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손자의 차이

by 강하

10년 전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아버지는 군에서 인생의 30년을 보내셨다.
옛날식 표현으로 전형적인 무인이시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선 5.16은 박정희 대통령이 수반이었지만,

그 주축 세력은 육사 8기였다. 아버지도 육사 8기시다.

당시 5.16을 도모하던 동기생들이 아버지께도 동참을 권유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답변은, "군인이 정치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것.
자식인 내가 생각해도 아버지는 참군인이셨던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집안에 군 미필은 있을 수가 없다.
ROTC 임관 후 병과학교 16주 교육 중 15주를 마치고 마지막 주말 휴가를 나왔을 때, 어머니가 물으셨다.
"너.. 어디로 배치되는지 혹시 얘기 들은 거 있니??"

마침 휴가를 나오기 직전, 1군으로 갈 거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1군으로 가는 거 같은데요.."라고 말씀을 드리니, 어머니가 그러신다.
"이 양반이 결국 그렇게 일을 벌리셨구나..."
무슨 말씀인가 했다.


아버지가 어머니께 미리 그러셨단다.
"당신.. 혹여라도 상범이 후방으로 갈 거라는 기대 말아. 그 애는 성격이 하도 낙천적이라 군대에서 틀을 잡아야 사람이 돼. 그래서 전방으로 보낼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이런... 남들은 빽 써서 편한 데로 간다던데, 나는 빽 써서 전방 가네... 차라리 내버려뒀으면 복불복으로라도 후방 갔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아버지의 그 결정은 아들에게 동기들에 대한 당당함을 주었다.


배치받은 자대로 들어가기 전 날, 아버지는 내게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그 부대는 지뢰가 많은 곳이다. 확실한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길인 거 같다 싶으면 가지 말라는 얘기다."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고등학교 때 유학을 간 아들은 유학생 신분을 이용해 병역 면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려서부터 느낀 할아버지의 영향인지, 슬쩍 군대 이야기를 꺼내면 당연하다는 듯 "가야지~"다.


아들이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귀국해 카츄사에 합격을 했을 때, 아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어떡하지... 재원이 카츄사로 간다고 하면 아버님이 못마땅하게 생각하실 텐데..."
> 왜??
"한국군으로 안 가고 미군부대에 근무한다고..."


아버지께, "재원이가 카츄사 시험에 합격했어요..."라고 보고 드리니,
"그래...??? 그거 잘 됐구나... 재원이한테 축하한다고 그래라..." 그러신다.

연세가 드시면서 마음이 유해 지신 건지, 아님,

아들을 대하는 것과 손주를 생각하는 마음이 다른 것인지...


내가 손주를 보게 된다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할아버지의 손자 사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