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 Jul 24. 2024

아흔 넷 할머니의 일상


어머니의 만 94세 생신.

어느덧 손주가 마흔이 됐다.

실내에서도 보조기구를 이용하실 정도로 기력은 많이 쇠하셨지만, 아직 매일 캘린더에 가계부를 작성하시고 매월 말일엔 지출 결산을 하신다.

94세 연세에 가계부를 작성하시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지출내역 계산을 암산으로 하신다는 거.

"어머니.. 저도 이 정도면 계산기 사용하지, 암산 안 해요." 하니, 별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한 어조로 "난 그냥 암산으로 해." 그러신다.


'이 계산이 맞긴 한가..' 갑자기 아흔 넷 노인의 암산 결과가 궁금해 나도 머릿속으로 몇 번을 계산해봤다.


"어머니.. 오른쪽은 정확한데, 왼쪽은 조금 착오가 있는 거 같은데.." 라고 말씀드리자,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2천 원이 틀렸구나.' 하신다.

"어떻게 그리 빨리 아세요?"

"천 단위만 먼저 더하면 되잖아."


늘 우리끼리 "우리 식구 중에 기억력은 아직까지 할머니 따라갈 사람 없다"며 저 연세의 기억력에 놀라곤 하지만, 정말 모든 식구들이 경탄을 금치 못한 사건(?)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