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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May 31. 2023

색으로 먹는 감자

어릴 때 들었던 동시 중에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이라는 시가 있다.


                        하얀 꽃 감자는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자주꽃 감자는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이 시를 처음 들었을 때  어린 나이에 '뭐 이런 당연한 소리를 당연하게 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나중에 더  커서 다시 보니 겉과 속이 같은 아이들의 동심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를 탓할 수밖에...


그러면서 농담으로 자주감자도 잘라 보면 속은 하얀데...' 하고 어기짱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 머세드에 와보니 겉과 속이 같은 감자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감자가 한국보다는 다양하다. 러셋감자를 제외하고는 색과 모양으로 그 명칭이 정해진다. 한국에서 감자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미감자는 그림에서 Russet (러셋) 감자 종류가 아닐까 싶다. 권시인의 시에 나온 자주감자는 Red일 것이다.


나의 감탄을 자아낸 감자는 Purple이다. 안과 겉이 색이 같은 감자이다.  그런데 purple 감자는 익혀서 잘라보면 안쪽의 색이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어떤 것은 검은색에 가깝고, 어떤 것은 짙은 보라색, 어떤 것은 검푸르기도 하다. 먹기 전에는 안의 색이 궁금해지고 먹을 때는 색을 먹는다는 느낌이 드는 참 재미있는 감자다.  


나는 이 중에서 petite 버전의 감자를 좋아한다. 마트에 가면 다양한 색의 앙증맞게 작은 감자가 섞여 있는 묶음을 사 온다. 씻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익히고 집에 있는 소금과 집에 있는 허브 이것저것을 넣고 섞어서 먹는다.  이렇게 다양한 색과 맛에 감탄하며 먹는 감자,  또 하나의 재미이다.



여행을 여기저기 다녀보니,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가 아시안 3국말고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쌀보다는 감자, 옥수수가 주식인 나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게 되었을까 하고 궁금해한 적이 있다. 막연히 이 지역에서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제일 높은 곡물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다.  


감자는 한국에서 예전에는 구황작물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시간 다른 나라에서는 훨씬 나은 대접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요즈음에는 감자가 감자튀김을 비롯하여, 전 세계인의 스낵을 책임지고 있다. 감자의 색만큼이나 그 신세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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