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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fa Feb 08. 2022

나를 위한 이스터에그를 준비하자

과정을 즐기는 게 대체 어떤 걸까...

이스터에그 - 게임 개발자가 재미를 위해 게임 곳곳에 메시지나 선물을 숨겨놓은 것을 말하죠. 게임의 찐 팬들은 각 단계를 클리어하는 것보다 이스터에그를 모두 발견하는 데 의의를 두기도 합니다. 진정으로 과정을 즐기는 자들...!



난 솔직히... 과정을 즐기라는 말을 이해 못 했다.

결과물을 어떻게  것인지 염두에 두고 일을 해야 빨리 끝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목표는 일을 ''하는  아니라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서류를 챙기는 업무에는 이런 방식이  통했다. A 신청하기 위해 필요한 체크리스트 B 찾는  자체가 고역이지만... B에 나온 대로 서류 가, 나, 다...  챙겨 물어물어 발견한 담당자 C에게 서류 묶음을 전달하고 수수료를 내면 . 나의 성향에는 이런 작업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결과물만 생각하고 일을 할 때 생긴 문제들

아파트 리모델링을 할 땐 의뢰인이 원하는 이미지, "결과물"에 맞춰 필요한 것을 정리해 일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면 현장에서든, 사무실에서 뭔가 누락되었든... 변수가 터졌다. 단순히 사무실에서 MECE 한 방법으로 계획을 짜는 걸론 부족했다.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고 처리하는 곳은 거의 현장이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난관을 넘어설 때 사무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무기력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저 현장의 해결책에 따라 거래처에 전화를 해 현장 준비를 돕는 것뿐. 그래서 차라리 현장에서 함께 마감을 할 때가 마음이 편했다. 내가 가는 길에 작은 자재면 뭐라도 사가거나 들고 갈 수 있고 가서 뭐라도 하나 더 칠하고 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생한 뒤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하면서도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하나 더 만든 것 같아 허무하기도 했다.



도약을 원한다면 결과물을 머리에서 의식적으로 지워라?

결과물을 정해놓고 시작하니 1에서 n을 만드는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의뢰인이 새로운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이미지, 우리에게 익숙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맞다. 의뢰인의 공간이고 의뢰인의 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세상에 없던 공간을 만들거나, 개성이 강한 의뢰인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0에서 1을 만드는 디자인 작업을 할 땐 실장님께서(지금은 대표님이 되신 지 오래!❤) 일을 맡으셨다. 그럴 때마다 실장님은 어떤 고민을 하셨을지 궁금하다. 실장님은 늘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데 성공했고, 나는 감사하게도! 그 아이디어를 3D로 시각화하는 훈련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를 포함하는 개념인 실내건축 설계를 공부하는 지금, 여러 디자이너들의 사고법을 배우고 있다. '아무 말'을 여러 개 뿌리고 그중 살아남는 아이디어를 디자인에 적용하는 곳도 있고, 체계적으로 마인드맵을 통해 발상을 키워가는 , 공간의 위계를 잡아 디자인을 하는 , 발 빠르게 새로운 이미지를 여럿 보고 적용하는 ...  각자의 방식이 있다. 나는 여러 방식을 경험하는 중이라 당연히 작업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결과물을 빨리 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학기는 괴로웠다. 좋아하는 공부를  좋게 하고 있는데도 즐기지 못하는 모습을  동료는 결과물을 머리에서 의식적으로 지우면서  단계씩 차근차근 진행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발상을 처음부터 가둬두지 말라는 뜻이었다.



길을 만들어가는 게 즐거운 사람

내게 정해진 절차, 정해진 체크리스트를 따르는 건 신축성 없고 타이트한 정장을 입고 요가를 하는 것 같았다. 공정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필요한 작업이지만 내 마음의 모양에 맞는 옷은 아니다. 그런데 길을 만들어갈 때 나도 모르게 잘하는 것보다 빠르게 처리하는 데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마음은 잘하고 싶어 하면서, 창작의 고통은 피하고 싶어 하는 심보다. 이런 내 모습은 이전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계기인 운동을 통해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주고 몸과 마음의 한계를 넓혀주는 트레이너이자 언니인 쏭쌤께 무한히 감사드린다. 근육통과 창작의 고통 모두 '고통'이 아닌 성장하기 위한 자극으로 바라보면 그나마 참을 만하다. 그리고 그 순간도 기껏해야 잠깐이다. 근육이 자극되는 순간은 한 시간을 넘지 않고, 창작의 고통도 하루를 넘지 않는다.



블렌더 강의 연습과제. 이런 중간 결과물이 내겐 이스터 에그다.

나의 이스터에그는?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시각 자료

창작의 고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만으론 급한 성질을 진정하기 어렵다. 조급함 때문에 과정을 즐기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럴  동료가 말했던 대로 멀게만 느껴지는 결과물을 잘게 쪼개 보려고 한다. 그리곤  단계를 만족스럽게 완성해가는 . 나의 경우는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시각 자료를 들면 그렇게 뿌듯했다.


고민  내용을 머리에 떠올린 대로 시각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정리하면 창작의 고통이 씻겨나간다. 새로운 툴을 배울  연습 작업이더라도 머리를 써서 예쁜 결과물이 나오게 하면 신이  다음  습을 기대한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할  스킬이나 속도가 따라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아직 들지만, 가는 길목 길목 이스터에그를 만들다 보 나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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