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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Dec 24. 2020

패밀리 맨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18

지난 작품 <플랜맨>에 이어 오늘은 <패밀리 맨>이네요.

크리스마스 하면 바로 <패밀리 맨>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영화예요. 가정이라는 울타리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작품이죠.


            

따뜻한 가족 영화 좋죠. 리 부모님들 세대는 형제, 자매들이 우리 때 보다 많았는데, 요즘은 가족 구성원이 적어서인지 내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커지는 것 같아요. 살짝 옛날보다는 이기적으로 내 가족만 챙기기도 하고? 친척들과의 왕래도 더 줄어들기도 하고요.

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생활문화겠지만 아쉽긴 하죠. 대가족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훨씬 사회성이 좋다잖아요. <패밀리 맨>은 더 나아가 소가족, 핵가족도 아닌 오직 개인으로 살던 사람이, 가족의 사랑에 대해 실감하게 되는  포근한 작품입니다. 2000년도 연말에 개봉하여 흥행했었죠. 우리나라에서 '케서방'으로 불린다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등장합니다.


             

케서방! 맞습니다. 한국계열 미국인 여성과 결혼해서 붙여진 별명이죠. <노잉>이라는 영화 제작 발표회를 할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서 더 친근감을 주기도 했었죠.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는 영화는 모르시는 분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그렇게 멋있게 등장하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패밀리 맨>에서 많이 망가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패밀리 맨> 스틸컷. 출처 : 구글

    

         

실제로도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윽한 눈빛으로 감쪽같이 코믹 연기를 그렇게 잘한다던데, 망가지기까지 한다구요? 어떻게 망가질지 기대되네요.  

혹시 1990년대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 아실까요? 스토리 안에서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예스'와 '노'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때 '그래! 결심했어!'라고 먼저 외친 뒤에야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 결심했어!'라는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죠. 예스했을 때와 노했을 때가, 각각 다른 결말로 끝나는 흥미로운 진행이었는데 <패밀리 맨>이 바로 그 구성과 닮아있어요.


 

구성이 신기하네요. 살짝 코미디 영화처럼 여겨도 될까요? 맞다면 볼 때도 전혀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전체 관람가면 더 좋았겠지만 담긴 철학이 있는 만큼 15세 관람가예요. 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죠. 아무런 부담 없이 보시면서 많이 웃으실 거예요. 니콜라스 케이지가 맡은 캐릭터 이름은 '잭'. 여배우 티아 레오니가 맡은 캐릭터는 '케이트'예요. 두 주인공 잭과 케이트의 젊은 시절부터 영화가 시작되는데요, 연인 잭과 케이트는 지금 공항에 있습니다. 이별을 하려는 장면인 거죠. 잭이 일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게 되었거든요. 그러나 마지막까지 케이트가 잭을 잡아 봅니다. '잭, 나라면 일보다 우리를 택할 거야.'라며 잭을 붙잡아 보죠. 그러나 잭은 '반드시 1년 뒤에 우리 만나자, '라고 말하며 떠나버리죠.


          

아. 불길하네요. 보통 이런 약속을 하면, 누군가 한 사람이 꼭 어기더라구요. 주로 누가 어기냐면, 반드시 돌아올게,라고 말하는 사람이 어깁니다. 제 말이 맞지 않나요?

정확하죠. 1년 뒤 반드시 만나자고 했던 잭이, 예상대로 약속을 어깁니다. 두 남녀가 공항에서 이별한 후 바로 영화에 '13년 후'라는 자막이 떠버리거든요. 그리고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 전문 벤처기업가로 변신해 있는 잭을 보여줍니다. 잭은 맨해튼의 펜트하우스에 살며 스포츠카 페라리 550M의 주인이 되어 있. 2천 불짜리 최고급 양복을 입은 잭은, 이 시대 진정 성공한 사람이 되어있노라 자부하고 있죠. 그러나 멋지게 변한 것은 분명해도, 잭에게는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사랑하는 연인 케이트를 버리고서라도 뉴욕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던 그 삶의 철학. 즉, 명예 앞에선 무엇도 중요치 않다고 여기는 삶의 철학은 변하지 않았어요.

영화 <패밀리 맨>

 

그런 기준과 철학 덕분에 더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아닐요. 그게 진짜 성공인지는 영화 끝까지 가 봐야 알겠지만요. 그런데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 공과 사가 맞물릴 때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결혼 앞두고 휴일에 상견례가 잡혔다 쳐요. 그런데 직장에서 갑자기 긴급회의가 발생해서 연락이 옵니다. 원으로 당연히 회사 사정도 이해 합니다만, 상견례 약속을 어기긴 좀 그렇잖아요, 이렇게 공과 사가 맞물릴 때 잭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잭은 직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죠. 정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일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잭에겐 휴일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어떤 약속도 중요치 않죠. 오로지 더 성공하냐 안 하냐만 잭에겐 중요합니다. 심지어 동료들에게까지 그렇게 살아갈 것을 강요하죠. 동료들은 주변도 좀 돌보라며 잭에게 충고와 불만을 표하지만 글쎄요. 전혀 잭에겐 먹힐 리가 없죠. 잭은 자신이 이 위치를 유지하는 비결이, 오직 공적인 것을 우선시하는 자신의 마음 가짐 덕분이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죠. 그날도 늦게까지 일한 뒤, 200평 대궐 같은 집으로 돌아가던 잭이, 편의점에 들렀다가 강도를 만나게 됩니다. 캐쉬라고 불리는 이 강도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복권을 현금으로 교환해달라고 하다가 실패하자,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는데요. 잭은 강도 캐쉬에게 순발력 넘치는 지혜로, 강도의 복권을 자신이 대신 구매해주고 위기를 모면해요.


          

영화 <패밀리 맨> 출처. 구글



역시 일과 명예를 우선시하는 삶이었다 보니, 저절로 체득된 사업수완이, 위기 순간엔 기지로 발휘되었네요. 게다가 가진 돈도 있었겠다. 잭도 위기를 모면해 운이 좋았지만, 강도 캐쉬도 운이 좋았죠. 바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잖습니까.       

그런데요. 복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잭에게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늦어진 업무에 강도까지 만난 돌발사고로 지쳤는지, 평소보다 피곤했던 잭이 자신의 화려한 명품 침대 위에서 잠이 들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난데없는 캐럴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굉장한 일이 벌어져있는 거죠. 자신이 눈을 뜬 곳은 어젯밤에 잠들었던 잭의 침대가 아니었던 거죠. 서민적인 소박한 집 내부가 보이고, 침대 위엔 누군가가 함께 올라와 있죠. 잭은 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아이와 강아지를 보게 됩니다. 13년 전 연인이었던 케이트가 바쁘게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게 돼요. 잭은 너무나 놀랍니다. 그러나 잭 이외의 모두 아주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죠.

  

영화 <패밀리 맨> 스틸컷. 출처_구글



다시 자막이 나오지는 않았나요? 아까처럼 13년 후라든지 하는 자막요. 중간에 시간이 건너뛴 것이 아니라 바로 다음 날이 맞다면, 이건 뭐 꿈이거나, 너무 일에 지친 나머지 정신이 어떻게 되었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요? 잭은 놀라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상황도 당혹스럽네요.

도무지 믿기 힘든 잭은 곧 바깥에 세워진 아무 차를 타고 무작정 회사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자신만 보면 깍듯하게 인사하던 경비가 마치 잭을 처음 보는 사람 취급하며 문전 박대하죠. 잭은 자신이 누구인지 몇 번이나 언급해봅니다회사에서 나오는 동료들조차도 잭을 알아보지 못하죠. 인사를 건네도 아무도 잭을 기억하지 못하는 표정입니다. 억울하게 쫓겨난 잭은 마침 자신의 페라리 550M을 몰고 가는 복권 강도 캐쉬를 발견하는데요. 캐쉬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캐쉬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는 사라집니다.


당신은 지금,
13년 전 공항에서 '뉴욕 행'이 아닌, 케이트를 택했을 때의 인생을 살고 있어요.
이 상황을 끝내려면, 무언가를 깨닫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무언가를 깨달아야 한다구요? 13년 전, 성공이 아닌 사랑하는 연인을 선택했더라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지금의 삶'에서 잭이 무언가 깨달아야 다는 말이네요.        

네. 잭은 당연히 수긍도 적응도 못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케이트가 있던 집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이방인처럼 가족과 융화되지 못한 채, 회사 돌아갈 생각만 계속하죠. 그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아기 기저귀 갈기, 딸 유치원 보내기 등 맡겨진 일을 어색하게, 남의 일처럼 수행하는데요, 머릿속에는 오직 회사 생각뿐이고, 다시 돌아갈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아버지라는 감정이 잭의 마음에 싹트는요. 연인이었던 케이트가, 잭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는 모습 새삼 매력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게 차츰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따뜻함에, 아기 걸음마처럼  서툴 스며들게 되는데요. 가족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게 될 무렵 불현듯 잭 앞에 다시 위기가 옵니다. 성공과 가족,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펼쳐지는 거죠. 바로 그때, 잭의 입에서 전혀 잭 답지 않은 명언이 탄생하게 됩니다.

 

어떤 삶이 우리를 기다리든 난 우리를 택할래.

영화 <패밀리 맨>

바로 내일 당장, 우리 앞에 어떤 삶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우리!

우리, 라는 따뜻한 언어로 마음 놓고 말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 얼마나 든든한가요.

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제목, <패밀리 맨>

가족의 소중함을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며, 한 번 더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맞이하십시오.

Merry ChristMaS!


영화 <패밀리 맨>



author, SuJi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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