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말 지인과 나눈 문자 대화.
지인 : "목요일에 볼까?"
나 : "그러지."
지인 : "그 시간 거기?"
'그 시간 거기'가 언제 어디를 말하는 건지 확인하려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ㅇㅋㅇ~"라고 답을 보냈다.
의사전달이 제대로 됐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지, 아님, 가끔 엉뚱한 장난기가 있는 상대방 역시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문자를 주고받은 후 만나는 날까지 4일간 서로 아무 연락이 없었다.
궁금했다. 우리 서로 생각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제대로 만날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나의 추리와 심리게임.
[그 시간 거기]의 의미는 두 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하나는, 최근에 만났던 시간과 장소.
다른 하나는, 자주 만나던 시간과 장소.
이럴 때 사람들은 어디를 선택할까?
만나기 전날까지만 해도 전자라고 판단했다.
사람들은 대개 가장 최근의 것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 최근의 기억이 3주 전이고, 둘이서 처음 들렀던 곳이지만, 처음 갔던 장소로서 그 집에 대한 지인의 만족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속 당일 내 발걸음이 머문 곳은 후자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그' 혹은 '거기'라는 지시대명사는 보편적인 것을 지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보다는 [자주]가 더 개연성이 높아 보였다. 그보다, 다른 추리에 앞서 지인이 후자 장소의 메뉴를 워낙 좋아했다.
생각한 장소에 나가는데 비가 온다. 순간, 살짝 걱정이 들었다.
'3주 전 만났을 때도 비가 왔었는데, 기억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5분 전 도착을 하니 없다. 약간의 불안감을 누르고 자리를 잡고 있으니 10분 쯤 지나 지인이 들어선다.
약속시간과 장소의 모호성에 대해 당연한 판단이라는 듯 서로 한 마디 말도 없다. 하지만 알 거 같다. 말은 안 했지만 '헐~ 통했네'라는 게 서로의 속마음이라는 걸.
내색하지 않고 뻔뻔하게(?) 통하는 거.
이게 신뢰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혼자 미소지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