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그리는 영화는 예전에도 많았고 지금도 무수히 등장하고 있는데요. <업그레이드>는 막연하지가 않아서 불안해지는 작품이었어요.
예전에 나왔던 공상 과학 영화 속 미래가 현재 우리 곁에, 여러 시스템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실제로 목격도 하고 있는데, 막연하지가 않은 작품이라면 현실 가능성이 뛰어나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미래를 그리는 영화를 이제 막연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이 아시지만, 오늘 작품 속 주인공을 이야기할 때 제가 벌써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과연 인생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까, 하는.
주인공이 로봇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분명 사람이 맞기는 한데요, 음. 일단 '그레이 트레이스'라는 이름의 남성이 주인공입니다. 배우 '로건 마샬 그린'이 연기하죠. 아주 사랑스럽고 예쁜 아내를 둔 멋진 남편으로 등장해요.
다행히도 사람이 맞군요.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요?
에론이라는 컴퓨터 회사 대표가 그레이에게 자동차 정비를 맡겼어요. 첫 장면은 그레이가 에론의 자동차 보닛을 열고 직접 정비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그레이는 무엇이든 인간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해요. 반대로 아내는 신체에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의 팔과 다리를 대신할 수 있는 최첨단 로봇개발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직접 시동을걸고 운전하는 그레이의 차와 달리, 아내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소유했죠. 로봇이 사람의 자리에 대신 채워지는 상황을 못마땅해하는 그레이는 아직도 웬만하면 오프라인을 고집하며 살아요.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오프라인을 고집한다는 것은 오프라인으로 가능한 남다른 능력을 본인이 가졌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인간 스스로의 능력을 지킨다는 가치적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회적인 능률 측면에서 보자면 글쎄요. 과연 로봇과 인간이 겨루었을 때, 능률적으로 경쟁이 가능할까요?
가능하지 않죠. 월등히 능률면에서 로봇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을 선호하면서도 부인의 일을 적극 응원하기도 해요. 실제로 전쟁에 참여하였다가 팔을 잃은 군인은, 그레이 아내가 개발한 로봇 팔로 인하여 큰 도움을 받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쨌든 오늘도 사랑스럽고 예쁜 아내 애샤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귀가를 합니다. 그레이의 집 주차장에 자동으로 주차되는 그녀의 차 앞에는 반기며 기다리는 그레이가 서있죠. 차에서 내린 그녀 역시 그레이를 향해 환하게 웃어요. 집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여전히 다정한 모습입니다. 애샤가 냉장고 문을 열고 맥주를 한 병 꺼내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는데요, 단순히 맥주를 꺼내 마시는 잠깐 사이에 인공지능 시스템이 얼마만큼 발전해있고, 어떤 작동을 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줘요.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첨단 시스템이 궁금해지네요. 그런데요. 초반에 사이가 좋은 장면을 보게 되면 조금 불안 요소가 커지잖아요? 자녀는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부부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만.
문제가 생깁니다. 앞서 그레이가 에론의 자동차를 수리 중이라고 했었는데요. 에론은 첨단 컴퓨터 회사의 대표예요. 정비 완료된 차를 에론에게 가져다줘야 하는 그레이는 아내에게 같이 갈 것을 요구합니다.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부인이 혼자 가라고 하자, 그레이가 다시 말하죠. 에론의 차에 아내와 자신이 함께 탄 뒤, 자율주행 자동차가 뒤따라 와 주어야, 컴백할 때 돌아올 수단이 있지 않겠냐고. 맞는 말이었기에 부인은 바로 그레이를 따라나섭니다. 앞에는 그레이와 아내 애샤가 타고 뒤에는 애샤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탑승자 없이 따라붙어요.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한적한 곳에 커다란 바위가 웅장하게 서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에론의 집이자, 연구소가 있습니다. 에론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자 신기하게도 에론은 허공에 떠 있는 구름을 살펴보고 있죠. 구름 속에는 번개가 저절로 생성되기도 합니다.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구름을 만든다? 보통 굉장히 발달한 기계가 등장하는 것을 보다가, 자연에 도전한다는 설정을 보니 살짝 불쾌해지기도 합니다.
그레이를 따라 내려간 아내 애샤는 에론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베셀 컴퓨터의 CEO 에론의 차를 남편이 정비할 줄은 몰랐던 거죠. 애샤는 에론의 명성을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에론은 구름을 만들고 있었다고 하며 자신이 개발한 아주 작은 '스템'이라는 인공지능에 대해 소개하죠.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문제없이 그레이와 애샤는 귀가하는 길로 들어섭니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탄 자율주행 자동차는 집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죠. 알 수 없는 전복사고가 나고 두 사람이 겨우 차 밖으로 빠져나오지만,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에 의해 그만 부인이 그레이의 눈 앞에서 살해당하고 맙니다.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전복 사고로 인해 전신 마비가 되어버린 그레이의 입원실에 슬픈 표정으로 에론이 병문안을 옵니다. 혹시 자신이 개발한 스템으로 그레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제안을 하게 되는데요. 사고로 그레이의 근육을 이어 줄 신경이 기능을 하지 못하지만, 스템을 삽입하게 되면 신경의 기능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하게 됩니다. 살 의욕을 잃은 그레이는 그런 것은 새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에게나 하는 거라고 하죠. 자신은 애샤 없이 삶의 의지를 잃었다고. 에론이 수긍합니다. 그리고 나가면서 이야기하죠. 과연 애샤도 그것을 원할까요?라고. 그 말이 그레이를 움직였을까요.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그레이는 수술을 받게 되고, 에론은 자신의 스템을 실험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아니, 적어도 그 부분까지 볼 때는, 스템을 실험하는 정도가 맞다고 실제로 믿고 싶었습니다. 전혀 믿기지 않게 생긴 에론마저, 이어질 현실을 예측하기 두려워서 믿고 싶었습니다. 스템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의 역할은 실로 대단한데요. 수많은 기능 중에 한 가지만 알려드리면, 아무도 식별하지 못하는 어떤 문양을 그레이의 동공을 통하여 인식하게 된 스템은 그레이에게 볼펜을 쥘 것을 요구하고, 지면 위에 볼펜을 대게 합니다. 그리곤 즉각 마치 지면이 카트리지라도 되는 것처럼, 그레이의 손을 좌우로 오가게 반복하며 문양을 프린트해내죠. 이것은 그레이의 행동일까요, 스템의 행동일까요. 이것은 그레이의 인지능력일까요. 스템의 능력일까요.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사람들은 그를 그레이로 봅니다. 그는 그레이가 맞기도 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말이죠. 이러한 미래가 오지 않을까요? 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가능한 그것을 진행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만 같은 제 예감에 대해, 다수가 터무니없노라 나무라 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일개 미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폐쇄적이고 과거지향적인 한 꼰대의 희망일 뿐일까요.
영화 <업그레이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는 곳에서 인간의 자리는 어디까지일까, 라는 측면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로봇이 인간에게 삽입되어 인간의 행동까지 제어할 수 있다는 설정.
그래서 과연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시대가 바뀔수록 사라져 가는 단어도 무수하죠. 새로 생성되는 단어도 무수한 반면 말입니다.
그중에 인생이라는 단어를 소중하게 여겨야 할 날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저 역시 바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