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다. 작품 속 캐릭터의 직업이 혹시 선생님? 맞나요? 선생님. 아, 선생님이라고 하시니 생각나네요.
우리나라에도 배우고 싶은 어른이 등장하는 따뜻한 작품이 있었죠. <파파로티>에서 한석규씨가 누구도 기대 안하던 학생을 성악가로 만드는 훌륭한 선생님 역할을 했었죠.
영화 <파파로티> 스틸컷
<철가방 우수씨>라는 작품에서는 최수종씨가 우수씨 역할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전심으로 돕는 존경스러운 어른 역할을 맡았었죠.
영화 <철가방 우스씨>
네. 두 영화가 심지어 모두 실화여서 더욱 감동이었어요.
오늘은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었던 한 아이의 인생을 멋지게 바꾼, 바로 아이의 부모님, 부모님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를 소개해 드릴 겁니다. 제목은 <블라인드 사이드>예요.
아무래도 자녀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존재가 부모이다 보니, 자녀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건 맞겠지만, 자녀라는 존재는 어느 시점까지 자라면 절대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시기가 오거든요? 남의 말은 다 들으면서요. 맞습니다. 그런데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사춘기 때가 세상에 반항하는 것을 서서히 배워가는 시기니까, 어쩌면 자신의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과정의 일부로 부모를 향한 반항이 연습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름다운 이해도 하게 돼요. 정작 자녀의 사춘기를 함께 겪고 있는 부모님들은 공감하실 수 없겠죠. 정말 힘드실테니까요.
그렇죠. 그런데 오늘 영화 속 자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영향으로 멋지게 변한다 하니, 과연 영화 속 부모의 자녀 교육법, 안 궁금할 수가 없네요. 유심히 보겠습니다.
네. 정말 배우고 싶은 훌륭한 어른입니다.
국내에서 2010년에 개봉, 현재까지 평점 9.3점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이 영화로 산드라 블록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까지 받게 되죠.
미국에서 2억5천만불의 흥행기록을 세운 감동작입니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산드라 블록
앞서 <파파로티>, <철가방 우수씨>같은 실화 바탕의 영화를말씀하셨는데, 혹시 이 영화도? 실화인가요?
맞습니다. 실화예요. 이 멋진 부모님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만들어진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이라니 더 궁금해지네요. 저는 닮고 싶다고 함부로 말 못하겠습니다. 제가 감당 못할 수도 있겠어요. 저에게 이 작품을 추천해 주신 분이 많았습니다만, 포스터에 덩치 큰 미식축구선수가 있는 것을 보고, 어려운 스포츠영화라고 오해하고 보지 않았었죠.
최근 우연한 기회에 이 작품을 접하고는 반드시 소개해야만 한다, 생각했습니다.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오어의 실화예요.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마이클 오어!
미식축구는 잘 모르지만 마이클 오어 이름은 알죠.
공격수 중에 리더인 '쿼터백'이 가장 책임이 큰 포지션이다 보니 연봉이 가장 높은데, 마이클 오어는 공격수도 아닌 수비수인데도, 연봉이 쿼터백 다음이라고 하죠. 미식축구에서는 정말 유명한 선수예요. 그러나 마이클은 미식축구를 하기 전까진 길에 버려진 인생이었죠.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아까 부모님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마이클이 길에 버려진 인생이었다면, 마이클 부모님 은 그때 무엇을 하셨나요? 실제로는 교도소에 계신 아버지와 약물 중독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누가 아버지인지 모르는 아이를 마약 중독자에 매춘부인 엄마가 낳았다고 하죠.
엄마는 매일 매춘해야 먹고 사니, 거의 마이클을 버린 거나 다름이 없었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마이클은 한 코치 눈에 띄어 흑인인데도 백인만 다니는 크리스천학교로 갑니다. 일단은 코치가 감사하네요. 그런데 인생에 영향을 끼친 부모 이야기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이제 나옵니다.
마이클의 운동신경만 탐났던 코치는, 마이클을 데려갔으나 진심이 없었으니 지속적으로 잘해주기 힘들었죠.주위를 의식하다가 결국은 마이클을 놓아버립니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어느 추운 날.
어두운 밤이었죠.
갈 곳 없는 마이클은 추위에 떨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에서 유일하게 마이클을 향해 말을 걸곤 하던 투오이와 그의 가족눈에 띄게 됩니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투오이가 인사를 건네고, 서로 인사를 주고 받은 뒤 차는 다시 출발하는데요, 그때 투오이의 엄마 리앤이 추운 날 반팔 티를 입고 있는 마이클을 유심히 보다가, 남편에게 차를 세우라고 하죠.
그리고 자신들의 집으로 마이클을 데려갑니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그렇게 따뜻한 집에서 재우죠.
백인 동네 중에서도 꽤 가문있는 동네에 살다보니, 흑인을, 심지어 빈민가에 있던 흑인아이를 데려온다는 결정이 쉽진 않았지만, 리앤은 수군대는 동료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일침도 가하며 순수한 마이클을 진심으로 사랑해줘요.
투오이 가족 모두,
사람들이 회피하려고만 했던 마이클 곁에 딱 붙어 마이클을 보호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죠.
마이클도 그들의 사랑을 느끼고 가족 안에서 자신의 공간을 서서히 감사하게 누려봅니다.
버려진 아이의 추위보다 더 추운, 엄마 리앤이 지나치지 않고 마이클을 사랑으로 꼭 껴안아준 것이죠.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그 사랑을 먹고 자랐기에,
그 아이는 지금의 마이클 오어 가 될 수 있었던 거죠.
마이클의 새 엄마, 리앤을 주목하며 따뜻한 이 영화로 추운 겨울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 보시면 어떨까요.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영화의 배경이 된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 오어>와 그의 가족
블라인드 사이드.
‘잘 보이지 않는 쪽’이라는 뜻인데요.
미식축구에서는 공격수 포지션의 사각지대가 ‘블라인드 사이드’라고 하네요.
마이클오어를 참 잘 표현한 영화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날씨도 부쩍 추워지는데, 영화에서 처럼 혹시 우리의 시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지금 우리를 스치지는 않는지 주위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