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현상엔 생성 동기가 있다.
우리는 언뜻 한 나라의, 혹은 한 지방의 문화를 보며 각자의 주관만으로
모든 걸 너무 쉽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정서적으로는 가장 멀리 느껴지는 일본.
처음 일본에 갔을 때 호텔에서 TV를 켜니 스모 중계를 한다.
일본의 國技가 스모라는 걸 아는 정도에서 언뜻 보니 스모는 정말 멋없는 경기였다.
우리 씨름과 비교하면 정말 재미없다. 인위적으로 몸을 불린 엄청난 거구들이
그냥 우격다짐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여 원형의 모래판 밖으로 밀어내면 이긴다.
겉보기엔 별로 기술도 없어 보이고, 특별한 룰도 없어 보인다.
일본인들은 왜 저런 단순한 운동을 國技로 삼았을까 궁금했다.
저 운동이 무슨 매력이 있다고 저기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스모는 어떤 연유로 생겼을까...
그러다 문득 일본이라는 나라의 지리적 특성이 떠올랐다.
섬나라 일본.
여기서 나는 스모의 생성이 이해될 거 같았다.
섬의 특성은 도피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세의 침입을 받아 힘에 부치면, 만주로 도망가면 된다.
비록 우리 땅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도망갈 곳은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No way out... 밀리면 갈 곳이 없다. 후지산의 화산 구멍만이 기다릴 뿐이다.
따라서 섬에서 최선의 방어는 적이 섬에 오르지 못하게 원천봉쇄를 하는 것이며,
일단 섬에 오른 적은 무조건 섬 밖으로 밀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나는 스모의 기본개념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모는 일본인들에게 단순한 오락성 경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다.
일본 고유의상의 일반적인 특징은 옷이 헐렁하다는 것.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일본인들이 헐렁한 옷을 입고 앞을 여미지 않은 채
게다로 불리는 나막신을 신고 활개치는 모습을 보고는 천한 것들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이것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다.
일본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습도가 굉장히 높다.
때문에 습기 제거를 위한 통풍이 중요하다. 의복도 마찬가지다.
일본인들은 옷을 헐렁하게 입음으로써 피부병을 예방하고, 무좀 방지를 위하여 게다를 신는다.
또한 짚으로 엮은 다다미를 방바닥에 깔아 실내의 습기를 흡수하도록 하였으며,
습기를 흡수한 다다미가 썩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매일같이 마른 걸레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지런하지 않으면 안 될 이런 이유가 일본인들의 품성을 바지런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 나라나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하나의 잣대로는 풀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지리적 여건, 기후, 생태계 等을 같이 생각하면 衣食住와 儀式, 관습의 문화가 보인다.
문화는 모든 것이 복합된 생존을 위한 산물이며, 반드시 그것이 생성된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