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저한테만 이렇게 말씀하세요?”

문제 아이 엄마의 말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by ItMiRi

과격한 아이의 어머니는 늘 고개를 숙였다.


나에게도, 다른 엄마들에게도,

심지어 더 어린아이의 엄마에게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죄송합니다.”


어린이집 근처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었다.


하원을 하면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곳으로 모였다.


해가 기울 때까지 놀다가 하나둘씩 집으로 흩어졌다.


그 아이도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도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어머니는 늘 먼저 허리를 굽혔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미리 사과부터 건네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반복되는 사과는

사람을 점점 작게 만든다.


결국 어머니는 놀이터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엄마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원 시간도 바꾸었다.


피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일 때가 많다.


그날 아침이었다.


아이는 등원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울었다.

친구가 말을 걸어도 고개를 돌렸고,

좋아하던 장난감도 밀어냈다.


“싫어.”

“몰라.”


짧은 말 뒤에 긴 울음이 따라왔다.


그리기 놀이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색연필을 고르고

종이 위에 선을 그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침.


그 아이도 자리에 앉았다.

색연필을 쥔 채

한참을 멈춰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아니야!”

색연필이 날아갔다.


탁, 하고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가 교실을 가르며 울렸다.

“색연필을 던지면 색연필이 아파.”


나는 평소처럼 말했다.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수없이 반복해 온 방식으로.


그다음은 눈 깜짝할 사이였다.

아이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쿵.


머리가 책상에 부딪혔다.


의도라기보다

밀려난 감정이 몸을 밀어낸 듯한 움직임.


잠깐의 정적.


곧 울음이 터졌다.


입술에서 번지는 붉은 피.

하얀 도화지 위로 떨어지는 작은 점들.


나는 아이를 안았다.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심장은 괜찮지 않았다.


이건 단순한 짜증이 아니었다.


아이의 울음은

아픔보다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한 마음이

몸을 통해 터져 나오는 소리 같았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 지금 갈게요.”


잠시 후,

어머니는 숨도 고르지 못한 얼굴로 신발장 앞에 섰다.


아이를 보는 순간 표정이 무너졌다.


“많이 아팠어?”


아이를 끌어안은 채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또…”


그때였다.

어머니가 고개를 들었다.


“근데요.”


목소리가 얇게 떨렸다.


“왜 항상 저한테만 이렇게 말씀하세요?”

나는 말을 잃었다.


“선생님은 그냥 상황 설명이겠지만

저는 그게 다

‘당신 애가 문제다’로 들려요.”


그 말은 날 것이었다.

그리고 오래 쌓인 말 같았다.


“집에서도 힘들어요.

놀이터도 못 가고, 사람도 피하고…

저도 사람이에요. 저도 지쳐요.”


그리고 마지막 말.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신발장 안이 조용해졌다.


아이의 울음도 멎은 뒤였다.


억울함이 먼저 올라왔다.

나는 아이를 탓하려던 게 아니었다.


다친 상황을 알리고

함께 방법을 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다음에는 서운함이.

그리고 아주 천천히,

이해가 따라왔다.


저분도

어딘가에 기대어 울고 싶었을지 모른다.


오늘은

그 자리가 나였을 뿐.


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퇴근길,

낮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를 맴돌았다.


그 말의 표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숨을 떠올렸다.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이의 입술이 괜찮은지 묻고 난 뒤


나는 말했다.

“저도 오늘 많이 놀랐어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전화기 너머에서

긴 숨이 흘러나왔다.


“가정에는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제가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아이한테 짜증을 많이 냈어요.”


잠시 침묵.


“오늘 낮에 화낸 거… 죄송해요.”


그 순간 깨달았다.


아이의 과격함과

어머니의 분노는

서로 다른 모양이었지만

같은 자리에서 시작된 감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지침.


고립.


혼자 버티고 있다는 감각.


“어머님,

저희가 같이 지켜보면 좋겠어요.

아이도, 어머님도

혼자 아니에요.”


그날 우리는

사과를 주고받지 않았다.


대신

처음으로 마음을 꺼내 놓았다.


신발장 앞에서 시작된 그날은

누가 옳은지 따진 날이 아니라,

서로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게 된 날로 남았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

조금 다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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