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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Jan 04. 2021

책 도둑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33

<책 도둑>이면 이번엔 도둑의 인생까지 만나 봐야 하는 건가요?

그럼요. 도둑이 주인공이니까 함께 도둑의 인생을 들여다 보도록 해요. 딱히 나쁘진 않으실 걸요?  


          

그런가요. 도둑이 등장하는 영화로는 국내 영화 중에서 <도둑들>있었고, 쇠 도둑 나오는 <럭키> 있었죠.

아마도 도둑이 등장하는 영화 중에, 오늘 도둑이 제일 어린 축에 속할 거예요. 이제 막 입학한 소녀거든요.  


영화 <책 도둑> 스틸컷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소녀라는 단어는 순수한 이미지인데, 도둑이 되어야만 하는 사연이 있는 건지, 이 영화에서 소녀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먼저 영화 배경이 나치가 기승을 부리던 1938년 독일이에요. 2013년 미국, 독일에서만 개봉, 우리나라는 정식 개봉을 안 했는데, 다른 경로를 통해 이미 많은 관객이 알아서 보고 계시죠. 그만큼 입소문을 탔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작이에요. 소녀 리젤이 주인공인데요. 훔치는 물건이 딱 한 종류죠.           



그게 바로 책이군요. 리젤이 왜 책만 훔치는 건지 궁금합니다. 다른 물건은 전혀 손을 대지 않나요?  

손대지 않고 오로지 책만 훔칩니다.            


영화 <책 도둑>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훔치는 물건이 오직 책이어서 한 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옛말에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란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세계 2차 대전 당시라면 문제가 조금 다른 것이, 당시 히틀러가 민중문화 말살정책으로 책을 불사르던 때이지 않습니까? 책 훔치는 것이 그때는 위험했을 때죠.

맞아요. 정말 위험한 행동이죠. 하지만 리젤은 위험성을 피부로 못 느꼈나 봐요. 당시 공산당의 당원이었던 리젤의 엄마가 시기가 좋지 않음을 느끼고, 몸을 숨기며 리젤과 남동생을 입양시키게 되는데요, 입양시키러 가는 기차 안에서 그만 엄마 품에 안긴 채 동생 사망하죠. 남동생의 장례식장에서 묘지 관리사가 떨어뜨린 묘지관리 지침서를 리젤이 줍게 되는데요, 난생 처음으로 글자라는 것을 접하게 된 리젤은 글자를 더 배우고 싶은 열정에 불타올라, 묘지관리 지침서를 보물처럼 안고 한스 부부에게 입양됩니다. 새아빠 한스가 그 모습을 보고 묘지관리 지침서로 리젤에게 글자를 가르쳐주기 시작하죠. 어느 날 군인들이 마을의 책을 전부 모아 강제로 불태우던 날, 독일군 몰래, 타들어가는 책 한 권을 리젤이 훔칩니다.


영화 <책 도둑>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처음 책은 우연히 주웠다 해도, 두 번째 사건은 위험을 무릅쓴 행동인데, 리젤 입장에서 목숨을 걸 무엇인가가 있었을까요?  

그때는 큰 의미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리젤의 책 훔치는 장면에서, 나라를 점령당한 상황에 국민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죠. 리젤이 아니면 그들의 언어로 기록된 책이 한 권도 남지 않을 뻔했거든요. 말이라는 것은 전달 과정에서 와전되지만, 글은 기록이니 증거의 가치가 있잖아요. 한 민족의 언어가 사라지면 민족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죠. 그래서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글과 이름을 못 썼던 적도 있었죠.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을 시키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아직 어린 리젤이 그런 심오한 뜻을 갖고 책을 훔치진 않았겠죠. 그냥 순수하게 더 많은 글자를 알기 위해서였겠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었습니다. 내용은 시작부터 죽음이라고 불리는 저승사자의 내레이션이 등장합니다.


 "나는 누구나에게 찾아간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 즉 이런 전쟁 상황에는 정해진 시간 내에 수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찾아가기도 한다. 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다. 그 사람의 많은 재산도 이제 타인의 것이 된다."


섬뜩한 내레이션이죠. 죽음은 누구나에게 다가오는 것인데, 과연 죽기 전에 한 개인으로서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이며, 다음 세대에게 남겨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 영화 통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영화 <책 도둑> _ 출처: 네이버



좋은 글을 남기는 것도 좋은데, 대부분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좀 더 좋은 것을 물려주려 하다 보니, 그게 경제적인 부분과 밀접해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적 부분도 자녀 입장에선 감사하겠죠. 하지만 새아빠 한스는 리젤에게 재물이 아닌, 글을 알려줬기에, 리젤이 90세까지 기록이란 것을 할 수 있게 되죠. 안네의 일기가 큰 가치를 지닌 것처럼 사소한 소녀의 기록이 역사적 가치를 새로 입힐 수 있으니 오히려 물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시사하는 바가 큰 영화인데, 전쟁 중이고, 유대인도 나오고, 책 태우는 분서 장면이라든지, 긴박감이 꽤나 큰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에 맥스라는 유대인 청년이 옵니다. 맥스는 예전에 새아빠 한스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은인의 아들이죠. 위험한 상황에서도 한스는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스를 지하실에 숨깁니다. 한스가 리젤에게 읽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맥스는 쓰는 것을 알려주는데요, 맥스는 자신의 히틀러 관련 책을 하얗게 칠한 뒤 새 노트처럼 만들어 리젤에게 선물하고 떠나요. 이후 폭격으로 한스 부부가 세상을 떠나는데요. 새엄마 아빠가 리젤에게 남겨준 건 폭격으로 사라진 집도 재산도 아닌 오직 글이었죠.


영화 <책 도둑>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유대인 청년 맥스가 선물한 노트 속에, 책 도둑인 리젤이 결국 글을 쓰게 되나요?       

맥스가 떠나기 전 날 노트를 내밀며 말했었죠.

리젤, 글을 써. 단어는 생명이야.

영화 <책 도둑>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리젤은 그 말을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고 90세까지 많은 글을 쓰죠. 이 영화의 첫 시작인 내레이션 저승사자가 결국 영화 후반부에 늙은 리젤에게도 찾아갑니다. 그때 저승사자는 이렇게 말하죠.

 죽음은 사람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다.
 그의 재산도 타인의 것이 된다.
그러나 리젤은 글로써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내게로 왔다.


영화 <책 도둑>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우리가 은연중에 잊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글자를 알고 있는 것도 능력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 능력을 새삼 크게 느끼면서, 이 세상을 작별할 때, 누군가에게 남겨줄 수 있는 나의 글, 그리고 나의 생각이 있다면, 그것이 과연 어떤 내용일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기록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흔적을 글로 남기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죠. 

그것이 일기여도 좋겠고, 한 통의 편지여도 괜찮지 않을까요? 영화 <책 도둑> 소개였습니다.      


영화 <책 도둑> 포스터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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