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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Sep 10. 2023

레드우드 국립공원 (4): 고사리가 빚어내는 풍경

Fern Canyon



펀 (Fern: 양치식물 )하면 우리는 고사리를 떠올린다. 고사리가 오늘까지 생존해 온 몇 안 되는 Fern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고사리와 fern은 상호교환적으로 불리고 있다. 아주 오래전  공룡과 함께 이 지구를 지배했던 이 식물은 대부분 화석으로, 또는 석탄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오래전에 뉴질랜드에 갔을 때 고사리가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식물인 것을 보고 고사리가 상당히 서사적이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었다. 뉴질랜드에 있는 은색의 고사리 잎 (Siver Fern)을 보고 뉴질랜드의 원주민들은 강인하면서도 우아함을 느꼈다고 하니 우리가 단지 식용으로만 생각하는 고사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였다. 


여기 레드우드 공원에 Fern으로 둘러싸인 계곡이 있다. 벽이 고사리 잎으로 둘러싸여 있다. 밑으로는 작은 천이 흐르고, 나이를 가름할 수 없는 커다란 나무들과 고사목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다. 마치 동굴처럼 외부와 차단된 원시적인 곳에 들어온 느낌이다. 태초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영화 쥐라기공원을 여기서 찍었다고 하는데 그럴만하다.



3억 년 뒤, 이제  여긴 공룡이 아닌 아이들을 앞세운 가족들이 계곡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 다닌다. 고사리 잎으로 덮인 벽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 일부러 물에 발을 적시고,  그러다 고사목을 만나면  마치 놀이터에 있는 기구를 가지고 놀듯이 하며 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비하고 신선하다. 



레드우드에서 단 한 시간밖에 머무를 수 없다면 여기를 가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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