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제자

포근한 반을 만나기 2주 전

by ItMiRi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마주했던 원감님은 뭐랄까

할머니 같은 느낌의 온화하신 분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혼자 담임을 맡기기엔 경력이

너무 없어서 원감님과 투담임으로 교사가 될 예정이라고 하였다.


아무 경력이 없는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를 주신 분이었다.


어린이집도 새 학기가 3월에 시작되고,

어린이집마다 다르겠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자기가 맡은 반을

대청소를 한다던가, 환경구성을 해야 한다.


원감님께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교실을 둘러보고 어떻게 환경을 구성할지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원감님과 함께 할 예정이지만, 당장 담임을 맡기엔 겁이 났던 나는

원감님께 양해를 구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실습생을 받는다 생각하시고, 월급을 안 주셔도 좋으니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와서 이 어린이집에 대해, 보육교사가 하는 일에 대해 배울 수

있을까요?"


원감님은 이런 열정적인 모습이 너무 좋다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월급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지금 생각하면, 보조교사의 일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비록 영아반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7살 형님들 반(7세 반)에 가서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었다.


주임선생님(7세 반 담임)은 다른 애들은 자기가 볼 테니, 저 친구만 부탁한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ADHD를 겪고 있는 친구였다.)


그 친구의 옆에 가서 자리를 잡으니 그 친구는 글쓰기 공부를 해야 했지만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안녕! 이름이 뭐야?"

"누구세요? 선생님이에요?"

"음, 앞으로 애기반 선생님을 할 거야."

"애기반 선생님, 목욕탕 갔다 왔어요?"

"응? 목욕탕? 안 갔는데?"

"선생님한테 좋은 냄새가 나요"


처음에는 공부를 하기 싫어서 딴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고,

갑작스러운 목욕탕 방문여부를 묻는 질문에 심히 당황을 했지만,

목욕탕에 다녀오면 '좋은 냄새'가 난다는 그 발상이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 '좋은 냄새'에 대한 근원은 내가 뿌린 향수였던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연결이 되는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향수를 뿌릴 때면

그 아이의 한마디가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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