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포근한반

작은 손이 나를 교사로 만든다

by ItMiRi

껌딱지라 불리던 아이가 교실 문을 밀고 들어오던 아침,

내 마음 한편에는 묵직한 우려가 고여 있었다.
지금까지 그 선생님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아이가
오늘만큼은 익숙한 품을 찾지 못하고
한동안 문가에서 울음을 쏟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런데 아이는 문턱에 걸린 공기만큼이나 가벼웠다.
마치 어제의 마음이 오늘의 몸짓에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은 듯,
둥근 눈을 천천히 굴려 교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내게 다가와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겉옷을 벗겨 달라는 짧은 몸짓.
그게 전부였다.
너무도 담백해서, 오히려 낯설었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
‘정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어제의 울음은 어디로 갔을까?’

작은 아이의 마음은
어른이 짐작하던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금세 모양이 변하는 물처럼
순간의 온도와 빛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흐르고 있었다.

겉옷을 정리해 주는 사이,
아이는 이미 원하는 놀잇감을 향해 느린 걸음으로 나아갔다.
어제는 한없이 작고 불안정하던 발걸음이
그날따라 유난히 단단하게 느껴졌다.

내 가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이의 변화는 종종 말없이 일어나고,
나는 그 조용한 변화를 늦게서야 알아차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문득 마음을 파고들었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순간마다
그 아이는 나에게 다가왔다.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그러나 정확한 터치.

내 허벅지 위를 ‘톡톡’ 두드리는 손.
설명이 필요 없는 언어였다.
그 짧은 두드림 속에는
“선생님, 도와주세요”라는 말 그대로의 신뢰가 담겨 있었다.

영아들은 말 대신 몸으로 말한다.
말 전에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몸도 따라간다.
그 원초적인 의사 표현 앞에서
나는 도무지 선뜻 딴청을 부릴 수 없었다.

그 작은 손끝이 닿는 순간마다
내가 이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따뜻하게 전해졌다.
마치 조그만 손이
내 어른의 세계에 작은 주름을 새로이 만들듯이.

새 학기가 시작되던 날,
나는 그렇게 예상치 못한 껌딱지를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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