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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May 30. 2023

 머세드의 가뭄과 아몬드나무

머세드와 아몬드는 바늘과 실의 관계이다. 요즈음 머세드 안에서는 바늘이 UCMerced(머세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로 바퀴면서 주택단지로 바뀌고 있긴 하지만 일단 머세드 근처로 들어오게 되면 끝없는 아몬드 나무의 숲과 마주치게 된다.  




우리는 첫날 운전하면서 처음 보는 나무라 궁금했지만 서울에서 샌프란 시스코 그리고 머세드까지 오느라  피곤하여 그 호기심을 채울 여력이 없었다. 다음 날 새벽, 깨자마자 동네 한 바뀌 돌면서 나무 밑에 떨어진 열매를 보고 이 나무의 정체를 알았다. 아몬드였다. 생각지도 못 한 존재를 만났다. 비로소 아 내가 낯선 곳에 왔구나 하는 것이 실감이 났다.



캘리포니아는 가문 지역이다. 특히 작년 여름엔 가뭄이 심했다. 저수지와 호수의 물이 바닥이 보이기까지 하였다. 호수 바닥에서 몇 십 년 전에 살해당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하기도 하였다. 그런 연유로 여기서는 물을 쓰는 것에 대한 통제가 많다.  가든에 물 주는 것도 자신의 집 주소에 따라 홀수로 끝나면 월 수 금, 짝수로 끝나면 화, 목, 토에만 줄 수 있다. 그리고 아침 9시 이전, 저녁 9시 이후에만 줄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렇게 물이 귀하다 보니 농부들에게는 일정한 물의 사용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Water right (물사용권) 제도가 있다. 그런데  작년에 가뭄이 심해, 캘리포니아 정부는 수로에 물을 더 많이 보관해야 하기 위해 농부들의 물사용권을 다시 사들여야 하며, 이를 위해 백오십만 달러 ($1.5 million)의 예산안을  의회에 상정한다는 뉴스가 지역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였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에 아몬드 나무 이야기가 예로 많이 나왔다.


사실은 아몬드 나무가 물을 많이 먹는 작물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키우기에는 부적당하단다. 그런데 농부들이 주정부가 보장해 준 양 보다 물을 적게 사용하면 다음 해에는 더 적은 양을 할당받게 된다. 그래서 보장해 준 양을 다 쓰기 위해 물을 많이 먹는 작물을 키우는 농가가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인 아몬드 나무와 아보카도이다. 그래도 아보카도는 수익성이 좋은 농작물이라 그 오명의 반열에서 벗어난 듯하다.  


아이러니한테 정부의 규제가 적용되는  영역에서는 또 쉽게 목격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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