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 1월의 이야기.
할아버지가 손자를 호출하셨다.
할아버지는, 군입대를 앞둔 손자에게
생각이 다른 상급자의 지시를 받았을 때의 처신법 등, 군 생활의 마음가짐 등에 대해 이야기하신 후,
뒤이어, 성인이 된 손자에게
우리나라에서 내려오는 한 집안의 장손이라는 개념과 의미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장교 임관 후 병과학교 교육을 마치고 부대 배치를 받아 부임하기 전날도
나를 안방으로 불러 장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군 생활을 먼저 했던 선배장교로서 후배 장교에게 하는 말이다."
그때 내게 하신 말씀은 두 가지.
하나는, 어떤 경우에도 병사들을 구타하지 말라는 것.
구타는 가장 무능한 장교가 선택하는 부하관리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장교는 대학교수가 아닌, 유치원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
대학교수는 솔선수범 없이 말로만 전달해도 되지만,
유치원 교사는 늘 아이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는 비유법으로,
장교는 늘 앞장서서 교육이 아닌 훈육의 마음으로 실천을 먼저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신 기억이 38년이 지난 지금도 새롭다.
손자에게 이런저런 말씀을 하신 후, 마무리로 하신 말씀.
"재원이 너 군대 가고 나면, 내가 이제 언제 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겠니...
이게 할아버지로서 마지막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당시 연세 여든 둘.
평생을 공직에서 보낸 할아버지로서는 이런 이야기가 당신이 손자에게 표할 수 있는 유일한 애정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그때 상당히 시리게 마음에 와 닿았는데,
10년이 지나 열흘 전 어머니와 함께 결혼 66주년을 맞으셨으니 내겐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