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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May 24. 2023

5월의 요세미티

나는 요세미티를 보면 한국의 설악산이 생각난다. 둘 다 바위가 일품이기 때문일까? 설악산이 말끔하게 생긴 젊은 남성과 같다면 요세미티는 기골이 장대한 거구의 남성과 같은 느낌이다.  머세드 올 때 처음에 이 요세미티가 가깝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했다. 워낙 트래킹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한 달에 한 번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남산 자주 안 올라가듯이,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처음에 요세미티에 인사차 갔다 온 것 말고는 없다. '요세미티야 반갑다. 앞으로 자주 보자'하고 인사했건만 허언이 되어 버렸다.


 마침 딸내미가 어머니날 (Mother's Day: 오월 둘째 주 일요일) 원하는 선물을 물어보기에 요세미티에 가자고 냉큼 이야기하였다. 요세미티 안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어서 좀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캘리포니아가 상당히 가문 지역이다. 작년 8월에 갔을 때는 요세미티의 호수와 폭포는 물이 상당히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겨울에 워낙 비/눈이 많이 와서 공원에 물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4월 중순에  요세미티에  물이 너무 넘쳐서 몇 군데가 폐쇄되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폭포를 보면 좋을 것 같았다.  요세미티를 대표하는 폭포는 요세미티 폭포 (Yosemite Fall)이다.




입구에 들어서서  요세미티 폭포 (Yosemite Fall)까지 가는 동안에도 그동안 보이지 않던 폭포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요세미티 폭포는 멀리서 보기에도 대단했다. 요세미티 어디에 있든 다 보일 것 같은 기세였다.  폭포에 가까이 갔을 때 물방울이 엄청나게 날아왔다.  레인코트를 걸쳐야 할 정도로 (거짓말 약간 보태서) 엄청난 양과 압력으로 내려왔다. 그것이 우리를 어린아이처럼 마구 웃게 만들었다. 폭포를 지나서 트레일을 따라 다른 쪽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트레일 끝에서 다시 돌아와서  흠뻑 젖을 정도로 그 물방을 세례를 즐겼다.


바위 맛집인 요세미티인지라,  암벽 타는 (Rock  Climbing)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요세미티 폭포 가는 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암벽 타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심지어 어린아이도 타고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요세미티 숙소 (Yosemite Vally Lodge)는 폭포 근처에 있었고 4시부터 체크인이었다. 일몰시간이 오후 8시로 되어 있어 이른 저녁을 하고 주변을 산책하였다.  숙소에서 보는 요세미티 폭포는 정말 장관이었다.  봄이라 온갖 꽃들이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좀 걷다 보니 사슴이 가까이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우리의 소리를 들었을 텐데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름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바위와  호수/강, 그리고 투영된 바위들. 이렇게 어슬렁거리며 자연의 움직임을 보는 순간에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큰길로 나와 조금 걷다 보니 산책로가 있었다. 산책로 입구에서 하프돔이  멀리 보였다. 해 질 무렵의 하프돔을 찍으러  사람들이 커다란 사진기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프돔이 웅덩이 물에 반영되어 아주 기분 좋은 사진이 나올법한 장소였다.  하프돔은 금색을 띄고 있었다. 나도 곁다리 껴서 그냥 핸드폰으로 찰깍.  


조금 더 걸어가니 나무로 된 다리가 있었다. 밑으로 머세드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의 이름, 머세드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강에 비친 하프돔. 멋있다!!



하프돔을 등 뒤로하고 조금만 걸어가니 오래된 작은 교회가 나오고 바위 산으로 둘러싸인 너른 풀밭이 나온다. 왠지 무언가가 그리운 시간이고 장소이다. 소위 '개와 늑대의 시간'. 저기에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라는,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이다.   낯익었던 것이 낯설어지고 당연한 것들이 의구심으로 바뀌는 시간이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나는 왜?' 생각이 떠돌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시간이다. 그런데 바위 병풍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는 작은 교회는 나의 이런 외로움을 포근함으로 감싸준다.



다시 돌아 숙소로 가는 길에 웅덩이에 비친 하프돔을 찍었다. 오늘 하프돔과의 만남은 평생 간직할 기억이 될 것이다. 왠지 운이 좋은 5월이 지속될 것 같다. 사진 찍는 사람들을 다른 방향에서 찍어보니 웅장한 요세미티 폭포가 그들 옆에 있었다. 동서남북 어디를 찍어도 탄성이 나왔다.



다음날 아침 자전거를 타며 하프돔을 다시 보니 또 다른 모습이다. 어제저녁시간의 하프돔이 우리가 하프돔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부드럽고 화려한 모습이라면 지금은 강한 바윗돌의 모습이다. 모두가 다 하프돔이거늘 시간의 옷을 달리하니  하프돔의 모습은 다양했다.



5월의 요세미티. 모든 것이 완벽하였다. 바람도, 바위도, 물도, 햇살도, 온도도, 습도도, 구름도, 하늘도, 그리고 사람들의 미소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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