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없어요”라고 말하던 사람이 아이들 때문에 내린 선택
학기 중이라서였을까.
새로운 선생님은 좀처럼 구해지지 않았다.
한 번은 급한 마음에 이력서만 보고 선생님을 모셨다가
원장님도, 나도 곤란한 상황을 겪었기에
이번에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지금 쉬고 있는 보육교사가 주변에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마땅한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담임교사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나의 피로는 쌓여갔고,
아이들은 점점 어수선해져 갔다.
오후마다 우리 어린이집에 오는 보조교사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며칠만이라도 대체교사처럼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그는 경상도 사람이었다.
사투리를 꽤 심하게 쓰는 편이어서
말투는 조금 무뚝뚝하게 들렸다.
짧고 건조하게 툭툭 말을 건네는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정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달랐다.
말은 짧았지만
손길은 늘 따뜻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낮추고,
울음을 터뜨린 아이 곁에는
말없이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다정한 말을 길게 건네기보다는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이상하리만큼
그에게 쉽게 기대곤 했다.
무언가를 잘 가르치기보다는
곁에 있어주는 데 익숙한 사람.
겉으로는 담백했지만
손끝에서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전해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이렇게 아이들을 대하는 사람이
왜 늘 한 발 뒤에 서 있는 걸까.
통합보육 시간에 함께 당직을 서던 날,
나는 지나가듯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정교사는 안 하고 싶으세요?”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하고 싶어요.
근데… 자신이 없어요.”
그래도 함께 교실에 서보니
직전에 짝을 이룰 뻔했던 사람과는 달리
놀랄 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
그런 생각이 막 자리 잡으려던 순간,
원장실로 오라는 호출이 왔다.
원장실에 들어가자
원장님이 물으셨다.
“보조 선생님, 어때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좋아요.”
그러자 원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사실 교사를 계속 구하고는 있어요.
그런데 통 지원자가 없네요.
학기 중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주변에 아는 선생님도 없어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원장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그래서 말인데…
보조선생님께 정교사 제안을 해볼까 해요.
선생님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싶어서요.”
나는 그 제안이 고마웠지만,
자신이 없다고 말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말했다.
지금 교사가 구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담임교사의 부재가 길어지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 힘든 일일 것 같다고.
가능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고.
원장님은 알겠다며
보조선생님을 불러달라고 하셨다.
나는 다시 교실로 돌아갔고,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꽤 흘러도
보조선생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후 돌아온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원장실로 다시 가보세요.”
원장님은 조금 지친 얼굴로 말씀하셨다.
보조선생님이 걱정이 많은 것 같다고,
몸도 허약하고
일을 오래 해본 적도 없어
자신감이 많이 없더라고.
그래서 거절하려는 마음을
설득하느라 애를 썼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냐고.
원장님은 안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더라고요.
담임교사로 한번 지내보겠다고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더 이상
이 시간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채워진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함께 버텨줄 사람이 생겼다는 것,
아이들의 하루를 같이 지켜줄 어른이 생겼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어깨 위에 얹혀 있던 무게가
조금은 내려오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