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Joy luck club'의 작자 에미 탠 (Amy Tan)의 다큐가 올라와서 보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그녀의 첫 번째 소설 'Joy luck Club'이 생각났다. 이 소설은 1989년에 발표되었다. 중국계 이민 가정의 4명의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스토리이다. 1993년에는 영화로도 나왔다. 최초로 아시안계 배우들로 출연진이 이루어진 영화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과 영화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아시안계가 문화적으로 자리를 잡는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Joy Luck Club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는 4명의 중국계 엄마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같이 식사하고 마작 게임을 하면서 가족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4부 1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처음 1,2 부는 주로 엄마들의 스토리 중심이고 3,4 부는 딸들의 이야기와 엄마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소설의 작자 Amy Tan은 아마 미국의 아시안계 작가로서 가장 유명한 작가 일 것 같다. 이 글이 상당히 오랜 시간 Best seller의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그 외에도 The Kitchen God's Wife (1991) 등을 비롯하여 대부분 Joy Luck Club에서 보여주었던 자신의 어머니의 스토리와 중국의 설화를 바탕으로 여러 권의 책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90년대 초에 어린이 책도 내어서 미국 PBS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2017년 쓴 회고록 (Memoir) 이후로는 집필을 하고 있지 않다.
저자 Amy Tan과 그의 어머니
여기 나온 엄마들은 지금 아마 80-90대가 되지 않을까 쉽다. 이들이 미국에 이민 오기 전 중국에서 살았던 시기는 공산당과 국민당이 전쟁을 하고 또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하는 일반인의 삶이 모두 무너져 내린 소용돌이의 시대였다. 그리고 축첩제도가 당연한 전근대적인 사회였다. 여성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엄마들의 스토리는 참으로 기구하다.
국민당의 관리인 남편을 두었던 Jing Mei의 엄마 Suyuan. 결국 일본의 침입에 자신의 두 딸을 버리고 피난을 가고, 두 딸의 소식을 모른 채 미국으로 오게 된다. 두 딸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평생을 힘들어한다.
또한 An-Mei (딸: Rose Hsu)의 스토리는 더 극적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과부가 된 지 얼마 안 돼 어느 부잣집의 4번째 첩이 되어 들어간다. 그래서 그녀는 할머니의 손에 키워진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녀는 엄마와 함께 첩의 딸로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엄마의 비참한 삶이 결국 두 번째 첩의 교묘한 술수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녀의 엄마는 결국 자살을 하고 그녀는 미신에 약한 부자 아버지를 겁박하여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하게 된다.
또한 조혼을 하고 아들 낳기를 강요당한 Lindo (딸: Waverly Jong), 폭력적인고 외도를 일삼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쳐서 혼자만의 삶을 살단 외국인을 만나 결혼한 Ying-Ying (딸: Lena St. Clair)
이렇게 어렵게 미국으로 온 그들이기에 그들은 딸들에게 기대가 많았나 보다. 딸들은 모두 엄마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감을 만족시키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것이 갈등의 시초이다. 그리고 이 갈등이 이 책을 관통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 화해가 된다. 그 화해는 이 글의 화자인 Jong Mei가 엄마가 어쩔 수 없이 중국에 남기고 온 이복 언니들을 만나는 것으로, 엄마의 소원을 대신 이루는 것으로 끝을 맺음으로써 완성된다.
(Joy Luck Club 영화에서; 왼쪽부터 Jong Mei -Suyuan, Lindo- Waverly, An-Mei - Rose, Ying Ying -Lena)
폭력적이고 격동적인 역사의 뒤에서 고생한 세대의 서사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엄마 세대들의 이야기가 워낙 격동적이다. 그리고 전쟁 속에서 일상을 살아야 하는 폭력적인 시대였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독하다. 후세대에는 신기한 이야기로 여겨진다. 사실 이들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한국의 어머니들도 힘들게 살았다. 일제와 6.25 그리고 가난의 세대를 살아오셨다. 파친코의 선자, 나의 친정어머니, 그리고 시어머니 모두 이 세대에 속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 우리 어머니들의 옛날이야기를 듣다 보면 몇 시간 후딱 보낸 일들이 생각이 났다.
전쟁에 광분하던 시대의 뒤쪽에서 파멸과 좌절을 생명에의 본능으로 모두 겪어내는 우리의 부모님들의 서사는 애처롭고 가끔은 듣기에 힘들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저자는 그러한 스토리를 엄마와 딸의 갈등이라는 구조에 맞추어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마치 옛날이야기 듣듯이 이들의 스토리는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진정 엄마가 원하는 것은?
이 소설 속의 엄마들은 1930~40년대의 전 근대적인 삶의 구조속에서 그리고 연속되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강하게 살아남아 미국으로 왔다. 자신들은 모르지만, 매우 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미국에 왔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자신보다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식들의 성공에 대한 바람이 컷을 것이다.
그것이 미국에서 나고 자란 2세들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가 원래부터 강하고 신경질적인 것이라 여겼고 자라면서 저절로 부모님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면서 중요한 일에는 늘 엄마의 평가가 위협으로 여겨진다. 그러면서 갈등은 점점 커져간다.
하지만 딸들도 나이가 듦에 따라 조금씩 알게 된다. 엄마가 이미 있는 그대로 자신의 딸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었음을. (Jong Mei), 미국인 남편으로 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딸들에게 엄마가 원하는 것은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임을 (Lina와 Rose). 자신의 딸들은 자신들 보다는 좀 더 주체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것, 그것이 엄마들의 바람이었다. 엄마들은 자식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도 원하지만 더욱 원하는 것은 자식이 자존감을 가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두발을 땅에 굳건히 딛고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 아닐까?
나이 들어감에 따라 시선을 바꾸어 가며 읽을 수 있는 책 '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딸네미가 국민학교 다닐 때였는데 이제는 대학원 마치고 회사에 다닐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예전에 읽을 때 나는 딸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읽었다. 왠지 자신감이 부족한 극 중 딸들이 마치 나처럼 느껴지었다. 나는 이민자도 아니지만 외국 땅에서 지내면서 무언가 내가 내 나이에 맞는 역할과 일을 못 하고 있다고 느꼈었다. 그리고 책 속의 엄마들은 아시안 엄마들의 전형성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런데 거의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 보내 나는 어느새 엄마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 글 속의 딸들에게서 나의 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와 나의 모습이 종종 이 소설에 나와 있는 상황의 묘사와 유사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딸은 영어로 엄마는 중국어 (나는 한국어)로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듣고 서로 이해하지만 일단 편한 언어로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이렇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엄마와 딸. 시간이 흘러가면서 친구가 되고 같이 늙어가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