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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May 26. 2023

머세드 국립 야생동물 보호지역

Merced National Wildlife Refuge

일반적으로 새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몇만 리를 날아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서 겨울을 보내고 온다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봄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왔다'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한다. 그런데 그 '따뜻한 남쪽 나라' 또는 '강남'중에 한 곳이 내가 사는 머세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다. 그 '몇 만리'가 얼마나 먼 거리인지 상상이 되면서 그 새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이 달라지게 되었다. 하나의 과학적인 사실이지만 그것이 내 삶과 조금이라도 연결되어 있으면 그 사실들은 스토리가 된다. 




머세드에 국립야생동물 보호지역(Merced National Wildlife Refuge)이 있다. 겨울에 이곳을 방문하면 그 '몇 만리'를 날아온 새들을 볼 수 있다. 커다란 간판이나 대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찻길 옆에 있는  큰 늪지대로만 보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 안에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여기는 크게  4 지역으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는 겨울(작년 12월 말)에 가장 활발한  Wetlands (늪지대라고 해야 하나?)를  돌고 왔다. 늪지대를 둘러싸고 포장 안 된 자동차길이 나있다. 5.4마일을 차로 천천히 타고 가면서 가끔 내려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주차할 수 공간이 여기저기 앙증맞게 있다. 걸어서 가는 것은 허용되어 있지 않다. 들어가서 몇 초 되지 않아 흰색의 거위에 뒤덮여 있는 늪이 보인다.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Snow geese(사전을 찾아보니 흰기러기라 함)이다. 부리와 다리가 붉은 색인 것이 특이하다. 이들은 멀리 알래스카나 캐나다에서 왔다. 보통 10월 말에서 11월에 여기에 도착한다. 그런데  또 이들은 멕시코까지 내려간다 한다. 그리고 날이 더워지면 북쪽으로 올라가겠지.  '몇 만리'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참 먼 길을 내려왔구나. 너네도 고단하게 사는구나.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여기에 백조(swan)도 섞여 있다 한다. 그리고 간간히 짙은 갈색의 오리를 볼 수 있었다. 안내에 보니 내가 모르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같이 섞여 있다. ^^;


또 하나 여기서 자랑하는 것이 Sandhill Crane (샌드힐 학 :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캐나다 두루미라 번역되어 있음)이다. 그들은 알래스카에서 날아왔단다. 9월 말이나 10월에 와서 3월까지 머물다 간다. 이들은 머무는 곳(Roosting area)은 물이 있는 늪이고  먹이를 해결하는 곳은 또 달리 있어서, 사람들이 출퇴근하듯, 아침과 저녁으로 떼를 지어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낮에 간 나는 그 장관을 보지는 못 하여 안내문만 찍었다.  다른 종류의 학도 있어 멀리서 찍어 보았다. 



'우와' 하면 계속 소리를 지르다 보면 어느새 늪지대가 끝나고 Grassland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냥 넓은 황량한 벌판인 듯한데 자세히 보면 부지런하게 땅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귀여운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Ground Squirrel (땅다람쥐?)인데, 좀 가까이 보려고 하면 땅속으로 쏙 들어가는데 그 모습 또한 귀여운 존재이다.  얼마나 빠른지 간신히 하나 찍었다. 


 

마침 조류관찰 (Bird watching)  동호회 분들이 단체로 오셔서 도감도 보시고, 지참하신 망원경으로 멀리 보시는 것 보았다.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다. Joy Luck Club의 작가 Any Tan도 요즈음  조류관찰을 즐기고 있고 거기서 본 새를 그림으로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새를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고 하였다. 


출처:  Amy Tan의 twitter


이 작은 몸 하나로 그 넓은 세상을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존재들,  당연히 신기하다. 그들은 어떻게 소통할까도 궁금해지고, 가다가 아프면 어떻게 하지? 별별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자연이라는 것이 과학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그 세계를 관찰하면 경이로움으로 바뀌면서 나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게 된다.  머리 식힐 일 있으면 이 곳을 간다.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장소이다. 


또한, 다음에는 좋은 사진기 가져와서  좀 더 근사하게 찍어야지 하는 욕심을 내게 하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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