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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fa Feb 11. 2022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듯 집에서 갓생 사는 세 가지 방법

공부하는 엄마의 공유 오피스 한 달 이용기

대학을 졸업할 땐 드디어 돈을 번다는 기쁨에 삶에서 방학이 사라지는게 어떤 건지 몰랐다. 연차가 쌓이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으니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게 어떤 건지 떠올릴 상상력조차 고갈됐다. 그러다 십 년 만에 방학을 선물 받았다! 잔고라는 뚜껑에 갇힌 체크카드를 쓰다가 한도라는 긴 긴 리드줄을 달고 신용카드를 쓰는 듯한 상대적 쾌적함!


신용카드 남발이 가계 경제를 위협하듯 이 자유를 잘 활용해야 했다. 방학 직후 보름 동안은 집과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봤다. 방학의 학교는 춥고 멀고 사람이 없어 무서웠다. 집은… 한없이 늘어지거나 집안일 챗바퀴에 빠져들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러다 ‘집무실’이라는 공유오피스 브랜드가 내가 자주 다니는 곳들-서울대, 정동, 목동, 석촌 등등-에 지점을 낸 걸 보고 바로 등록했다. 한 달 동안 국제컨퍼런스 발표를 위한 자료를 만들었고, 발표를 마쳤다. 동시에 한달어스와 함께 매일매일 노력한 덕분에 브런치 작가가 됐다! 남은 방학 동안은 데스크탑으로 작업 할 일이 많아서 더 이상 공유오피스를 가진 않지만, 집에서도 같은 효율을 내기 위해 공유오피스에서 집중이 잘 됐던 이유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글이 아이가 너무 어려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무리인 보호자나 공유 오피스에서 작업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정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인지한다. 목표만 뚜렷하다면 How to를 알려주는 곳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목표와 계획을 짜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컨텐츠와 그런 컨텐츠를 모아놓은 플랫폼이 많으니 하기만 하면 되는 최적의 환경에 살고 있다. 나는 새벽 15분 생각쓰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을 파악한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책, 유튜브, 브런치, 퍼블리, 클래스101, 한달어스, 선 후배와 동료를 가리지 않고 찾아낸다. 그런 다음 주 단위로 To Do 리스트와 To Think 리스트를 노션에 정리한다. 그러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 중에서 공유 오피스에서 처리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일을 정하며 입장한다.


내가 선택한 공유 오피스 결제방식은 월 기본료를 내면 하루 한 시간은 무료로 제공하고 그 외 시간은 시간당 요금을 받는 구조였다. 하루 한 시간은 거기서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커피 한 잔 값이라 생각하면 부담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섯 시간을 내리 집중해서 일한 날 청구 된 금액을 보니 할 일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채 가서 시간만 보내다 오는 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경각심이 들었다. 한 달 동안 청구 된 총액은 집 앞에서 독서실 정기권을 끊는 것과 비용이 비슷했다. 내가 지난 달에 주로 할 일은 화상회의와 대면회의를 병행하고 집중해서 문서작업을 하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집무실을 이용한 것에 만족한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한다.

집을 떠나 공유오피스로 간 가장 큰 이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이 소중한 만큼 알차게 쓰기로 한다. 아이가 어릴 때나 주말이나 방학 땐 아이와 아이 아빠만 놀러보내는 방식으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왔다. 그렇게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나면 더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집에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은 새벽시간이 되었다. 잠이 워낙 많은 터라 혼자 할 엄두는 나지 않아 올 1월 2일부터 전 직장 동료이자 운동 선생님, 그리고 좋은 친구인 언니가 운영하는 새벽 기상 밴드에 들어갔다. 그 덕분에 40일 넘게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조용히 일어나 생각을 쓰고, 요가를 하고, 독서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아이가 깨기 전 까지 조금이라도 더 자거나 할 일을 한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는 새벽에 잠깐 깨더라도 책상 앞에 앉은 내게 "엄마, 아직 새벽이야?"라고 묻곤 다시 스르르 잠든다. 귀한 시간이다 보니 낮에도 할 수 있는 딴짓은 안 하게 되고 휴대폰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집중이 안 될 때는 과감히 일어선다. 그리고 함께 도전할 동료들을 찾는다.

공유오피스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느껴지면 바로 가방을 싸고 집으로 왔다. 대중교통을 타건, 걷건, 따릉이를 타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체가 분위기를 바꾸는데 도움이 돼 집에서 작업을 더 이어갈 수 있었다. 집에서는 오래 앉아 있는다고 돈을 더 내야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역으로 Forest 같은 집중 뽀모도로 어플을 이용해 짧게 집중력을 유지한다. 집중을 할 수록 다양한 나무가 생기기 때문에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한달어스, 스여일삶(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소모임, 운동쌤의 소모임, DODO해커톤, 트레바리 같은 목표 달성 모임을 통해 내 목표의 성격에 맞는 동료들을 찾아 함께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기간에 집중이 전혀 안 될 때는 유튜브에서 "Study With Me" 영상을 틀어놓고 집중하려고 한다. 될 때 집중하고 안 될 때는 쉬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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