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tzMe Jan 09. 2021

김씨표류기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36

표류하는 한 김 씨의 인생을 만나게 될까요? 

2009년 개봉작인데, 개봉 당시 그다지 흥행을 못했지만 국내보다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고 미국의 대학교 영화 교재에까지 실리게 된 굉장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표류하는 김씨의 인생을 소개할게요.  
 


오. 미국에서 대학교 영화 교재에 실렸다는 것은 몰랐던 사실인데요.

영화에서 보여주려는 상징성과 의미들이 소품 배치에까지 하나하나 잘 베여있는 섬세한 작품이에요.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처럼 홍보되었는데, 혹자는 영화 제작자가 교과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교훈이 큰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등장하는 김 씨가 유명한 위인이라도 되나요?

그저 평범한 일반 사람이에요. 남자 김 씨, 그리고 여자 김 씨가 등장합니다.



두 김 씨가 등장하는군요?

남자 김 씨는 세상에서 버림을 받았고, 여자 김 씨는 본인이 세상을 버렸죠.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삶이 고립되어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어딘가에 고립된 채 표류하는 두 김 씨!

영화 초반에 남자 김 씨는 죽음을 결심하고 한강에 투신해버립니다.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예? 초반부터 바로요? 왜죠?

회사가 파산했고 본인이 엄청난 빚을 졌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죽지 않았어요. 한강에 있는 밤섬으로 떠내려가게 되는데, 밤섬은 뻔히 한강대교도 보이고 지나가는 차들도 볼 수 있는 곳이었죠. 그러나 밤섬까지 이동수단이 전혀 없는 겁니다. 장소 또한 사람들에게 존재감 없는 곳이다 보니, 굳이 눈 여겨 섬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어요. 졸지에 무인도 아닌 무인도에 갇혀버린 상황이 되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무인도에 갇혀 세상과 연이 끊어지니까, 오히려 남자 김 씨가 삶의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합니다. 죽는 것은 언제든 하면 되는 거니, 일단 한 번 살아보자, 하는데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두 김 씨를 통하여 표류하는 인간들의 생존하는 기술을 재밌게 그려갑니다.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한강에 있는 무인도에 표류한다, 재미있는 설정인데요. 군중 속을 떠나 혼자 고립된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자기 자신과 직면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군요. 다시 먼 곳에서 군중만 바라보지 말고 말입니다. 여자 김 씨는 어디에 있나요?

방에 있습니다. 여자 김 씨는 3년 동안 자신의 방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숨어 살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할까요. 인터넷 속에 또 하나의 자신을 만들어 두고, 명품을 수집하는 아름다운 여성인 척 살고 있죠. 부러움의 댓글이 달리면 만족해하며 오직 모바일과 인터넷 세상에서만 가짜 인생을 살고 있어요.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여자 김 씨도 결국 자신의 삶에 정착하지 못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표류하는 중이네요. 정리해보자면, 군중을 벗어난 남자 김 씨와 군중 속에 있지만 은둔자인 여자 김 씨인데, 혹시 이 두 사람? 만나게 되나요?

여자 김 씨가 인터넷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과 통하는 통로를 하나 가지고 있어요. 그건 바로 카메라인데요. 망원 렌즈를 달고도 사람이 없어야만 창을 열기 때문에, 주로 밤에 달 사진만 찍었는데, 하루는 민방위 훈련이 있는 날이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어서, 창문을 열고 망원 렌즈로 밖을 봅니다. 그러다 밤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죠.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여자가 남자를 관찰한다 해도 망원 렌즈로만 봐야 하는 먼 거리겠네요. 육지와 섬이니까. 소통을 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겠어요.

네. 처음에는 남자 김 씨가 모래사장에 영어 대문자로 크게 헬프라고 써둔 것을 여자 김 씨가 보게 되죠.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글자가 바뀌어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살을 보류하고 열심히 삶을 개척해가던 남자가 섬 생활에 적응을 하게 되면서, 모래사장에 쓰인 HELP의 알파벳 뒤를 바꾸어, HELLO라고 적어둔 것을 보게 된 거죠. 그 글자를 본 여자 김 씨가 갑자기 너무나 그 헬로에 대답이 하고 싶어 집니다.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드디어 소통하고 싶어 졌네요. 문만 열고 밖으로 나가면 되는데, 아직 용기가 없겠죠?

여자는 작은 용기를 냅니다. 와인 병에 헬로라고 쓴 종이를 넣고, 밤섬에 던지기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어두운 밤, 밖으로 나가죠. 힘껏 한강을 향해 와인 병을 던지고, 그 와인 병은 남자의 손에 들어갑니다. 드디어 둘의 소통이 시작된 거죠.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웃긴 장면이겠네요. 하지만 계속 와인 병으로만 소통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럼요.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는 소통과 희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먼저 두 사람이 찾는 희망이 재밌으면서도 의미 깊은데요, 남자 김 씨의 희망부터 살펴보면, 어느 날 낡은 짜파게티 봉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속에는 면은 없지만 밀봉된 스프가 남아있었죠. 남자는 사진을 보며 간절하게 짜파게티를 먹고 싶어 합니다. 스프는 있으니 면만 구할 수 있다면 먹을 수가 있겠죠. 짜파게티를 먹을 방법을 절실하게 고민하던 남자는 그 간절함과 절실함이 계기가 되어, 면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합니다. 기필코 해내리라 다짐하죠. 먼저 새의 배설물을 뒤집니다. 그 안에 씨앗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심게 되죠. 새싹이 돋아나던 날 벅찬 감격에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렇게 아침에 눈만 뜨면, 농작물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고, 결국 옥수수를 수확하기에 이릅니다. 옥수수를 빻아서 반죽을 하죠. 그리고 결국 짜파게티를 먹게 됩니다.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대단하군요. 그 과정을 통해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이런 것을 두고 인간 승리라고 하잖아요? 작게 보면 면발 하나지만, 큰 의미에서는 불가능의 벽을 뛰어넘은 건데, 현실에서 많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희망이 없다고 여기며 방황하는 사람들과 비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여자는 남자를 늘 관찰하며 생존에 대한 의지를 느껴가기 시작하죠. 대리만족이라고 할까요. 본인은 할 수 없는 삶에 있어서의  절실함을 바라보며, 마음이 묘하게 꿈틀거립니다. 중간에 농작물을 키우는 남자를 안타깝게 여기며 익명으로 밤섬에 자장면을 배달시켰으나 남자 김 씨가 거절하는 것을 보죠. 남자는 자장면은 저의 희망입니다, 라는 명언과 함께 배달부를 돌려보내거든요. 배달부가 갸웃거리며 돌아갈 때 관객들은, 밤섬까지 배달부가 왔어. 쟤는 어떻게 돌아가? 쟤 갈 때 따라가야지! 하며 폭소를 터뜨리죠.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농작물 키우기에 열중한 남자 김 씨의 희망이, 마음에 불씨를 지펴 결국 여자도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세상에 발을 디딜 희망을 가져봅니다.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소통이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타인과의 소통에서 문제는 더욱 늘어나는 요즘 시대죠.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극단적 상황에 처한 두 김 씨를 통해 보여주는데요, 기발하고 유쾌하지만 정말 교과서 같은 바른 작품이며, 울림이 큽니다. 두 김 씨의 실제 배우는 두 정 씨 배우가 맡았죠. 정재영, 정려원 배우가 명연기를 펼쳐주는 <김씨표류기> 국내 영화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명작입니다.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_이미지 출처: 네이버



희망을 주는 작품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떤 불가능을 뛰어넘는다는 것.

무인도가 아닌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이 있더라도,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이겨야 하는 것이고,

타인과의 소통 역시, 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도구일 텐데,

이 작품이 주는 감동으로 내 삶에 진정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내 안에 채워야 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의 대학교 영화 교재에 실린 한국의 영화 <김씨 표류기> 소개였습니다.


영화 <김씨표류기> 포스터_이미지 출처: 네이버



author, SuJi

영화서점

이전 05화 조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