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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문만 열면

(ft. 경기도 광주시 아이조아 수영장)

by 괜찮아

예전에 새벽 수영을 해 본 적이 있다.

아침 6시 레슨이었다.

겨울에는 5시 좀 지나서 일어나 준비를 하면 온 세상이 깜깜하였다.

세상에 나 혼자만 깨어 있는 것 같다.

춥고 어두우니 외롭기까지 하다.

매번 갈까 말까 고민하다 보면 항상 5분 정도는 늦게 도착한다.

아마 코치님에게 나의 벌명은 '안 늦으면 이상한 아줌마 '이지 않았을까?


유혹과 평상심이라는 지난한 싸움 끝에 정신을 차리고

차 열쇠를 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엔진을 켠다.

이젠 더 이상의 고민은 없다 자신하지만

수영장에 도착하여도 여전히 갈등이 인다.

이 깜깜한 세상에 여전히 나 혼자다.

마지막으로 용기 내어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수영장 문을 열면

거기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도 웃는 얼굴들,

벌써 준비운동 끝나고 발차기 들어갔다.

'힘 빼시고' 하이톤의 코치님 소리

한 발짝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다른 세상이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아침마다 짐(Gym.aka: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꾀가 나기 시작했다.

운동을 며칠 안 해도 되는 이유 10가지를 연속으로 생각하다가

9가지 밖에 생각이 안 나 그냥 짐에 가곤 한다.

그 아홉 가지 중 첫 번째 이유가

운동을 해도 몸무게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꽤나 강력한 이유이다.


그런데 알고 있다.

비록 10가지를 채우더라도

나는 결국 갈 것라는 걸.

한 순간에 깜깜한 세상에서

햇살 가득한 하와이 같은 세상으로 나를 데려간

그 문을 기억하기 때문에.


저 문만 열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평범치 않은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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