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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Apr 12. 2023

Book Thief (책 도둑)

저자: Markus Zusak(마커스 주삭) 


제목이 아주 특이하다. 원래 이 책은 딸내미가 좋아하던 책인데 나는 제목에 Thief (도둑)이 있어 막연히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람의 선입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이 책은 2005년에 발간되었다. 저자는 Markus Zusak(마커스 주작)으로 독일계 오스트리아인이라고 한다. 이 책이 발간되고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천육백만 부가 팔렸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2013년에 영화로도 나왔다.  


이 소설은 2차 대전 후기에 접어 둔 독일이 배경이다.  이 소설을 통해 당시 독일 내에서 전쟁의 와중에 벌어지는 일들(분서갱유, 유태인 공격,  홀로코스트)들이 그들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또한 전쟁 속에서의 죽음과 두려움, 가족과의 이별,  절망 등을 엿볼 수 있다. 즉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또한 역사적인 사실들과 잘 엮어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역사 소설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한 소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힘을 통해 희망과 위안을 가지게 되는 동화와 같은 감성이 그 절망을 관통하고 있어  이 소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ㅣ 책을 태워버리는 세상에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버린 소녀 

Liesel Meminger (리젤 미밍거)라는 어린 소녀가 동생과 엄마를 잃고 한스 후버만 과 그의 부인  로자 (Hans and Rosa Hubermann)의 위탁가정 (Forster home)으로 오게 된다. 배경은 나치 치하의  독일 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유대인에 대한 학대 /The Holocust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한스가 1차 대전에 참가했을 때 도움을 준 친구 (유대인)의 아들인  맥스 ( Max Vandenburg)가 찾아오고 한스를 그를 지하에 숨져준다. 맥스는 리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둘이   글을 쓰고 같이 나누는 즐거움과 그 위력을 알게 된다. 그녀는 위탁모 로자의 세탁물 심부름을 하면서 시장의 부인 일사 (Ilsa)와의 좋은 관계를 만들고 그녀의 집 도서관에 책을 골라 읽을 수 있게 된다. 나중에는 그녀의 묵인아래 시장의 책을 훔치기 시작한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공습이 잦아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은 같은 지하실에 모여서 피난을 하는데 그때 리젤은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 공습이 심해지고 마을 사람들이 같이 모여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맥스는 그들을 떠난다.  어느 날 사람들이 자고 있는 중에 경보 없이 공습이 있고 리젤만 빼고 그녀의 친구, 가족, 그리고 이웃사람들 모두 폭탄에 맞아 사망한다. 맥스는 책을 하얗게 페인트 칠을 해서 빈 노트를 만들어 리젤이 원하는 글을 쓰게끔 만들어 놓고 떠났었다. 리젤은 한 밤중에 지하실에서 그 노트에 자신의 이야기를 있던 중에 공습이 있어, 그녀만 살아 남게 된 것이었다. 





책을 훔치러 창문으로 시장댁에 들어가는 리젤  (출처: 영화 책도둑)



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글과 말의 위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글/말의 위력은 둘로 대비되어 나타난다. 


ㅣ 말/글의 힘: 리젤 vs. 히틀러. 

 리젤은  글을 읽을 줄 알고 즐김에 따라, 아픈 맥스를 위해, 또는 공습을 피해 지하에 모여 절망스러워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줌으로써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위로를 줄 수 있게 된다. 그녀가 처음 책을 보게 된 것은 동생의 장례식에서 무덤 파는 인부들이 흘린 책을 줍게 된다. 그 책은 '시신매장을 위한 지침서'.   이것 그녀가 책도둑 (Book thief)로서의 첫 경험이다. 위탁부인 한스의 도움으로 그녀는 그 책으로 글을 읽는 법을 배우고 빠르게 재미를 붙인다.  


그리고 마을광장에서  불온서적을 불태우는  소위 분서갱유가 있을 때 그녀는 불에 타다 남은 책 한 권을 몰래 훔친다. 책 이름은 '투명인간'. 두 번째 경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아직 불씨가 조금 붙어 있는 책, 희망의 불씨라는 표현 그 자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길을 느낀다. 위탁모 로자의 심부름으로 가게 된 시장의 저택에서 그녀는 그 눈길의 주인공이 시장부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시장부인은 리젤에게 자신의 도서관에서 리젤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게 해 준다. 리젤은 책이 분노와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도 있고, 힘들 때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낀다. 


맥스가 아파서 사경을 해멜 때 그녀는 시장집에 몰래 들어가 책을 훔쳐온다. 그리고 맥스가 눈을 뜰 때까지 계속 맥스에게 책을 읽어준다.  점점 폭격이 심해지고 마을사람들은 한 피난처(Shelter)로 지정된 지하에 모여 폭격을 견뎌낸다. 두려움이 가득 찬 그 공간에서 리젤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다. 사람들은 모두 리젤의 스토리에 그 공포의 순간들을 견뎌낸다.   


리젤이 분서갱유후 타단 만 책을 하나 몰래 집어든다 (출처: 영화 책도둑)


아픈 맥스에게 책을 읽어주는 리젤 - 출처: 책도둑 영화


한편,  맥스는 잠을 자는데 꿈을 꾸었다. 맥스와 히틀러가 권투시합을 한다. 맥스가 히틀러에게 계속 맞다가 마지막 힘을 내어 히틀러를 넘어트린다.  그러자 히틀러가 갑자기 말로써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한다. 우리 vs. 유태인으로. 그는 관중들에게 맥스와 같은 유태인이 독일인들을 노예화하려고 한다고 선동한다. 모든 나쁜 일은 유태인의 탓임을 현란하게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사람들은 히틀러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한다. 비록 맥스의 꿈 이야기이지만 히틀러가 어떻게 말로써 사람들의 인식과 판단력을 통제하였는지 역사적인 사실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내가 역사학자가 아니라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유태인들은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질시의 대상이 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히틀러는 이들의 마음을 파악하고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함으로써 그들을 선동하였고 결국 홀로코스트가 가능하게 되었다.


리젤의 모습과 히틀러의 모습이 말의 위력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대비시켜 잘 보여준다고 생각이 된다. 


ㅣ 나는 누구? 

이 소설을 읽을 때 처음에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글 속에 '나'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즉 화자가 누구인지 짐작이 안 돼 처음 한 두 페이지에서 힘들었다. 이 글의 화자는 '죽음 (Death)이다. 죽은 영혼을 거두어들이는 죽음의 신이라고 할까?. 좀 생경하여서 적응하는데 쉽지 않았는데, 읽다 보니 전쟁의 비참함을 보여주는 데는 정말 적합한 장치인 것 같다.  혼란과 공포 속에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죽음의 신'의 관점에서 묘사함으로써 좀 더 실감 있게 잘 보여준다. 그가 데리고 가는, 전쟁통에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는 순진한 영혼들의 모습은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전쟁의 허망함에 대하여 잘 보여준다. 죽은 영혼을 데려가는 그 순간에 그가 보는 하늘색의 변화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허망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슬픔의 분위기를 정말 드라마틱하게 잘 나타내준다. 


ㅣ 나의 최애 캐릭터 한스 

이 소설 속에 나의 최애 캐릭터가 있다. 리젤도 좋고 리젤의 베프 루디도 너무 좋다. 하지만 나의 최애는 위탁부 한스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늘 여유로운 마음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헤쳐 나간다. 아코디언을 켜면서 전쟁 속에서도 인생을 즐기려 노력하고, 리젤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죽음을 각오하고 자기 생명의 은인의 아들 맥스를 집에서 보호해 준다. 그리고 남의 눈치 안 보고 잡혀가는 유태인에게 빵을 주는 그는 용기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있는 곳은 어둠 속에서도 잔잔한 등불이 커져있고 따뜻한 수프가 있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내가 주변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살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있기도 하다. 


아코디언을 들고 있는 한스  출처: 영화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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