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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zMe Feb 04. 2021

해피해피 브레드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58

무비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포근한 빵이 떠오르는 제목입니다.

그렇죠? 먹으면 행복해지는 빵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_ 구글



영화 속 빵을 먹으면 행복해질 수 다? 그런 영화 봐야죠.

2012년 1월 개봉작, 미시마 유키코 감독의 영화예요.



<해피해피 브레드>니까 혹시 빵 만드는 사람의 인생을 만나게 까요?

맞습니다. 젊은 부부 리에와 미즈시마를 만나게 될 텐데요, 이 젊은 부부가 도시를 떠납니다. 귀농을 해서 카페를 오픈하는데, 리에는 커피를 내리고 남편 미즈시마가 빵을 구워요. 그곳 카페 손님들과의 에피소드가 바로 영화 속 주된 내용이에요.



손님들과의 이야기라니 살짝 영화 <심야식당>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젊은 부부라면 도시에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수도 있는데 귀농을 했다니 제 편견일까요?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시작 부분에 짧은 동화 한 편이 나와요. 아내 리에가 어린 시절에 즐겨 보던 <달과 마니>라는 동화죠.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마니라는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항상 동쪽 하늘에서 서쪽하늘로 달려갑니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 달을 태우고 다녔죠.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어느 날 달이 마니에게 이야기해요.

"마니야. 나와 함께 하늘에 떠있는 태양 때문에 내가 너무 눈이 부셔. 네가 나를 위해서 저 태양을 없애주지 않을래?"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마니가 대답하죠.

"안 돼. 네가 저 빛을 받아야만 너도 누군가를 비춰줄 수 있어. 태양이 사라진다면 너도 빛을 받지 못해. 네가 빛을 잃으면 어두운 밤길을 걷는 사람은 누가 비춰주니?"

리에는 어릴 적부터 동화 속 마니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자신은, 깜깜한 밤.

누군가를 비춰주는 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동화인데도 의미가 있는 대사입니다. 어릴 적에는 동화책 보며 수많은 꿈을 꾸죠.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동심을 고스란히 간직하기란 쉽지가 않잖아요?

그렇지만 리에에겐 딸의 순수함을 지켜주려던 달 같은 존재 아빠가 계셨죠. 든든한 아빠의 보호 덕분에 어른이 되어서도 늘 꿈꾸듯 살고 잇던 리에였어요. 그러나 갑자기 자신을 비춰주던 아빠가 돌아가시게 되고, 아빠가 사라진 현실을 피부로 느끼면서 리에는 세상이 너무 깜깜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때 남편 미즈시마가 힘들어하는 리에에게 이야기하죠.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가자,라고 말이에요. 리에는 무작정 미즈시마를 따라 시골로 따라가요. 그리고 그곳에서 카페 마니를 오픈하죠.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_ 네이버



동화 속 '마니'가 카페 이름이 되었네요. 남편이 아내의 순수한 마음을 지키려고 도시생활을 접다니 아내를 아껴주는 남편을 만난 리에가, 참 사랑을 많이 받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태양의 빛을 듬뿍 받은 동화 속 달처럼 리에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거죠. 이 영화는 일본 홋카이도의 도야코 호수 부근에 실제로 있는 카페에서 촬영했어요. 실제 있는 '고슈'라는 카페가 영화에서는 '마니'라는 간판을 달고 제작되었는데요.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_ 네이버

아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떠나오는 곳이기에, 경치가 아름다운 이곳으로 로케이션을 설정했다고 해요. 끝이 안 보이게 펼쳐진 초록 들판과 파란 하늘, 도야코 호수의 풍경까지 더해지고, 호수 위 작은 섬과 허공의 통통한 흰 구름, 이 모든 풍경이 카페 마니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서 보이게 되죠. 자연 속에 건물이라고는 카페 마니뿐이어서, 더없이 여유롭고 환상적인 장면을 보시게 됩니다. 이 영화는 여름에 시작하여 홋카이도의 가을, 겨울을 다 보여준 뒤 봄을 맞이하며 이야기를 끝맺죠.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_ 네이버



경치가 예쁜 곳이니 사계절 풍경도 볼거리겠네요. 그런데 자연 속에 건물이라곤 카페 마니뿐이라면, 그런 외진 곳에 손님이 오긴 하나요? 요즘이면 손님이 일부러 더 찾아가는 추세지만, 2012년 영화라니, 혹여 손님이 안 오는 게 좀 더 현실적인 설정 아닌가, 싶기도 해서요.

워낙 한적한 곳이다 보니, 사계절 바뀌는 동안 세 번 손님이 옵니다. 여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그리고 겨울, 세 번인데, 그 손님들 외에는 인근 마을 이웃과의 왕래가 전부예요. 사람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는, 귀 밝은 아주머니, 야채장수 부부와 아이들, 아코디언을 켜주시는 아저씨, 그리고 우체부 청년이 이웃의 전부예요.      

영화<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이웃이 몇 안 되니 더 돈독해지겠어요. 빵을 구워서 나눠 먹기에도 적당한 인원데요?

그렇죠. 리에와 미즈시마는 그들에게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빵을 만들어 주고 싶었죠. 그래서 정성을 들이는데,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빵이란 예를 들면, 여름에는 토마토 빵.

영화<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가을에는 호박 빵, 겨울에는 콩과 치즈를 넣은 빵이에요.

영화<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부부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이웃 야채장수가 때마다 계절에 맞는 재료를 준비해주죠. 아코디언 아저씨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와서 갓 나온 빵과 커피를 맛봅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온갖 세상 걱정이 사라집니다. 혹시 근처에 빵 집이 어디 있더라? 떠올리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이웃 외에 계절에 한 번씩 온다는 손님 이야기해주시죠.

첫 번째 여름 손님은 도쿄 도시생활에 지친 직장인 여성, 그리고 철도 선로 바꾸는 일을 하는 시골청년 토키오예요. 여성은 남자 친구와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다가 바람을 맞았고, 그로 인해 절망에 빠져 이곳으로 온 거죠. 토키오는 매번 선로를 변경해주는 일을 하다가, 문득 열차 선로는 쉽게 바꾸면서, 자신은 늘 그 자리에서 한 가지 일만 반복하고 있음을 깨닫고 불쑥 떠나 온 거죠.

영화<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카페 마니에서 그렇게 만나게 된 도쿄 여성과 이 시골 청년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영화<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두 번째 가을 손님이에요.

다른 남자를 따라 떠나버린 엄마 때문에 슬픔에 빠진 아빠와 딸이에요. 엄마가 만들어주던 호박 수프를 그리워했는데, 리에와 미즈시마가 호박 수프를 만들어주죠.

서로 의식하며, 누가 한 사람 먼저 울걷잡을 수 없이 슬퍼질까 봐, 슬픈 티도 못 내던 아빠와 딸은, 호박 수프 앞에서 그만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냅니다. 마음을 터놓부둥켜안으며 울어요. 그것은 곧 치유의 시작일 테.

영화<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세 번 겨울 손님입니다.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 하나뿐인 딸까지 잃 노부부예요.
더 이상 당신들에게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인적이 드문 이곳 카페에서 인위적으로 생을 마감하려 온 것이었죠.

그러나 눈치 빠른 리에와 미즈시마의 따끈한 빵과 감자, 친절한 이야기로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카페에서 며칠을 더 묵게 되죠. 그리곤 다시 힘을 내어 돌아갑니다.

영화<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사람들에게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젊은 부부입니다. 리에가 어릴 때 읽은 동화 속 달처럼 부부가 어두운 곳을 비춰주고 있네요.

네. 특히 빵의 역할이 대단해요.

오븐에서 갓 나온 빵을 가을 햇살 아래에서 나이프로 자르는데요. 사각사각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려줘요.

영화<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예쁘게 잘린 빵을 깨끗한 접시에 올려서,

갓 내린 커피와 함께 내미는 장면을 보시면,

행복이 다가오는 것에 모양이 있다면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실지도 몰라요.

온몸을 감싸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영화가 끝나갈 때쯤 리에는 남편에게 이야기하죠.

"난 나의 마니를 찾은 것 같아."

자신이 좋아했던 마니를 드디어 찾았다고 합니다.

달처럼 그 자리 그대로 늘 머물며, 사람들에게 행복한 빵을 구워주고 싶은 리에. 그런 리에의 마니는 누구일까요?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포근한 작품,

그저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빵 만드는 게 삶의 목표일 수 있는 사람들 이야기여유로운 영화.

그 속에서 행복을 듬뿍 담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

어때요?

문득 허기지시진 않나요?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_네이버

아버지와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에,

자신도 누군가를 비춰줄 수 있는 달이 된 리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달을 태워간 마니 처럼,

리에를 아름다운 곳으로 데려온 마니는 바로 남편이었군요.

아름다운 두 부부는 달처럼 그 자리 그대로 늘 머물러서,

사람들에게 계절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고,

랑을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싶었고,

그리하여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군요.

빵은 허기진 배도 채워주지만, 추운 마음을 행복의 온기로 채워줄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는 난로 같은 영화입니다. 어두운 곳을 비춰주는 한줄기 빛 같기도 하고요.

혹시 마음속에 빛을 비춰주고 싶은 누군가가 떠오르신다면 따뜻한 하나, 오직 그 만을 위해 내밀어 보시죠. <해피해피 브레드>였습니다.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 _ 네이버

author,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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