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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Mar 31. 2023

The Anxious People(불안한 사람들)

저자: Fredrik Backman (프레드릭 베크만)


당신은 지금 불안하십니까? 

그럼 당신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입니다. 


The Anxious People (불안한 사람들)은 '오베라는 남자 (2012)'로 유명한 프레드릭 베크(Fredrik Backman)이 2020년에 발행한 소설책이다. 그는 스웨덴의 대중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이 책 또한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나중에 Netflix에서 영상화되기도 하였다. 



책표지 



ㅣ 어설픈 은행강도, 인질범 


스웨덴의 평화로운 작은 도시. 연말, 곧 있으면 새해이다. 은행에 머리에 검은 모자를 뒤집어쓰고 총을 든 강도가 침입했다. 그런데 그 강도가 요구하는 돈은 6천5백 크로나 (한화로 80만 원 넘는 수준). 그런데 행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곳은 현금이 없는 은행'이란다. 당황한 강도는 경찰이 오는 소리에 그냥 뛰쳐나간다. 그리고 옆의 아파트에서 중개인이 오픈하우스를 하고 있는 것이 보여 그쪽으로 도망을 간다. 그런데 그 강도의  손에 권총이 들려 있어 사람들은 겁이 나 엎드려 버린다. 그래서 이 강도는 졸지에 인질범이 되어 버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질은 모두 8명이다. 곧 경찰과 기자들이 몰려오고  그 와중에 아파트 꼭대기층에 인질로 잡힌 사람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바보 같은 면을 드러내며 우당탕탕, 점점 긴장감이 더해진다.  


경찰이 그 아파트를 습격하였을 때는 강도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과연 어디에 갔을까?  


ㅣ 프레드릭 베크만의 유머 1 : 삶의 모순에서 오는 불안 그리고 따뜻함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베크만의 유머를 이해하여야 한다. 워낙 인질범이 어설프기도 하지만 여기에 인질로 잡힌 사람들 또한 어설프다. 권총을 들고 있는 인질범 앞에서도  자기의 문제에 여념이 없다.  젊은 레즈비언 커플인 줄리아 (Julia)와 로( Ro)는 그 와중에 싸운다. 서로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로저( Roger)와 애나-리나(Anna-Lena)는 퇴직 후 집을 고치는데 열정을 다하지만 자신들의 결혼 생활이 무언가 무너져 가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Anna는 Roger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기에 정신이 없다. 다들 어설프다. 


인질범 또한 바보다. 인질범은 자신을 해고한 상사와 자신의 배우자가 외도를 하고 자식들까지 빼앗기게 되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과 지내야 할 방을 구해서 자신이 아이들을 보호할 능력 있음을 아동국 심사자들에게 보여주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6천5백 크로나가 필요해서 강도짓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바보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뜻하다. 저자는 이들을 바보들, 하지만 진정으로 정상인 사람들 (Normal People)이라고 한다. 단지 때때로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 idiots but what they really are normal people and normal people do idiotic things from time to time).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삶이 주는 근원적 불안으로 인해  바보 같은 짓을 한다그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도 또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하는 행동이 바보짓이 되고 결국 인생을 난장판으로 만들지만 그것조차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ㅣ 프레드릭 베크만의 유머 2 : 반전  


먼저 다음  질문에 답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어정쩡한 강도는 여성일까요 남성일까요? 


이쯤에서 짐작하셨듯이 강도는 아이들의 엄마이다. 저자는 일부러 이글의 중반까지 강도를  She나 He라 칭하지 않고 계속 the robber라 한다. 나도 당연히 남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She라고 지칭을 해서 깜짝 놀랐다. 이러한 반전이 곳곳에 숨어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듯한 반전이다.  


경찰관 잭 (Jack)은  몇 년 전에 강에 투신하려던 남자를 설득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그로 인해 잭은 상당히 괴로워했다. 또한 그 남자에게 대출을 거부하였던 은행가 자라 (Zara) (인질 중의 한 명)에게 그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남자의 자살은 사업의 실패 때문이 아니고 암으로 인한 시한부 생명이었기 때문임이 밝혀진다. 


이러한 반전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이상의, 현상들의 내면을 보고자 하는  작가의 눈을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이 오해와 거짓말로  점철되지만 그것 또한 서로에게 더 잘해주고픈 마음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이 바보 같은 실수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ㅣ 프레드릭 베크만의 따뜻함: 연결


여기에 두 명의 경찰관이 등장한다. 잭(Jack)과 짐(JIm). 그들은 부자관계이다. 그의 엄마 (Jim의 부인)은 목사였다. 그녀는 보통의 목사가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잭의 누이(Jim의 딸)는 마약 중독자이다. 영 나아질 기미가 없다. 


잭은 엄마에게 묻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좋아지지 않아.


엄마는 대답한다. 

현재 네가 있는데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렴. 


나는 개인적으로 이 엄마가 이 소설의 숨겨진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잭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십 대에 강의 다리에서 뛰어내리던 남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경찰이 되었고 자신의 직업에 매우 진지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 남자로 연결된 자라 (Zara)는 인질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인질 중의 한 명인 Estele은 그 남자의 장모이다. 그리고 자라 (Zara)를 상담해 주는 정신과 의사 나디아(Nadia)는 십 대에 그 남자처럼 그 강에 투신하려고 했는데 잭이 몸으로 막다시피 해서 살린 사람이다. 나디아는 잭에게 감동을 받아 정신과 의사의 꿈을 키우고 성공해서 고향에 돌아왔다. 비록 잭은 전혀 모르지만. 결국 잭은 엄마의 말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였다.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많은 사람과 심리적 연결관계가 형성된다. 비록 오해였지만 이 오해가 자라의 일생을 돌아보게 하고, 잭이 경찰이 되게 하고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모르는 그 누구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ㅣ 인질범은 어디에? 


한번 짐작해 보시길. 

인질범이 엄마이고 아이가 둘이라는 점. 

인질들은 나중에 경찰에게 헛소리만 한다는 점 (웃음 포인트)  

그리고 에스텔의 아파트가 복도 건너편에 있다는 점. 


이 작품은 주인공 또는 주요 사건 눈에 띄지 않는 우디 알렌의 영화 같기도 하고 프랑스 영화 같기도 하다. 그냥 잔잔하다. 북유럽 작가이니까. 아마 미국작가가 은행강도를 소재로 썼다면 사람 몇 명은 죽어나가지 않았을까? 


아직도 당신은 불안하십니까?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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