 중요한 건 잘 하는 거라는 걸 요즘 많이 느껴.
물론 잘 하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중요한 건 잘 하는 거야.
잘 했을 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열심히 했다는 말일 거 같아.
그러니까 잘 해야 돼."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우리는 [열심히]라는 말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무엇을 열심히 한다고 하면, 듣는 것만으로도 왠지 뿌듯하다.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안부를 전해 들을 때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뭔가가 잘 될 거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된다.
정말 주위를 둘러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운동선수들은 겨울 체력훈련을 열심히 하고,
학원이나 도서관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야시장이나 새벽시장엘 나가 보면 추운 겨울임에도 다들 생업에 열심이다.
그런데,
열심히 하면 정말 다 잘 되는 것일까.
물론 열심히 하면 잘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가 다 잘 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류현진보다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도 많을 것이다.
수 많은 수험생들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취업 준비생들은 지금도 곳곳에서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열심히 한 것 만으로 후회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더 비애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인정은 잘 나온 결과로 받는 것이며, 열심히 한 과정은 단지 감안될 뿐이다.
"잘 했을 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열심히 했다는 말일 거 같다"는 딸의 말은
[열심히]와 [잘]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한 표현이다.
당시, 갓 스물에 이미 생존경쟁의 원리를 알기 시작했다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스스로 깨달아 나가는 것이 대견하기도 했다.
10년이 지나 30대의 나이로 사회생활을 하는 이제는
[잘 하는 것]과 공명심에 사로 잡힌 [성과위주]를 구분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