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Greame Simsion (그램 심시온)
이 책은 호주의 작가 Greame Simsion이 (그램 심시온)의 작품이다. 특히 빌 게이츠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언급이 되면서 더 유명세를 탔다. 유튜브에 보면 빌과 멀린다 부부가 작가와 인터뷰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빌게이츠와 소설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도 있는데 사실 나도 빌이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책에 대해 호기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의 작가도 원래는 IT 컨설팅을 하다가 작가로 전업을 하였다. 그가 Ted에서 한 발표에 따르면 IT프로젝트를 기획하듯 이 소설을 기획하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의 원래 3부작으로 후속작으로 'Rosie Effect', 'Rosie Result'가 있다.
단 틸먼 (Don Tillman)은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이 있는 유전학자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최근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해 인지도가 높아진 자폐스펙트럼의 한 종류에 속한다고 한다. 언어적 의사소통이나 인지 능력에는 장애가 없으나 비언어적 표현이나 동작,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서투른 면이 있다. 주인공 단은 모든 것을 계획해서 하는 사람이다. 하루일정이나 먹는 음식 등 모두 계획을 세워서 분 단위로 오차 없이 진행하고자 노력한다. 그게 계획대로 안되면 너무 힘
그는 자신의 연애가 신통치 않자, 아내 프로젝트(WIfe Project)를 기획하였다. 그는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을 고르기 위해 상대방 여성을 평가하는 항목들을 만들고 그에 의거하여 점수를 매긴다. 당연히 이 기준에 맞는 여성을 만나는 것은 영 쉽지 않다. 어느 날 그는 바텐더 일을 하며 심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로지를 만나게 된다. 전혀 그의 기준과는 반대인 자유분방한 여자이다. 그러나 로지의 생부를 찾는 일에 같이 휘말리게 되면서 단은 일탈을 서슴지 않게 되고, 학교의 규칙도 어기고 한다. 그리곤 로지에게 사랑을 느낀다. 결국은 자신의 기준에 모든 것이 맞는 완벽한 여성이 나타났지만 그녀를 뒤로하고 로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영화로 치면 로맨틱 코미디이다. 하지만 굳이 생부를 찾으려 그 자유분방했던 엄마와 관련 있어 보이는 예전 남자 지인들을 찾아다니는 것. 그리고 결국은 양부가 생부였다는 결론도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Don이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다. Don과 우영우는 거의 비슷하다. 말도 잘하고 상당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으나 생활에서 딱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매우 힘들어한다. 그러나 그가 로지를 사랑함으로써 의외성을 받아들이고 일탈을 행하며 우당탕탕 하면서 그 틀을 넓혀가는 모습이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매력을 다른 곳에서 본다. 이 소설의 화자는 Don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보는 자폐인이 아니라 자폐인 그 자체의 생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거기서 Don의 매력이 전달된다. 사회적으로 자폐아를 보는 심각한 시선이 침범하지 않고 자연인 Don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는 심각하게 이야기하지만 독자는 유머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의 순수성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생활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는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그는 정확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것에 충실한 사람이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그가 같은 아파트 살았던 할머니와 정기적으로 별을 관측하러 다니던 부분이다. 그러다 그녀는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Don은 역시나 정기적으로 그녀를 방문한다. 일반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조합이다. 하지만 Don은 그녀와의 친구 관계에서 그녀의 나이나 성별 이런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자신과 같이 과학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에 충실하다. 전혀 감정의 기복이 없이 늘 항상 같은 농도로 그녀를 방문한다. 젯밥보다는 제사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순수함을 보게 된다.
내가 자폐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레인맨 (Rain Man)이란 영화에서다. 1988년도 영화이다. 탐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만이 배다른 형제로 나오는데 더스틴 호프만이 자폐인이다. 자폐인의 특유의 기억력을 이용하여 라스베이거스에서 게임에서 큰돈을 벌다가 쫓겨 나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두 번째 경험은 가까운 지인의 아이가 자폐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아이가 유치원을 가기까지는 기억력이 워낙 뛰어나서 모두 천재로 알았다. 하지만 유치원을 가서, 아이가 친구들을 때리고, 깨물고 하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유치원선생님의 권유로 전문의 만나서 확인을 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자폐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자폐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그 아이는 40이 되었다. 나의 지인은 20여 년 전부터 아이의 장래를 위해 과수원을 구입해서 그 아이와 함께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Rain Man의 더스틴 호프만과 이아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자폐의 모습을 보인다. 타인과의 교류와 소통이 힘들다.
그리고 세 번째 경험에 해당하는 내 지인이 Don과 비슷한 면이 참 많다. 지금 60이 넘은 나이니, 그가 젊었을 때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이런 것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친구집에 전화를 하면 "저는 000의 친구 000입니다. 제가 0000런 문제로 000과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하였다. 전화를 받은 가족들이 웃으면서 전화를 건네주곤 했다. 그에게 지적을 하면 자신은 육하원칙에 의해 정확히 말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심각하게 고민하곤 했다.
그런데 그는 천재였다. 그는 늘 머리가 아프다면서 학교에 안 오는 날이 많았다. 학교에 오면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모의고사 시험을 보면 전교 1등은 도맡아 하곤 했단다. 본고사가 있던 시절이니, 학교에 결석을 많이 해도 문제없이 S대를 들어갔다. 그리고 대학을 무사히 졸업을 했다. 그런데 그는 늘 자신이 사회성이 없는 것,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의 단점을 너무 의식하여 그 단점을 고치기 위해 영업직으로 직장을 잡았다. 당연히 잘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 자신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노년을 맞이하였다.
예전에 NASA가 달나라 탐사에 성공하던 시절 거기에 근무했던 과학자들의 적지 않은 수가 자폐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이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마 Don과 같은 수준일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들은 특유의 똑똑함으로 자신들의 장점을 발휘하고 하고 단점인 사회적 교류를 적게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은 직업을 택함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높였다. 아마 사회적으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지도하는 사회적 인식과 경험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내 친구가 당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자랐다면 그는 천재적인 (과)학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자폐아를 둔 내 지인의 친정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내 지인이 아이를 버릇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아이가 저렇다고 야단을 치셨다고 한다. 현재 우리 입장에서 눈물 나는 소리이지만 워낙 자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세대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판도 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The Good Doctor' 또는 이 책처럼 자폐에 대한 지식과 그 가능성에 대해 형상화 함으로써 직/간접 경험 그리고 지식의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고 이들이 좀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살 수 있는 시스템이 구성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