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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Oct 07. 2022

아쉬움과 부러움이 교차된 모교 방문


햇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모교 캠퍼스를 찾았다.

차도가 있던 자리에 잔디가 들어서고 곳곳에 쉼터가 들어선 차 없는 백양로의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많은 건물들이 새로 들어서고 건물의 쓰임새가 바뀌었음에도 학생회관은 여전히 48년 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건 또 뭔지...

요즘은 이런 연고전도 있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연고전에서 많이 뒤지고 있어 아쉬운데,

그보다 전체 학생수를 감안할 때 너무 적은 숫자가 아닌가 싶다. 재학시절 참여했던 YRC가 주도하던 헌혈 캠페인이 생각나 더더욱 아쉬웠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내 대학시절을 거의 독점했던 써클 룸.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후배들과 점심을 함께 할까 싶어 점심 시간을 대략 맞춰 갔는데, 후배들을 만나기는 커녕 내부를 보지도 못한 게 아쉽다.


학생회관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노천극장과 청송대를 들렀다.

경사진 홁길 진입로와 소나무 배경의 노천극장은 진입로와 백그라운드가 완전히 변했다. 스케일은 커보이지만 노천극장이라는 명칭이 주는 정감은 다소 퇴색된 느낌이다.

청송대 역시 길은 잘 정돈되어 보이지만, 우리 시절 청송대에서 느꼈던 포근함과 아늑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띄엄띄엄 있던 벤치는 보이지 않고 긴 의자처럼 데크가 조성되어 있는데, 예전의 아늑한 쉼터에서 산책로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우리 때 써클룸으로 사용하던 곳의 문이 열려있어 호기심에 들여다보니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 써클룸 후면에 있던 중강의장이 사무실로 개조되면서 건물 측면 출입구가 되었다.

욱 고색창연한 모습을 띈, 내가 3년간 전공과목 강의를 들었던 건물을 보니 그 시절이 더욱 아득하게 느껴진다.

저 건물 뒤 숲이었던 자리에는 더 우람한 건물이 뒤를 받치고 있다.


수년 만의 모교 방문에서 느꼈던 확연한 변화 세 가지.


첫째, 건물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오솔길을 걷는 재미가 있던 산숲은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에 건물들이 빼곡하니 들어섰다.

삼성 대우 GS 등 대기업의 명칭이 붙은 건물들이 보이고, 많아진 만큼 건물마다 숫자가 붙어 있고.

우리 재학시절엔 자기 학과가 아니더라도 단과대별 위치가 어디인지 대부분 알고 다녔는데, 이제 4년을 다녀도 어느 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을 거 같다.


둘째는, 외국인 학생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이고 곳곳에서 영어 대화가 들린다. 학교도 정말 글로벌화 되고 있음이 절실히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캠퍼스 곳곳에 다양한 브랜드의 카페와 쉼터가 많음에 놀랐다. 다양한 형태의 장소에서 노트북을 열어놓고 자기에게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또 다른 생각도 든다.


학생회관 외에는 먹거리나 마실거리가 없던 시절과 비교해 각자 취향에 맞는 여러 종류의 먹거리와 마실거리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어쩔 수없이 경제적 차이가 나는 학생들에겐 다양한 선택이 오히려 부러움의 요인으로 상처가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니, 차라리 교내에선 모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게 더 나았다는 비자본주의적 생각도 든다.

우리 때는 용돈이 많으나 적으나 교내에선 딱히 할 게 없어 나무밑에서 솔방울을 따 가위바위보로 상대방 머리를 때리는 게임(?)을 하며 놀았는데..^^


추억돋는 학보(學報)도 규격이 추세에 맞춰 작아졌다.


교내 한 카페의 빵 메뉴.

연고전에 대한 양교 재학생들의 열기가 많이 시들해졌다고 하던데, 그래도 잠재적 DNA는 어쩔 수 없나보다.


무척이나 분주하게 느껴지는 캠퍼스에서 유일하게 미동도 없이 시간의 흐름을 멈춰 세운 연세냥이가 바삐 오가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추억 속 전원적 낭만에 현실의 다이나믹한 활력이 오버랩된 모교 캠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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