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 않았던 적응기

이 아이는 문제아가 아니었다

by ItMiRi

금방 적응할 줄 알았던 아이들은
엄마와 본격적으로 떨어지는 순간부터
전쟁을 시작했다.


어린이집 문 앞에 들어서기 전부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가 있었고,
얼떨떨하게 엄마와 헤어졌다가
교실에 들어와서야 울기 시작하는 아이도 있었다.


한 명만 우는 게 아니었다.
교실은 금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비타민으로 달래 보기도 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맴도는 동안만
잠시 울음을 멈출 뿐,
이내 또다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한 아이를 안아 달래면
다른 아이가 울면서 달려와 안겼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틈도 없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면
다른 반 선생님들이 급식을 교실로 가져다주곤 했다.


“아휴, ㅇㅇ반이 적응 기간에 제일 힘들긴 할 거야.”


점심시간 전,
도저히 버티기 힘들어 보이는 아이들은
어머님들께 연락해 하원을 시켰다.

남아 있는 아이들의 밥을 챙기며
나는 머리가 산발이 된 줄도 모른 채
아이들과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영원할 것 같던 전쟁터는
다행히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약속했던 일주일보다
더 빨리 적응해 주었다.

엄마에게 손을 흔들고, 뒤도 안 돌아보고

어린이집을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어머님들이 서운하다는 식으로

장난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엄마 없이도 밥을 먹고, 낮잠도 잤다.

“집에서는 절대 낮잠 안 자요!”
라고 하시던 어머님의 말이 무색하게,
낮잠 시간이 되자
가장 먼저 곯아떨어지는 아이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에 온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일이었을 것이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섞여 지내고,
하루 종일 놀고,
새로운 규칙에 몸을 맞추는 일.


그 체력 소모를 견뎌내는 것부터가
아이들에게는 이미
적응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리엔테이션 때 유난히 눈에 띄던 그 아이도
겉으로 보기엔 잘 적응하는 듯했다.


… 적어도 겉으로는.


울음 대신 손이 먼저 나갔다.
친구가 가까이 오면 밀었고,
장난감을 건네는 손을 세게 쳐냈다.


놀이 중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순간에 소리를 지르거나,
옆에 있던 아이를 툭 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직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말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시기라는 걸 알기에
적응 과정의 일부라 여겼다.


하지만 그 행동은 점점 잦아졌다.
하루에 한두 번이던 일이
어느새 반복이 되었고,
나는 그 아이를 계속해서 살피게 되었다.


어쩌면 어린이집은
그 아이에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공간이기보다
하루 종일 스스로를 붙잡고 있어야 하는
아주 작은 전쟁터였을지도 모른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아이는 잘 적응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오면
그 아이는 벽을 향해 달려가
머리를 부딪쳤다.


처음엔 한두 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횟수도, 강도도 달라졌다.
뒤로 벌렁 누우며 머리를 세게 부딪치기도 했고,
심한 날에는
엎드린 채 울면서
머리를 반복해 바닥에 찧었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의 머리가 닿기 전에
먼저 다가가 막아섰다.


말로 다 꺼내지 못한 마음이
몸으로 튀어나온다는 걸,
그 나이의 아이는
아직 멈추는 법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치지 않게만,
오늘 하루를
조금 덜 아프게만 지나가길 바라며
나는 아이를 끌어안듯 붙잡았다.


그날 오후,
나는 결국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를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전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어머니는 생각보다 빠르게 말했다.

“집에서도 그래요.”


짧은 말이었다.

놀람도, 변명도 없는 목소리였다.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벽에 머리 박고,
바닥에 누워서 울고 그래요.”


그 말에
나는 오히려 숨을 한 번 더 골랐다.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더 걱정돼서요.”
어머니는 말을 이었다.

“어린이집에서도 그러면
선생님들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요.”


그제야 알았다.
이 통화는
‘알리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오래 품고 있던 걱정을
서로 확인하는 시간이라는 걸.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아이의 하루는 쉽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걱정보다 먼저 나온 말이
사과였다는 사실이.



그날 이후
나는 그 아이를 볼 때
‘어떻게 멈추게 할까’보다
‘어디서부터 도와야 할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이 아이는 문제아가 아니라,
도움이 가장 먼저 필요했던 아이였다.

작가의 이전글담임이 되기까지, 일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