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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Apr 04. 2023

Never Let Me Go (나를 보내지 마)

저자: Sir. Kazuo Ishiguro (가쯔오 이시구로 경)

어느 날 내가 책을 참 안 읽는다고 느낀 날이 있었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내 곁을 떠나 이제 시간이 난 듯하여  혼자서 책을 읽으려 여러 가지 방법을 썼지만 책 읽기를 우선순위로 놓기에는 내 일상이 만만치 않았다. 먹고사는 일로 하루를 충분히 보낼 수도 있는 게 사람의 일상인지라 늘 책 읽기는 '내일 해야 할 일'로 넘겨졌다. 한편 하는 김에 점점 잊혀가는 영어 공부도 할 겸 영어책을 읽을 수 없을까 하는 욕심이 생겨 여기저기 검색한 결과,  영어로 된 문학작품을 읽고 토론을 하는 유료 북클럽을 찾아내었다. (하지만 이 북클럽은 최근에 문을 닫았다ㅜㅜ) 


연락을 하니 일단  파일럿 클래스 (약식으로 토론 수업을 맛볼 수 있는 수업)를 하도록 하고 지속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하였다. 일단 그들이 만든 Discussion Guide가 너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첫 test 수업에서 계속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그때가 2019년 중반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회전반에 있어 강화될 때였다. 그래서 책 한 권 하고 그만둬야지 했었는데, 오프라인, 온라인을 왔다 갔다 하면서 2022년 7월 미국에 오기까지 지속하였다. 내 주변의 친구들도 같이 가입하고 나의 인생에서 즐거운 기억 중의 하나이다. 


북클럽에 가입하고 처음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Never Let Me Go. 책 한 권을 한 달에 끝내다 보니 일주일에 70-80 페이지를 읽었던 것 같다. 그것도 작은 글씨로 ^^; 디스토피안적인 음울한 내용과 노안으로 인해 나중에는 둘로 겹쳐 보이는 글씨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점점 불안해지는 나날들... 전체적으로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 


좌: 책 표지                                                                                우: 영화 포스터


하지만 나의 기억과는 별개로 이 책은 대단한 책이다. 일단 작가 ( Sir. Kazuo Ishiguro; 가쯔오 이시구로 경)가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9년에는 영국 왕실로 부터 작위를 받는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 Sir(경)를 붙인다. 일본계 영국 작가로  소설가이면서 영화/드라마 작가, 작사가로 활동하였다. 가장 유명한 책은  'The Remains of the Day' (1989)이지만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 책 또한 만만치 않다.  출판된 2005년에   다양한 매체에서 Best Novel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것 또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또한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에서 2005년 사이 영어로 쓰인 100대 소설에 뽑히기도 했다. 영화는 책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좌: 작위를 받는 저자 (2019)               우: 노벨상 수상 (2017)                                                  


ㅣ 인간들에게 소모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과 같은 클론들


이 책은 인간들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클론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보딩스쿨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고 16세가 되면 학교를 떠나 일정한 장소에서 지내면서 Donation (장기 제공)을 위한 수술을 반복하여 받게 되고 서서히 죽어간다. 아직 자신의 Donation의 차례가 안 왔을 때는 그들을 간호하는 (Carer) 올 일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중심 내레이터는  Kathy이다. 이야기의 초점은 Kathy와 Ruth, 그리고 Tommy의 우정과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냥 보면 일반 학교의 이야기인데 무언가 약간 통제된 학교의 이야기 정도로 짐작될 뿐이다. 그리고 읽어가며 서서히 그들의 운명을 엿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어려서부터 수동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가끔 그 운명에 반항한 사람들 (학교의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려고 시도한 사람들)의 비극적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려올 뿐,  그들은 그냥 친구와의 불화에, 또는 남자친구의 변심에 안타까워하며 서서히 죽어간다. 가끔 그들이 클론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들리지만 루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루머에 희망을 걸다 좌절하고 분노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소설의  마지막은 Tommy의 completion (여러 번의 Donation 끝에 맞이하는 죽음) 후에 Kathy가 가고 싶어 했던  Norfolk에 가서 그녀가 기억하는 바와 그녀가 잃었던 모든 것을 환상적으로 기억하며 펼치는 것으로 끝을 낸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그 기분이 전해진다. 


ㅣ 사회적 이슈와 소설 


이 소설은 사회적 이슈를 강하게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인간을 위해서 죽도록 태어난,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클론들이 정서적으로 인간과 똑같이 살아가고 그들의 일상이 우리와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잔잔하게 보여줄 뿐이다. 거기에  인간의 욕심에 대하여 그 어떤 반발이나 비판이 없다. 그래서 더 슬펐던 것 같다. 처음 정독하는 영어 소설책에,  분량도 적지 않은 데다, 글자는 둥둥 떠다니는 와중에서도 내가 마지막에서 울컥하였던 것을 보면 이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짐작한다 



ㅣ열틴 토론의 꼭지들 


이렇게 담담한 내용과는 달리 토론은 꽤 격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나왔던 의견들을 기억해 보면 


'인간의 탐욕에 대해 진저리가 난다'

 '만약 내 가족 중에 장기 기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러한 발명(?)에 대해 고마워할 수도 있다' 

'그들이 사람 모양을 하고 있을 뿐 우리가 고기를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그래서 채식을 해야 한다'

'채소 또한 감정이 없을까?'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비판하거나 미래를 비난하는 것은 오만한 행동이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등등 


모든 이슈들에 대해 찬성과 반대파로 나누어 토론하기 좋았다. '이런 클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파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로 나누어서 하면 토론을 하면 아주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ㅣ 독자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소설 


이 책은 겉으로는 프랜드십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저절로 사회가 도덕적인 면을 무시하고 과학적 실험을 자유롭게 용인할 때 어떠한 문제점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저절로 던지게 만든다. 거기에 이 책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리뷰를 쓰고 나니 이 책에 대한 불편했던 기억이 조금을 걷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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