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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Oct 07. 2023

머세드의 가을

한국의 가을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일 것이다. 뒤에 겨울이 따라오기에  가을의 아름다움은 더 안타깝고, 그래서 귀한 계절이다. 단풍, 높고 청명한 하늘, 그리고 탐스럽게 익은 과일들,  갓 수확된 곡식등, 가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단풍보다 더 화려한 옷을 입고 단풍 구경 나온 사람들이 있다. 


겨울에도 눈이 안 오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 머세드의 가을은 한국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무언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 있다. 마치 수줍어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아가씨처럼.  부드러운 햇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공기, 그리고 나뭇잎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밖으로 불러낸다. 나는 이맘때가 되면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홀린 듯이 그냥 동네 한 바퀴를 돌게 된다. 


여기의 꽃들은 여름에 색이 진하고 화려하다. 이제는 그 꽃들이 져서 좀 쓸쓸하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자리에 열매들이 들어서 있다,  여름 햇살이 너무 따가워 이파리 속에 꼭꼭 숲이 있었던 것처럼. '언제 이런 것들이 있었지?'하고 신기해하며 가로로 보고 세로로 보며 사진을 찍게 된다. 


어느새 선인장 열매가 꽤나 탐스럽게 열렸다. 가로수로 서있는 복숭아나무의 열매는 벌써 새에게 많이 먹힌 것 같다. 벽에는 석류가 발그레한 그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뒤로 숨어 있는 놈들이 더 많다. 옆에는 도토리가 있어서 신기해하고 있는데, 그 옆에 있는 대추가 그런 나를 신기해하며 내려다보고 있다. 




한편 이러한 결실들을 보니 릴케의 말처럼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다는 것이 실감한다. 그 현란하게 에너지를 뿜어내던 결과가 이제는 이렇게 탐스럽게 영근 과실로, 열매로 왔다. 가을이다. 나의 열매는 어떠한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 '남국의 햇살'이 '이틀' 더 필요한 것 같다.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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