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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Nov 06. 2023

11월의 요세미티

SNS가 온통 단풍으로 도배가 되면서 요세미티를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눈오기 전에 얼른 다녀오자고 나섰다. 보통 11월 말쯤 눈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높은 산이니 그 속을 알 길이 없어 서둘러 다녀왔다.  단풍을 잔뜩 기대하며.


그런데... 단풍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알았다. 모든 나무의 나뭇잎이 질 때 빨개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단풍나무처럼 아름다운 빨간색을 뿜으며 지는 나무들이 따로 있다는 것을 ^^; 바보가 따로 없다.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햇살도 바람도 온도도 모두 적당했다. 여유가 있으면 한 일주일 머무르고 싶었다.


단풍의 꿈을 포기하고, 대신 요세미티는 바위 맛집이니까 고도가 높은 포인트에 가서 요세미티 바위들이 공연하는 대단한 풍광을 즐기기로 했다.


먼저 Glacier 포인트,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곳이다. 가는 도중에 터널뷰라는 포인트에서 요세미티 벨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세미티를 소개하는 사진에 많이 나오는 뷰이다.  왼쪽에 요세미티의 시그니처인 앨캐피탄 , 오른쪽 저 멀리에 또 다른 시그니처 하프돔이 보인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Glacier point에 다다른다. 여기서는 하프돔과 그 주변의 산봉우리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까마귀 한 마리가 우리가 같이 View를 즐기고 있다.



다음은 Olmsted Point. 여기는 Glacier point의 반대쪽에 있다 (차로 2시간 거리) 고도는 2500 미터가 넘는다. Toiga pass라는 차선이 하나뿐인 길을 운전하며 가야 하는데 고도가 워낙 높은 길이라, 돔의 형식을 한 바위와 빙하가 덮인 산봉우리가 아주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몇 발짝 걸어가면 그 봉우리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에도 제법 시원한 환상적인 곳이다.


이 포인트는 멀리서 볼 때는 상당히 큰 바위인데 가까이에 오면 걷기 쉬운 너럭바위 같다. 그러한 너럭바위들이 여기저기 있어 바위마다 걸어도 보고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신선놀음과 다름없다. 이 바위에 올라와서 저 멀리 보이는 요세미티 벨리와 그 둘러싼 바위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조화를 이루며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누구나 저절로 바위에 절퍽 주저앉아  아무 말 없이 이 자연이 베푸는 경치를 그냥 감상하게 된다. 옆에 앉는 사람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그냥 좋다. 시간이 후딱 흐른다.  



이 포인트에서 조금만 가면 요세미티의 대표적 호수 Tenaya 호수가 나온다. 여름보다 물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할 수 있는 곳이다. 수변 따라 걷기도 하고, 그냥 멍하니 경치를 응시하기도 하고  카약도, 보드도 탈 수 있다.  워낙 고지대에 있다 보니 호수가 바위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흥미롭다. 발을 담가보니 꽤 차다. 여행의 피로감이 싹 가신다. 사진을 찍어보니  호수바닥에 비친 내 그림자에 내 발이 겹쳐 약간  혼돈스러운 사진이 나와 깔깔거리며 웃는다. 준비해 간 점심을 여기서 먹으며 신선 모드로 두 시간 지루하게 않게 보냈다.



그래도 가을인데 요세미티의 가을 정취를 담아야 할 것 같아, 벨리에 있는 meadow초원에 가서 가을 여자 감성으로 걷는 것으로 요세미티 가을여행을 끝을 맺었다. 여름에는 사슴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는데 사슴들도 단풍이 없어 섭섭한지 잘 나오지 않나 보다. ^^;



노란색은 있지만 빨간색은 없는 가을의 요세미티.

그래도 좋다.

요세미티이니까.

잠깐이지만 신선으로 살 수 있었던 가을의 요세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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