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 망설였던 어느 여름
평화롭던 어느 날,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왔다.
또래보다 월생이 조금 늦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체구가 작았다.
한 살 어린 반에 섞여 있어도 티가 나지 않을 만큼,
품에 안기면 사라질 것 같은 아이였다.
속눈썹이 길었다.
남자아이였지만 웃으면 유난히 예쁜 얼굴.
얼굴은 아빠를 닮았고,
순한 성격은 엄마를 닮았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나이 차가 꽤 났다.
엄마는 아직 어렸다.
뱃속에는 둘째가 있었고,
활달한 첫째를 하루 종일 감당하기엔 몸이 벅차 보였다.
시댁에서 함께 살고 있었고,
시어머니는 많은 것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처음엔 그 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엄마는 스스로 해볼 기회를 얼마나 가져봤을까.
아이는 적응 기간도 필요 없다는 듯 어린이집을 좋아했다.
해맑게 웃으며 교실로 들어왔고,
금세 우리 반에 스며들었다.
아이가 입소한 건 봄 끝자락,
여름이 오기 직전이었다.
아직 젖병을 떼지 못했다며 천천히 떼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기로 했다.
봄이 끝나가고, 공기가 조금씩 눅눅해지던 날이었다.
아이의 가방에서 젖병을 꺼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따뜻해진 날씨 속에서 상해버린 우유 냄새가
작은 교실 안에 번졌다.
급히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는 미안하다며 다시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 온 젖병에서도 비슷한 냄새가 났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전해야 할까.
혹시 또 하나의 지적이 되지는 않을까.
혹시 내가 너무 매정한 건 아닐까.
그 사이 아이는 우유를 달라며 칭얼거렸다.
나는 어린이집 컵에 우유를 조금씩 따라주었다.
혹시라도 탈이 날까 봐.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입술에 하얀 거품을 묻히고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며
나는 더 미룰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원 시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머니, 날씨가 더워져서요.
젖병은 꼭 소독을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아이 배탈이 걱정돼서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잘 몰라서요.
시어머니가 괜찮다고 하셔서…
저는 그냥 씻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 말 끝이 자꾸 흐려졌다.
나는 그제야 보았다.
그 아이 뒤에 서 있던 또 다른 아이 같은 얼굴을.
엄마는 아직 배우는 중이었다.
엄마가 되는 법을.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괜찮다고 배워왔을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순간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같이 해봐요.”
나는 그 말만 겨우 꺼냈다.
그날 이후
젖병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날 교실에 퍼지던 그 냄새를 떠올린다.
상해버린 우유의 냄새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서툰 시간에서 흘러나온 냄새였는지.
아이는 여전히 웃음이 예쁘다.
그리고 나는 안다.
아이를 지킨다는 건
때로 누군가의 미숙함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그날,
젖병을 열며
나는 조금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