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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Jan 09. 2021

라스트 홈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34

<라스트 홈>에서 우리는 어떤 인생을 만나보게 될까요?

경제적 순위 1%에 속한 사람과 나머지 99%에 속한 서민들의 인생을 만나볼게요.


     

이번엔 경제군요. 영화로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경제 관련 영화라면 도움도 조금 될 것 같은데요? 

네. 돈 때문에 행복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론적으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갑과 마음의 여유가 비례할 때가 많죠. 지갑이 좀 두둑하면 괜히 지쳐 보이는 후배도 눈에 들어옵니다. 커피 한 잔 사주면서 힘내라고 챙겨주는 넉넉한 마음도 우리에게 생기죠. 그런데 지갑이 얇아지면 마음의 여유도 같이 줄어들지 않나요? 나아가서 간혹 자신감까지 줄어들 때가 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선 물질적 풍요로움이 곧 행복이라는 주장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문 닫는 가게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행복한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아니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물질이 풍요로워야만 행복한지에 대해 이제 한 번 파헤쳐 볼 텐데요. 영화에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99%의 서민에 속한 데니스 내쉬, 그리고 경제적 상위권 1%에 속하는 부자 릭 카버예요.


영화 <라스트 홈>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99%1%라고 하시니, 뭔가 대결구도로 느껴지면서, 도중에 화가 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벌써 듭니다.

실제로 많은 분이 체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비슷한 영화들 중 실화로 제작된 영화를 선택했어요. 이 작품 <라스트 홈>은 미국 부동산 대출 시장이 붕괴되면서 월 스트리트 주가가 폭락하고, 2008년 미국에 경제 위기가 왔을 때의 실제 인물들로 구성된 실화입니다.


          

당시 미국은, 경기침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직장을 잃어서, 수입이 없으니 대출이자를 못 갚고, 대출 이자를 못 갚으니 신용불량자가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니 또 취업 안 되고, 악순환이 거듭되던 때였죠.     

주인공 데니스 역시 대출 이자를 못 내어서, 평생 살던 집에서 퇴거를 당하게 됩니다. 데니스 역할을 맡은 앤드류 가필드는 스파이더맨으로 잘 알려져 있죠. 당시 감독이 앤드류 가필드의 내공을 믿고 쫓겨나는 서민 역할을 맡겼다고 하는데요, 시나리오를 읽은 앤드류 가필드도 마음 아파하며, 사명감을 띠고 이 역할을 해내겠노라 했다죠. 영화 속 데니스는 초등학생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있고, 어머니를 모시는 가장이에요. 대출 이자를 체납 중이긴 했지만, 수시로 은행에 전화해서 언제 갚는 게 좋을지에 대해 상담을 받을 만큼 체납자로서의 의무를 잘 지키려던 의지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은행 직원도 아직은 문제 될 것 없다고 해서, 어서 돈을 갚으려고 애쓰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경고 한마디 없이 은행에서 데니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게 됩니다.


          

괜찮다고 해놓고 예고도 없이 소송을 걸면, 개인이 은행을 상대로 이길 확률이 설마 높겠습니까? 이건 상황이 억울하죠.

그렇죠.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법원에 가보지만, 법원에서는 마치 대기자에게 물건 나눠주듯 몇 분 만에 데니스 집이 은행으로 넘어간다는 판결을 성의 없이 내리죠. 억울한 데니스가 갑자기 이런 법이 어디 있냐며 항의를 하는데요, 당시 나라에서는 나빠진 경기 흐름에 대한 문제를 의도적으로 이렇게 해결해가는 상황이었으므로, 판사는 데니스를 무시하게 됩니다.


 

전체적 흐름과 회복을 위해 부득이 실행하는 법인지는 몰라도, 서민에겐 큰 고통이에요. 터전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평생 살던 집인데, 집에 대한 보상금이라도 있나요? 앞으로에 대한 보상이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사비용만 줍니다. 이사비용으로는 거처 하나 마련하지 못하죠. 데니스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며 절대로 집을 안 뺏기리라 다짐합니다. 그러나 판결이 난 바로 뒷날, 보안관을 대동한 퇴거 진행원이 찾아와 단 2분 만에 짐을 다 빼라고 하죠.           

영화 <라스트 홈>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며칠 여유도 주지 않고 바로 다음 날 퇴거라구요? 이 사람들이 진짜 인정사정없군요? 그래도 데니스가 가족들 앞에서는 의젓한 가장인데, 퇴거 진행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까지 보여야 하고, 상황이 서글프고 참 분하겠다, 싶습니다.

가장의 체면도 없이 사정하는 데니스와 그의 가족에게 퇴거 진행원이 이야기합니다.

"이 집은 은행 소유다. 당신들은 현재 무단침입 중이며, 2분 내로 나가지 않으면 강제로 내보내겠다."

데니스가 '평생 살아온 집이야!'라고 외치자, 다시 퇴거 진행원이 이야기하죠.


집에 감정을 섞지 마, 이건 그냥 네모난 박스야.


분해도 처음 당해보는 상황 앞에서, 서민으로서 대응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데니스가 결국 눈물을 글썽이죠.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힘든 시기인데, 퇴거 진행원이라는 직업은 계속 있고, 심지어 퇴거 진행원은 상위 1%에 속하는 호화주택이 100 채도 넘는 겁니다.

          


나라가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데니스 같은 사례를 만든다면서, 이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나도 되는 건가요?

퇴거 진행원 릭 카버라는 인물을 마이클 섀넌이 연기했어요. 공손하지만 기계적인 태도로 사람을 내쫓는데요, 지배받지 않고, 지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냉혈한의 모습을 완벽히 표현했어요. 데니스는 가족과 힘겹게 모텔 생활을 전전하다, 결국 릭 카버 밑에서 일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죠. 이때 릭 카버가 제안합니다.


미국은 패자들을 구해주지 않아.
여긴 승자를 위해 세워진 나라야.
 방주에 올라타는 1명이 될 텐가, 휩쓸려가는 99명이 될 텐가?
영화 <라스트 홈>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가족 생계를 책임진 데니스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자녀를 두신 가장들은 여기서 데니스에게 공감하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 릭 카버처럼 데니스도 사람들 집을 두드리고 내쫓으며 돈을 벌게 되죠. 그리고 잃어버렸던 자신의 집을 되찾고 더 많은 수익도 취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가게 되고, 마음을 돌이켜 눈물을 흘리죠. 데니스가 퇴거를 외치며 문을 두드릴 당시, 문을 열어주던 연기자들 절반 이상이, 사실은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의 실제 피해자들이었답니다.


영화 <라스트 홈> 스틸컷_이미지 출처:구글

영화는 평범한 사람이 도덕적으로 살면 평생 만질 수 없는 돈을, 엄청난 부를 누리는 상위 1%가 어떻게 끌어모으는지 상세히 나와 있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경제의 흐름에 큰 눈을 뜨게 해 주니 반드시 보고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죠. 아, 그래서 릭 카버는 끝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로 행복할 수 있었냐고요? 네. 끝내 부자를 고집하던 릭 카버는 퇴거당하여 힘든 사람들이 무수히 많아지자, 그것이 곧 자신을 원망하는 사람이 무수히 늘어난 것이 되었고, 사람들의 보복이 두려워 호화 주택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주택 안에서만 산다고 합니다. 그래도 본인 스스로 그것이 최대 행복이라고 느낀다면 행복한 거겠죠, 뭐.


라스트 홈.

실화이기에 더욱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호화 주택 안에 갇혀 사는 릭 카버를 볼 때, 재산이 많은 것과 행복은 무관한 것 같죠. 

행복의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나마 조금은 안도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닌가 싶네요.

물질을 주는 사람보다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제 사건, 실제 인물을 다룬 경제 영화 <라스트 홈> 소개였습니다. 

영화 <라스트 홈> 포스터_이미지 출처:구글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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