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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22. 2023

손주가 원하면 할아버지는 한다


갑자기 텐트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는 딸에 대한 엄마의 답변.

"할아버지한테 만들어달라 그래~ 할어버지 텐트 잘 만드셔."

'내가?'

이때만 해도 원터치로 펼쳐지는 소형 텐트가 있는 줄 알았다.


나 : 텐트 어딨는데?

딸 : 텐트가 어딨어.. 없어요.

나 : @ㅁ@~ 그럼 어떤 텐트를 만들라는 거야?

딸 : 나도 모르지.. 아빠가 어떻게 좀 해봐요~


뭐라는 거야..

그때 손녀가 종이를 들고 오더니 뭔가 그려서 내민다.

"할아버지~ 이 텐트."

이게 뭐냐.. 나름 조감도 내지는 설계도다.

이 텐트를 만들라고? 난감하네~


그래도, 나는 손녀에게는 (엄마가 내세운) 못하는 게 없는 한국 할아버지 아닌가. 한편으론 영어발음의 굴욕을 만회할 기회이기도 하다.


뭐든 이용하여 손녀가 원하는 텐트를 만들어 보자.

(언제 또 만날 지 모를) 할아버지와 함께 텐트를 만들었다는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공동작업으로 완성된 텐트.

텐트 안의 베개 하나는 자기 거고, 하나는 할아버지 거란다.

그래서 내부 평수를 넓히기 위한 리노배이션 단행.

손녀의 만족도가 기대 이상이다.

엄마와 할머니를 차례로 텐트 안으로 초대하여 간식을 제공하더니,

저녁도 텐트에서 해결.


얼떨결의 mission clear로 손녀의 만족도만큼 뿌듯해진 자족감.

한국 할아버지 순발력 아직 죽지 않았다.^^


딸과 손녀로 인해 내가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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