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드 인디고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3

by ItzMe

기대가 됩니다. 이번엔 어떤 영화를 만나볼까요?

제가 정말 많이 사랑하는 영화입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표현과 색감이 굉장히 독특한 영화죠.


색감과 표현이 많이 독특하다면, 음.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볼 수 있게, 시각화시키기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 감독 영화입니다.

미셸 공드리



미셸 공드리 감독. 혹시 대표적인 작품 어떤 게 있을까요?
짐 캐리가 등장했던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가 있죠.

영화 <이터널 선샤인>

그리고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2014년 개봉했던 <무드 인디고>입니다.

무드 인디고 일러스트

무드 인디고.

검푸른 인디고 컬러.

제목에서도 영화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 같은데요?
네. 사람의 감정 중, 아주 사소한 감정까지도

독특한 표현으로 정성껏 색과 모양을 입혀 두었어요.

간혹 영화 보실 때 이런 분들 계시죠.

"꼭 이렇게 표현해야겠어? 이해하기 려워!"

"아, 이거. 자꾸만 생각을 해가면서 봐야 하니 보기 불편해!"

그런 분들께 미리 이실직고 할게요.

미셸 공드리 감독도 일단 굉장히 특이합니다.

영화 <무드인디고> 스틸컷

하지만 사실 어렵진 않아요.

몹시 창의적이고 기발할 뿐이죠.

광고 제작가로도 유명해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사연을 작품에 담기 때문에, 내용만 놓고 보면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내용입니다. 다만 그 평범한 이야기를 색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뿐인데요.

보시면서 불편하기보단 오히려 흔한 것들이 어떻게 재탄생 될지 점점 기대하시게 될 겁니다.

영화 <무드 인디고> 스틸컷


평범한 것을 독특하게 표현한다니, 예를 들면 초현실주의 화가들 작품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일까요?

비슷합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살바도르 달리의 <녹아버린 시계들>은

태양 아래에 녹아버린 시계들이, 나무에 걸리거나 모랫바닥 에 흐물거리며 놓여있는 그림이죠.

살바도르 달리 <녹아버린 시계>

깊은 의미가 있어 보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 지만 정작 화가는 태양에 녹는 까망베르치즈를 생각했다죠.


하하. 복잡하기보다 오히려 더 단순한 데서 시작됐군요.
네. 마찬가지입니다.

관객은 영화가 난해하게 느껴질 지 몰라도 사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주로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 단순하게 다루고 있죠.

영화 <무드 인디고> 스틸컷

무드인디고 역시

풋풋한 연인이 결혼에 골인한 다음

부인이 폐병에 걸린다는 내용인데요.

이때 폐병이라는 표현 대신에 이렇게 표현합니다.

"눈꽃 하나가 그녀의 폐에 들어와 수련이라는 식물로 변하여 점점 폐 속에서 자라난다."

라고 말입니다.

이 병의 치료법은 엄청난 양의 싱싱한 꽃을 매일 선물하는 거라고 미셸은 표현하죠.

영화 <무드 인디고> 스틸컷


싱싱한 꽃을 매일 선물한다. 와우.

가족이 지속적인 관리를 요하는 병에 걸리면, 무엇보다도 가족 건강을 위해 지출이 대폭 커지게 되는데, 그것을 매일 싱싱한 꽃을 엄청난 양으로 사야한다고 표현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사실 안 나가도 되는 돈을 많이 쓰게 된다는 의미죠.

환자 입장에서도 찬가지죠.

나는 아파서 누워있고 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가족이 나를 위해 계속 큰 지출을 해야만 한다면 마음이 참 불편하잖습니까. 그것을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면서 매일 싱싱한 꽃을 듬뿍 받아야하는 입장으로 표현하죠.


꽃을 사려고 끊임없이 지출하는 남자의 마음도

표정이나 말 대신, 영화 색감으로 표현해 버립니다.

영화 <무드 인디고> 스틸컷

컬러의 차이, 느껴지시나요.


정말 어떻게 보면, 다른 영화에서 처럼 말입니다.

마음이 힘든 장면에 친구를 불러내거나 해서 소주 한 병 놓고

'야. 나 이러저러해서 너무 힘들어.' 터놓고 대사하는 것보다 매일 싱싱한 꽃을 왕창 사버린다고 표현하니, 그 부담감이 훨씬 더 크고 무겁게 와닿아 버립니다.
그렇죠. 그런데 참 적절한 비유 아닌가요?

꽃이라는 게 실은 절약할 땐 굳이 안써도 되는 돈인데. 건강했다면 굳이 안 써도 되는 돈을, 병에 걸렸으니 써야하고 병에 걸린 그녀에게 최대한 부담은 주지 않아야 하니까.

아름다운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써야죠?

나 아직 힘들지 않아. 봐. 안 지쳤어. 나 아직 이렇게 밝잖아

싱싱한 꽃 같지?

하며 척 병원비를 내죠.

싱싱한 꽃을 안겨주듯이.

표현이 독특해도 현실 속 누구나 겪는 마음을 시각화하니 굉장히 매력 넘치는 작품이 되는 겁니다.

두 사람이 풋풋하던 시절엔 구름 모양 놀이기구 타는 장면도 나오는데, 놀이기구가 공사장 기중기에 매달려 있죠.

삭막한 장소마저도 사랑에 빠진 이들에겐 더 할 나위 없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색다른 소품이나 배경을

더하여 표현할 생각을 한 건지 창의성이 대단한 것 같아요.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정상이 아닐 뿐이다."

라고 했는데, 무심코 지나쳤던 것을 독특한 예술가들 덕에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런 작품 보면서 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 악수하는 장면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알려드리지는 않을게요, 다만 악수의 방법이 아주 우습고 독특한데, 그 장면을 보며 무릎을 쳤니다.

그렇지!

악수야말로 진정 사람을 만날 때,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었지!

굉장히 놀라며 진지하게 제가 깨달았죠.

우리에겐 사소했던 것들에게도 하나씩 소중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랑스럽고 꼼꼼한 작품입니다.

네? 악수를 알려달라구요?

어떤 형식의 악수인지, 그 행동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 같은지, 영화로 확인해 보시지 그래?

그런데 보신다고 의미를 아시 하려나?


네. 알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확인하고 싶어지네요.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한 편의 그림 감상하는 느낌도 났겠다,

싶은데 당연한 질문이겠죠?
그렇습니다.

스토리가 흘러갈수록 색감도 변하죠.

변해가는 사랑을 비비드, 파스텔, 모노톤 컬러, 그리고 결국 나중에는 화면이 흐릿해지기까지 하며 변화시키죠. 색감과 배우의 몸짓에 깨알같이 창의적인 양념을 듬뿍 부은 <무드 인디고> 보시며 한 번 웃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 영화 보실 때 와인이 생각나실 수도 있다는 점, 슬쩍 알려드리죠.


영화 <무드 인디고> 스틸컷


우리가 보는 뉴스에 컬러가 있다면 어떤 컬러일까요?

흑백에 가까울까요?

사람의 감정을 독특하게 표현하여, 우리 마음을 도닥여주는 예술가들이 더 늘어난다면, 세상이 파스텔 컬러로 밝아질 수 있을까, 상상해 봅니다.

우리의 시선이, 이런 예술가에 의해 더욱 다양한 빛으로 빛나겠죠?

상상력이 탐나는 영화<무드 인디고>였습니다.


영화 <무드 인디고> 포스터

author, SuJi

영화서점

keyword
이전 02화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