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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Oct 02. 2023

사십 대 중반의 의미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기쯤을 택하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40대 중반이라 답하자, 의외라는 듯 되묻는다.

"이왕이면 좀더 젊은 시기가 좋지 않느냐.. 30대 초중반 정도.."

물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싶다면 진로 탐색을 위해 더 젊은 시기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생을 음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40대 중반인 듯 싶다.


불혹(不惑)이라는 이칭에 걸맞게 올바른 가치관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한다면, 40대 중반이 누릴 수 있는 가치가 많다.


- 큰 사치는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소소한 몫은 할 수 있는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다.

- 충분하진 않더라도 어디서든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 적당한 경험과 세상 흐름을 보는 안목이 생긴다.

- 원하는 것을 새로 배울 두뇌 활동이 가능하고, 여행을 다닐 체력이 되고, 이성을 만나기에도 그리 늦지 않다.

- 한번쯤 하던 일을 되돌아 보고 그간의 경험으로 새 출발이 가능한 시기다.

- 아울러, 꾸미기에 따라 젊은 층이 크게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거리감 있는 계층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연배가 많은 분들에게는 크게 어려 보이지 않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어색하지 않게 대우받을 수 있는 나이층이기도 하다.


이렇듯 여러 계층과 폭넓게 어울리며 본인이 추구하는 것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열정과 창의와 경험이 가장 조화로운 시기가 40대 중반이라 생각하기에 그 연령층을 대하면 반갑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당시 의식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직장생활을 접고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온 시기가 딱 사십 중반이었다. 이후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온라인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20년 직장생활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또 다른 20년을 보냈다.

직장생활을 계속 했더라면 내 삶은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정을 전제로 한 비교가 의미없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나도 뭔가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내게 중요한 건, 40대 중반만큼의 좋은 여건은 아닐지라도 앞으로의 20년을 지탱할 동력을 갖추는 것이다.

각자의 여건에 맞는 경제적 자립 방법을 찾아야 하고, 사회 가치관의 변화에 순응해야 하며, 문명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그 시작이 여지껏 살아온 삶의 고집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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